작은 행동의 나비효과
지금 사는 집은 결혼 후 신혼집에서 3년 정도 살다가 첫째가 태어나고 백일 무렵 이사 후 정착한 곳이다. 회사 생활을 하며 아이를 돌봐주는 도우미 할머니가 계시긴 했지만 근처에 언니가 있어 고민 없이 결정했다. 결혼 전 잠시 언니네서 지냈는데 사는데 교통, 편의 시설이나 자연경관이 좋았다. 첫째가 초등 고학년이 되기 전 잠시 이사를 고려했었다. 유아기 때부터 함께한 친구들과 떨어지기가 싫다는 아이의 의견도 있어 집수리만 하고 눌러앉았다.
평소에 정리 정돈하는 걸 좋아한다. 머리가 복잡할 때 간단히 책상 정리나 서랍 정리라도 하면 기분전환이 된다. 학창 시절에도 주말에 방 정리하는 걸 즐겼던 것 같다.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서 살림이 늘었다. 주 중에는 회사일에 주말에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느라 정리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정리를 좋아했지만 나의 체력이 받쳐주질 못했다. 아이가 주로 생활하는 방, 거실의 청결을 유지하는 데에만 신경을 썼다.
처음 이사 올 때, 그리고 집수리할 때 딱 두 번 반짝 짐을 싸면서 정리를 했다. 흔히들 하는 도배, 바닥공사에 욕실, 부엌까지 손을 대어야 했다. 짐을 싸고 2주간 창고에 보관 후 다시 들여놓아야 했다. 이사를 두 번 하는 셈이었다. 포장 이사이긴 하지만 결국은 구석구석 내 손으로 정리가 필요했다. 아이들은 방학이라 시댁으로 보내고 남편과 함께 작업했다. 늘 그렇지만 정리는 버리는 작업이다. 낡은 것, 불필요한 것, 하물며 아이들이 작아진 옷가지 등등. 남편이나 나나 버리는 걸 참 못한다. 그래서 이고 사는 물건들도 참 많았다.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할 물품들을 따로 챙기고 과감하게 버릴 것들을 분류했다. 집수리를 마치고 다시 짐 정리를 대충 하고 또 일상에 젖어 살았다.
회사 생활을 할 때는 출퇴근 도우미 이모님이 계시기도 했고 일이 바빠서 가사는 나의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살림을 하게 되었다. 부엌부터 하나씩 손을 댔다. 싱크대 서랍을 시작으로 한 칸씩 모조리 꺼내고 분류했다. 신혼 집들이 선물로 받은 찻잔 세트, 그릇, 아이들이 학교에서 만든 도자기 접시.. 정리를 하다 보면 물건들에 얽힌 추억들이 새록새록해서 그 기억에 머무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부엌에부터 시작한 나의 손길은 아이들 방, 안방, 거실, 베란다, 다용도실까지 며칠에 걸쳐 부지런히 움직였다. 다 끝내고 나니 큰일을 한 듯 뿌듯했다.
며칠 전 베란다 창고에 보관하는 휴지를 꺼내려다 뭐가 툭 내 발에 떨어졌다. 내 손길이 닿았던 그곳은 이미 흐트러진 지 오래다.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물건들이 어느새 자기 자리를 잊고 제멋대로 앉아 있는 걸 문을 열 때마다 알았다. '정리할 때가 되었구나'라고 생각만 했다. 그리고 일주일쯤 후 남편이 창고에서 물건을 꺼내다 한마디 한다. "창고 정리해야겠어, 문 열 때마다 신경 쓰이네!" " 어 알아. 조만간 할게"
책 <돈의 속성>에서 일본의 정리 정돈의 여왕 곤도 마리에의 정리 방법이 소개된다. 나의 관심사이기도 한 그녀의 정리 정돈 노하우를 옮겨보겠다.
▶ 포스트잇과 필기구를 챙기고 장갑을 낀 후 집 안에서 가장 큰 이불을 가져다가 거실 바닥에 펼쳐놓자, 먼지가 날 수 있으니 창문은 열어놓는다. 그리고 이불의 정중앙에 서서 집안이 사방을 향해 인사를 한 번씩 한다. 입으로 조용히 소리 내어 "집 안에 있는 물건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여러분들을 모시고 정리 정돈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인사를 마치면 모든 집안의 서랍에 있는 모든 물건을 이불 위에 꺼내 놓는다. 단, 쏟아부으면 안 된다. 하나씩 달걀 다루듯 이불 위에 차근차근 올려놓는다. 이렇게 꺼내 놓고 보면 알게 된다. 얼마나 쓸데없이 많은 물건을 모아 왔는지, 한 번도 쓰지 않은 물건이 이렇게나 많은지, 그리고 얼마나 이유 없이 서로 섞여 있었는지 알게 된다.
▶ 이제 무릎을 꿇고 앉아(사죄와 존중을 담아) 물건 하나를 집어 들고 이 물건이 나를 설레게 하는지 느껴본다. 설렘을 무엇으로 표현해야 정확할지는 모르지만 애정이 느껴지고 여전히 간직하고 싶은지 마음에 묻는 거다.
▶여전히 설레는 물건은 오른쪽에 둔다. 그러나 설레지 않는 물건들은 "그동안 고마웠어" 혹은 "사용하지 않고 버려둬서 미안해"라고 말하고 "안녕! 잘 가"라고 인사한 후 왼쪽에 모아둔다. 아무리 사소하고 하찮은 물건이라도 같은 방식으로 인사를 마치고 분류해 놓는다. 분류를 마친 후, 왼쪽에 있는 물건 즐 둥에 아직 쓸만한 것들은 기부하거나 팔고, 버릴 것들은 버린다. 이제 오른쪽에 있는 물건들을 그냥 그대로 서랍에 넣지 말고 종류별로 분류해서 한 서랍에 한 종류씩 넣어준다.
▶뜻하지 않게 각기 다른 서랍에서 다른 종족과 낯설게 지내던 물건들에게 가족과 친지를 찾아주는 일이다. 자리를 잡은 서랍에는 포스트잇으로 가족의 이름을 임시로 적어놓는다. 마사지 및 운동용품, 슬리퍼, 문구류, 리모컨, 소형 전자제품 같은 가족의 이름을 만들어 붙여준다.
▶정리가 다 끝나면 사무실에서 쓰는 전문 레이블 기계로 서랍마다 해당 이름을 작고 정갈하게 인쇄해서 예쁘게 붙여놓는다. 너무 크면 오히려 보기 흉하다. 일이 다 끝나면 이불을 정리해서 다시 넣고 차 한잔하며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그녀가 권하는 방법을 읽어보면 물건을 대하는 태도가 사뭇 진지하다. 꼭 필요한 것만 산다고 자부하지만 정리를 하다 보면 왜 샀는지 모르는 물건들이 제법 나온다. 뒤죽박죽 섞여있는 물건들을 볼 때면 나의 게으름이 부끄럽기도 하다. 집안의 물건이 정해진 자리에 놓이고 사용 후에 청소나 관리가 필요한 물건은 즉시 닦아 손상을 막아야 한다. 가끔씩 쓰는 제품은 잘 포장해서 먼지가 닿지 않고 언제든 다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름 내내 더위를 식혀주었던 선풍기는 먼지가 쌓인 채 거실과 아이 방에 아직 놓여있다. 반팔 옷을 입기에 쌀쌀해진 날씨에 아이들 가을 옷도 꺼내 주어야 하고. 하긴 오늘 아침 이 글을 쓰고 있는 책상에 먼지도 오랜만에 닦았다.
저자는 부(富)라는 것이 물건이라도 존중하는 사람에게 붙는다고 했다. 재물의 형태는 결국 물건이기 때문이다. 모든 물건은 자연에서 나온 재료와 인간의 시간이 합쳐져 생겨난 생명 부산물이라는 거다. 물건을 부주의하게 다루는 사람은 부자가 되지 못한다. 정리 정돈을 하면 소비에 대해 반성하게 되는 것 같다. 함부로 물건을 사거나 불필요한 물건을 사는 일이 줄어들고 사 온 물건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게 되면 물건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지도 않는다. 못 찾아서 다시 사는 어리석은 일도 없어진다. 부자가 되기 위해 우선 당장 할 수 있는 일 한 가지! 정리정돈!! 조만간 베란다 창고를 시작으로 집안 구석구석 손을 대기 시작해야겠다. 이 작은 행동이 부자가 되기 위한 나비효과의 시작임을 기억하자.
이렇게 정리해보면 우리가 얼마나 세상의 물건을 함부로 대했는지 알게 된다.... 얼마나 많은 물건을 쓸데없이 사 왔는지 부끄러워진다. 또 어차피 쓰지도 않을 물건들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었는지도 알게 된다. 몸에만 때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삶의 때다. 이때를 벗겨내지 않으면 올바른 부는 나를 찾아왔다가도 다시 돌아가버린다.... 이 작은 행동이 나비효과처럼 물건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고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며 돈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으로 변하게 할 수 있다... 평생 존중받는 부자로 살 준비가 다 된 것이다. 이제 때만 기다리면 된다. <돈의 속성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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