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용어 얼마나 아세요?
몇 달 전 시아버님이 전화를 주셨다. 말씀하시는 톤에서 약간의 기분 좋은 흥분감이 느껴졌다. 아버님이 새로이 시작하신 주식투자에 관한 것이었다. 평소에 즐겨 보는 주식 관련 방송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꼭 들어보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고 하셨다. 여러 번 실시간 전화연결을 시도했지만 운이 따라주질 않았다. 별 기대 없이 전화기를 들었는데 덜컥 연결이 되었고 놀랄 틈도 없이 침착함을 유지하며 궁금증을 해소했다는 거다. 얼마나 기분이 좋으셨는지 환하게 기뻐하시는 모습이 그려졌다. 어버님께 너무 멋지시다고 진심 어린 칭찬을 해드렸다.
1년 정도 되었나. 아버님은 어머님과 합의하에 소액으로 주식을 하시기 시작했다. 그 동기는 잘 모르겠다. 워낙 젊었을때부터 장사를 하셨던지라 세상에 대한 관심이 많으시다. 매일 구독하는 신문 두 개를 꼼꼼히 읽어보신다. 자연을 좋아하셔서 손수 정원도 가꾸시고 조그만 농장에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할 정도로 예쁘게 꾸미신다. 주식을 시작하고 막내딸한테 관련된 책을 사서 보내달라고 하시기도 했다. 더 놀라운 건 전문가의 의견을 액면대로 받아들이시지 않는다. 나름대로 공부하신다. 노트에 본인의 관심종목을 매일 기록하고 추이를 관찰하신다. 방송이나 신문기사를 읽으시며 자신만의 투자철학이 나름 생기신 듯하다. 궁금증이 많으시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신다. 늘 뵐 때마다 청년과도 같은 열정과 에너지가 느껴진다.
지난여름에 병원 검진차 집에 오신 적이 있다. 저녁식사 후에 남편과 함께 과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면서 나에게 건네주셨다. 받아 들고 보니 들으면 알만한 회사 이름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시간 날 때 주식을 시작해보는 게 어떻게냐고 하셨다. 취미 삼아 잘 나가는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고 경제공부도 하라는 거다. 아버님인 그간 공부한 걸 바탕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회사를 골라서 적어봤다며 이 중에서 한두 개 골라 시작해보라고 하셨다.
회계학을 전공하고 재무부서에서 20년 넘게 일을 하면서도 한 번도 주식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안정적인 예적금을 선호한다. 잠시 펀드에 투자해서 수익을 얻는 적은 있다. 주식이라고는 근무하던 회사 주식을 받아서 보유하다가 행사일에 매도하고 바로 현금화했다. 비록 적은 금액일지라도 주식에 투자하고 지켜보는 건 리스크를 지고 사는 것 마냥 불편하게 느껴졌다. 회사를 그만두고 경제적인 활동을 멈추고는 신문기사를 잘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코로나로 경기 불황이 계속되기도 하고 어두운 전망만 가득한 기사들을 보기가 싫었다. 올해 초에 <부자가 되는 법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책을 읽고 잠시 다짐만 하다가 관심이 사거라 들었다. 그러다 지난달 책 <김미경의 리부트>를 읽으면서 경제 관련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세상 돌아가는 거에 안테나를 다시 세워야 할 때임을 깨달았다.
아버님께는 주식 관련 공부를 하고 관심 갖고 시작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 아버님 덕분에 다시 한번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검진 후 아버님은 무사히 가셨고 다시 일상이 시작되었다. 남편이 주식공부를 위해 약간의 용돈을 주었다. 일단 주식 관련 계좌를 만들고 앱을 깔았다. 계좌를 만들고 마음속에 사고자 했던 회사의 주식을 사기까지 총 3일이 걸렸다. 많은 사람들이 거쳤을 과정을 이제야 도전하며 삐걱거렸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적은 주식 수지만 그래도 내 손으로 뭔가 첫발을 내디뎠다는 기쁨이 더 컸다.
책 <돈의 속성>에서 저자는 금융지식은 생존에 관련된 문제라고 말한다. 자신의 성벽을 쌓아 남들로부터 재산을 보호하고 자산을 성안에 모아두는 모든 금융활동은 이런 용어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 이해도가 OECD 평균보다 낮다고 한다. 30대가 가장 높고 그다음으로 40대, 50대, 20대, 60대, 70대 순으로 나타난단다. 20대와 60~70대가 금융 사기에 가장 취약하고 투자위험에 많이 노출되는 것도 낮은 금융 이해력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수입이 많을수록 금융지식이 늘기도 하지만 금융지식이 많아야 소득도 늘고 재산을 지킬 수 있기에 금융이해력 자체가 대단한 삶의 도구라고 볼 수 있다는 거다.
며칠 전 고등학생 둘째가 보여준 선택과목 리스트에 "경제" 과목을 본 게 떠오른다. 입시를 앞둔 아이들의 경우 관심이 없다면 과연 선택할까 싶다. 교육내용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선택과목으로 올려진 것만으로도 반갑기는 했다. 나 역시 회계학 공부를 안 했다면 무관심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전공에 태만한 대학생활을 보냈지만 경제용어들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 그러면 뭘 하나 제대로 공부를 했어야 했다. 우리 아이들도 학교 교육과정에 실물경제 교육뿐만 아니라 경제용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나 역시 전적으로 공감한다.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금융 문맹인지 알아보는 방법으로 한국은행이 국민이 알면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한 용어 중에 90여 개를 소개했다. 이 중에 80% 이상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익숙한 용어들이 많았지만 막상 설명하려고 보니 제대로 아는 게 별로 없다. 회계학을 전공했다는 게 부끄러울 정도다. 유태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 경제관념을 적극적으로 교육한다는데. 뒤늦은 깨달음에 하루에 하나라도 익혀보려고 한다. 관련기사도 찾아보고 가족들과 식사하며 아이들에게 설명해 보려고 한다. 실제 경제활동을 하며 살아가는데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공부하자!
<<한국은행 금융용어 중 90여 개. 50~80% 사이 긍정적이나 여전히 공부 필요, 50개 이하이고 관심 없었다면 이 용어부터 공부해야 한다>>
학문은 우리가 지혜를 얻는데 필요한 그릇과 같다. 지혜라는 성수를 담아 오려면 그릇을 가지고 가야 한다. 위대한 철학자는 생각의 각성에서만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지독하고 지루한 공부와 몸의 움직임 끝에서 탄생한다고 믿는다. <돈의 속성 p106>
https://www.bok.or.kr/portal/bbs/B0000249/view.do?nttId=235017&menuNo=200765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php?bid=16371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