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공간

기분좋게 만드는 장소

by 꽁스땅스

대학 입학 후 처음으로 집을 떠나 혼자 기숙사 생활을 했다. 기숙사는 2일 1실이었고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공동 부엌, 세탁실, 층마다 샤워할 수 있는 요즘의 게스트하우스처럼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서양학과 룸메이트와도 잘 지내긴 했지만 생활패턴이 달라 서로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하며 조심했던 기억이 난다. 2학년 때에 기숙사에서 처음으로 독방을 쓸 기회가 생겼다. 집에서는 항상 언니와 함께 방을 써와서 나만의 공간이 생겨 얼마나 기뻤던지. 부모님이 보내주신 생활비가 빠듯해서 문방구에서 예쁜 사진엽서랑 조그마한 장식품을 사서 꾸미곤 혼자 뿌듯해했다. 학교 일정이 끝나고 기숙사 방에 들어서면 반겨주는 사람이 없어 쓸쓸하기는 했지만 혼자 있는 공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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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때가 되면 고향집 부모님 곁에서 맘껏 먹고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이상하게도 서울을 벗어나 고향집에 가면 긴장모드가 해제되면서 처음 방학 전에 세운 계획의 반도 실행하지 못하고 개강을 맞았다. 서울이 가까워지면 어느새 내 몸이 알고 마음이 분주해지고 발걸음도 빨라졌다. 서울의 공기를 마시는 순간 다시 열심히 살아야지 하고 다짐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나마 회사에서는 일에 집중하느라 자연스레 아이, 집 생각을 접게 되었다. 퇴근하고 새로이 시작되는 두 번째 라운드. 집으로 가는 길에 다시 엄마로서의 마인드 셋을 했다. 하루하루 자라는 아이를 보면 하루 동안 쌓였던 피로감이 사라지는 편안한 우리 집. 언제부턴가 친정이나 시댁에서 지내다 집에 오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여행이라도 다녀올 때 익숙한 집 근처 풍경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퇴사를 하고 나만의 공간이 소중하게 다가왔다. 나에게 오로지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회사 일이 아닌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 차도 마시고 공부도 할 수 있는 공간. 거실 베란다 방향에 책상과 의자를 두고 남편이 아이들 준다고 사온 토토로 인형, 고양이 버스도 올려놓았다. 쳐다볼 때마다 표정을 따라 해보기도 하는데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새벽에 거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넋 놓고 볼 때도 있다. 요즘은 책을 읽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한다.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 오늘도 그 공간에 오래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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