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달리기를 한 후.
5시 휴대폰 알람 소리에 깼다. 이불에서 나가기 싫었지만 출근하는 남편 아침을 챙겨야겠기에 일어나 부엌 불을 켰다. 어제 남은 어묵탕을 데우고 조미김을 잘라서 통에 가지런히 담고 시어머님이 보내주신 무장아찌를 식탁에 차렸다. 컵에 물을 따라 남편 몫으로 두고 나도 물을 한잔 마셨다. 사과를 깎는데 남편이 씻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이 식탁에 앉아 식사하는 걸 보곤 촛불을 켜고 요가 매트에 앉아 기도를 시작했다. 식사를 마친 남편이 사과 먹는 소리, 양치 후 출근하려고 준비하는 소리가 들렸다. 현관문밖에 서서 남편이 엘리베이터 타는 것을 보며 배웅 후 다시 요가 매트에 앉아 기도를 계속했다. 기도가 끝난 후 간단히 매트에서 스트레칭을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동네 공원으로 가는 길에 휴대폰에 미리 깔아 둔 Runday 앱을 켰다. 초급 인터벌 트레이닝 1주 1회 코스를 클릭하고 걷기 1분과 달리기 5분을 5회 반복을 시작했다. 활기찬 음악과 함께 트레이너의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어서 의지가 되었다. 처음에는 싸늘하게 느껴졌던 공기가 달리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시원해졌다. 공원 가운데에는 운동기구로 움직이는 사람들,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이 보였다. 내가 달리는 산책로에도 몇 분이 걷기를 하고 계셨다. 산책로에 심어진 나무들과 하늘이 눈에 들어왔고 달리고 있는 내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다. 3번째 5분 달리기 때에는 멈추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때마침 트레이너가 천천히 달려도 된다는 말을 해줘서 속도를 늦췄다. 과연 끝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매 순간에 집중하라는 트레이너의 말에 따랐다. 달리기를 해봐야지 마음만 있다가 처음으로 달리고 집으로 오는 길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이 몰려왔다.
그냥 운동화를 신고 나가면 되는 것을 마음속으로 이런저런 이유들을 생각하느라 망설인 내가 왜 그랬나 싶다. 오늘 처음 시도해본 달리기는 작은 성취감을 안겨주었다. 5분 동안 나의 숨소리에 내 앞에 펼쳐지는 풍경에 집중했다. 트레이너의 목소리를 들으며 음악에 맞춰 달리는 게 즐거웠다. 무언가 시작하기에 늦은 때는 없다!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에밀리 디킨슨 지음
Hope is the thing with Feathers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영혼에 앉아
말없는 노래를
쉼 없이 부른다.
큰 바람 불 때 더 고운 그 곡조는
뭇사람 마음에 물을 때는 것
어느 험악한 푹풍이라야
이 작은 새를 흔들까
나는 그 노래를 가장 추운 땅과
가장 낯선 바다에서도 들었으나
어느 모진 날에도 그 새는 부스러기 하나 청하지 않았다.
<시작하기에 너무 늦지 않았을까?> p329-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