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의 유래를 아시나요?
이제 막 20대를 넘어선 첫째를 보면 파릇파릇 생기가 도는 게 기분이 좋아진다. 수험생활을 마치고 한창 신나게 보낼 대학생활을 코로나로 인해 입학식도 취소되고 집콕하며 사이버 강의로 시작해서 안타깝긴 하지만. 며칠 전 오랜만에 친구와 약속을 잡고는 전날 저녁부터 날씨를 확인하고 거실 전신 거울 앞에서 어떤 옷을 입을지 왔다 갔다 하는데 미소가 절로 나왔다. 엄마 눈에는 뭘 입어도 다 이뻐 보이고 화장을 안 해도 반짝반짝 빛이 나는데 그게 다 젊음이 주는 탄탄하고 건강한 모습 때문이지 않을까.
흔히 매체에서 안티에이징 화장품에 대한 광고를 접한다. 하나같이 자사 제품은 피부를 '다시 팽팽하게' 만들어 주름을 없애고 피부'탄력'을 끌어올린다고 주장한다. 하물며 '피부'활력'을 되찾아준다는 단골 문구도 비싸지만 사고 싶어 지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이상하게도 극적인 변화를 얻을 수 있다면 왠지 신뢰가 가고 똑같은 주름방지 크림을 놓고 고를 때 최신 실험 결과가 반영됐다는 문구와 함께 세련돼 보이면 값을 더 주고라도 사야 되나 망설이게 된다.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 여왕이 젊음을 되찾기 위해 마구간 하나를 마련해 당나귀 700마리를 기르면서 매일 당나귀 젖으로 목욕을 했다고 하는데 미용을 위한 괴상한 시도가 놀랍기만 하다. 현대 화장품 산업을 일으킨 사람 중 하나인 찰스 레브슨의 말에 완전 공감이 되었다. " 우리가 파는 것은 립스틱이 아닙니다. 우린 꿈을 팔죠"
요즘 연예인들이나 일반인 할 것 없이 피부과 시술을 많이 받는다. 오랜만에 컴백한 배우들이 시술 후 부자연스러운 모습은 예사고 선천적으로 피부가 고운 지인도 가끔 만나면 어딘지 모르게 웃는 게 어색하다 싶어 물으면 보톡스 주사를 맞았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다. 책 <피부는 인생이다>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미용시술인 보톡스의 유래가 소개되는데 흥미롭다.
1895년 전설로 불리는 세균학자 로베르트 코흐의 제자였던 에밀 반 에르멘험은 벨기에의 한 장례식장에 펼쳐진 섬뜩한 상황을 조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초상집에서 하룻밤을 꼬박 새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든 일인데 밤이 절반 정도 흐른 무렵 서른 면 남짓한 조문객들의 얼굴에서 일제히 표정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눈꺼풀이 축 늘어지고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음식을 삼키지 못하고 목에 걸려 괴로워하거나 바닥을 향해 헛구역질을 해 대는 사람들도 생겼다. 급기야 세명은 호흡이 중단되어 결국 목숨을 잃었다. 흉부 근육이 기능을 완전히 잃은 상태였다. 재앙이나 다름없는 이 상황을 면밀히 조사한 반 에르멘험은 그다지 신선하지 않은 햄에 숨어있던 세균이 원인임을 밝혀냈다. 나중에 보툴리누스균 Clostridium botulinum으로 명명된 이 균에서 만들어진 신경독소는 인체를 마비시키며 특정한 양 이상 체내에 유입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 끔찍한 장례식 사태가 지나고 1세기 후에는 각각 안과 의사, 피부과 전문의인 진 캐루더스와 알리스테어 캐루더스 부부가 눈꺼풀이 떨리는 증상(안검경련)이 나타난 환자들이 소량의 보툴리눔 독소로 치료를 받고 부가적으로 따라온 효과에 즐거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얼굴의 노화가 중단된 듯한 상태가 된 것이다. 미간에 주름이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그대로 얼어버린 것 같았다. 그로부터 20년 뒤 반쯤은 우연히 발견된 보툴리눔 독소(보톡스)의 주사 효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미용 시술로 자리 잡았다. 보톡스는 얼굴 근육을 마비시켜 미간과 얼굴이 움직 이때 생기는 주름이 보이지 않게 만든다.
16세기 유럽 여성들이 납과 식초와 만든 새하얀 반죽을 얼굴에 덕지덕지 바른 것(영국 엘리자베스 1세의 전형적인 모습)과 전략적으로 동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이런 화장을 한 상태에서는 얼굴이 조금만 움직여도 화장에 균열이 생기고 망가지는 수가 있기 때문에 얼굴을 꼼짝도 안 했다고 한다. 그러나 보톡스는 놀림의 대상이 되어 아주 작은 얼굴 표정도 짓지 못하는 배우들, 아나운서들은 소위 '로봇 톡스'라 불린단다.
해가 갈수록 노화의 징후가 나타나는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더 뛰어난 치료법들이 등장한다. 필링, 미세 박피술, 주파수 피부 타이트닝. 30대에 나도 스트레스로 인한 대상포진 후유증으로 얼굴에 난 반점들을 치료하기 위해 피부과를 찾은 적이 있다. 조그맣고 깜깜한 방에 광선치료를 한다고 마스크를 씌우고 혼자 덩그러니 있는 게 무서워서, 얼굴 전체에 마사지 크림을 마르고 물어보지도 않고 눈까지 덮는 바람에 다시는 가지 않았지만. 예뻐지려면 용기가 필요한가 싶기도 하다.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 없는 나이. 나이가 들면서 일어나는 수많은 변화가 피부에 일어난다. 저자가 말한 대로 우리 피부는 우리와 함께 나이가 들고 좋은 이야기건 나쁜 이야기건 우리 이야기를 드러낸다. 살아있는 동안 그 삶을 오롯이 살지 않는다면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젊음을 유지하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저자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긴다. 나이가 들어도 주름이나 잡티가 없는 피부를 가지기보다 세월의 흔적은 남더라도 온화함이 풍기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잘 알고 나이가 들어도 탱탱한 정신력을 유지하고 싶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