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그웨이의 실패이야기
미국의 여성 사회운동가이지 정치가인 엘리너 루스벨트. 남편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기자회견 시간에 독자적으로 첫 기자회견을 가져 미국 새 정부에 혁신적인 면을 더해 준 인물. 엘리너는 여성 기자만이 참석할 수 있다는 규칙을 만들어 당시 보수적인 신문도 여성 기자를 고용하게 했다. 그녀의 주간 기자회견 때문에 여성 기자 세대가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가 정치적인 주가를 한창 올리던 초기에 한 사람이 그녀를 찾아왔다. 그는 사회 입법에 대한 그녀의 열정적인 관심에 대해 이야기했다. 물론 이 사람은 존경의 뜻으로 그 말을 했지만 엘리너의 반응은 달랐다. "예, 나도 그 대의를 지지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열정적인'이라는 단어는 나한고 맞지 않는 것 같군요"
엘리너는 빅토리아 시대의 미덕이 여전히 살아 있던 시절에 태어났고 우아한 데다 재능과 끈기도 있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열정 그 이상의 것, 바로 목적의식과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등을 떠민 것은 '열정'이 아니라 '이성'이었다.
그녀의 활동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남편의 정치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여성문제, 인권문제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약했고 남편이 죽은 후에도 국제연합 주재 미국 대표로 있으면서 세계 인권선언의 기초에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네이버 지식백과). 그래서 그녀 하면 떠오르는 것이 우아함과 평정심 그리고 방향감각이란다.
천재 기술자 딘 카멘은 1990년대에 계단을 오를 수 있는 휠체어 아이 봇 iBOT을 만들었다. 이 기술이 더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한 그는 연구팀을 꾸려 세그웨이를 만들었다. 공해도 방지하고 사람들이 교통체증이 심한 도시를 누비고 다닐 수 있는 안전하고 연비가 높은 탈것을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
세그웨이는 크기가 작고 가볍고 저절로 균형을 잡기 때문에 우편배달부, 경찰관, 골프를 치는 사람들에게 제격이었고 궁극적으로 일상적인 이동 수단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잠재력을 지닌 제품이었다. 세그웨이는 카멘이 발명한 기술 가운데 가장 놀라운 기술이었고, 그는 "자동차가 말과 마차를 대체했듯이 세그웨이가 자동차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딘 카멘이 세그웨이를 만들 당시 자신의 이름으로 출원한 특허만 440개 이상으로 그동안 성공한 횟수만큼이나 실패도 많이 했다. 카멘은 자신의 연구 팀원들에게 "수없이 많은 개구리에게 입맞춤을 해봐야, 그중에 왕자를 하나 찾아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개구리에게 입 맞추기는 카멘의 신조였다. 그는 엔지니어들에게 어느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 모르니 원하는 답을 얻을 확률을 높이려면 여러 가지 다양한 변형을 시도해 보라고 권했다.
하지만 세그웨이를 개발할 때 딘 카멘은 제품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알아보지 않았다. 누군가가 자기의 아이디어를 도용할 까 봐 걱정이 되어서, 제품의 기본적인 개념이 너무 일찍 공개될까 봐 두려워서 철저히 비밀을 유지하려 단속했다. 카멘의 지원들조차 대부분 세그웨이를 개발하고 있는 구역에 출입이 금지되었다. 극소고 잠재적인 투자자들만이 세그웨이를 시승할 기회를 얻었다.
세그웨이에 처음 발을 딛고 올라선 스티브 잡스는 그 기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잡스는 "세그웨이는 PC에 버금갈 만큼 독창적이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상품이기 때문에 내가 세그웨이 생산에 반드시 관여해야 한다"라고 생각했다. 세그웨이를 발명한 사람과 투자자들은 세계를 바꿀 혁신적인 기술이 자기들 손안에 있다고 믿고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재능이 넘치고 똑똑한 이 사람들은 각자 본인이 추구하던 것을 열렬히 신봉했다.
그러나 이들은 주변 사람들이 우려하던 현실적인 문제들과 온갖 장애물에 대해서는 대비하지 않았고 그것들을 극복할 역량도 갖추지 못했다. 카멘은 세그웨이 기술에 대해 열정적이었지만 그 기술을 성공적으로 시장성 있는 상품으로 만드는 실행력이 부족했다.
발명가로서 카멘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무작정 낸 다음에 동료 발명가들로부터 의견을 구하고 나서 어떤 아이디어가 실용성이 있는지를 식별해내는 능력을 더 연마하는 일이다. 투자자라면 하나의 아이디어에 승부를 걸기보다는 카멘의 발명품 전체의 포트폴리오에 승부를 거는 것이 현명하다.
책 <에고의 적>의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는 인생에서 복잡한 문제나 기회 앞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열정이 아닌 명확함, 계획적인 신중함, 그리고 방법론적인 확인이라고 했다. 광기를 같은 행동을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마음 상태라고 정의한다면 열정은 비판적 인지 기능을 무디게 만드는 정신적 방해의 한 형태다. 열정이 무언가에 대한 것이라면 목적은 출발점과 방향을 가지고 열정에 우선한다는 거다.
이를테면 열정은 '나는 ~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있다'라는 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목적은 ' 나는 ~을 해야 한다. 나는 ~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나는 ~로 갈 것이다에 대한 것이다. 열정이 우리를 들뜨게 하거나 가라앉게 하는 반면 목적은 우리의 감정을 휘두르지 않고 그 자체로 존재한다. 그럼으로써 열정에 방향성을 부여하고 푯대로 기능한다. 그러므로 성공을 원한다며 목적을 가져야 한다
또한 현실주의가 필요하다. 이상보다 현실을 중시하는 사고이자 태도이고 그를 바탕으로 한 객관적 거리두기이자 균형이다.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바(목적)를 위한 이성적이고 실제적인 행동양식이다. 어디에서부터 무엇은 맨 먼저 시작할지, 어떤 방법이 조금 더 효율적인지 와 같은 문제에서 올바르게 판단하는 근거가 된단다.
새로 읽기 시작한 책 <에고라는 적>. 열정보다는 목적, 현실주의를 강조한다. 감정에 좌우되지 말고 스스로 절제 속에 내가 하고자 하는 목적을 위해 행동하라는 조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세그웨이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책 <오리지널스>에서 눈먼 열정에서 벗어나기 부분이 생각나서 다시 그 부분을 읽어보기도 했다.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정신적으로 고무되는 열정은 기분을 좋게 한다. 하지만 기억할 것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그냥 해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