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캔버스 전략
로마의 예술과 과학 체계에는 오늘날의 우리와 부분적으로 비슷한 개념 하나가 있다. 성공한 기업가나 정치인 혹은 부유한 한량들이 작가와 화가와 같은 수많은 예술가들을 후원했다는 점이다. 이 예술가들은 돈을 받는 대가로 예술작품을 제공했지만 그 이상으로 보호받았고 음식과 선물을 받는 값으로 많은 일을 해주었다. 그 역할 중 하나가 '안테암블로 anteamblo', 즉, 길라잡이였다.
로마의 유명한 풍자 시인 마르티알리스도 여러 해 동안 이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는데 그의 후원자는 유명한 스토아 철학자이자 정치적 조언자였던 세네카의 형제로 부유한 상인이었던 안네우스 멜라였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던 마르티알리스는 파틸리우스라는 또 다른 상인의 후원을 받으면서 그를 위해서도 일했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부유한 두 후원자의 집을 오가면서 그들에게 봉사하고 존경심을 표했으며 그 대가로 약간의 돈과 편의를 제공받았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봉사하는 모든 시간의 1분 1초까지도 증오했다. 그는 자기의 후원자들과 같은 대지주처럼 살고 싶었고 그런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돈과 온전하게 자기 소유의 저택을 원했다. 그래서 언젠가는 독립하기를 희망했다. 그의 글에는 때로는 로마 상류층을 향한 증오와 신랄함이 묻어나는데 마르티알리스는 자기가 그들로부터 잔인할 정도로 따돌림을 받는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 <에고의 적>의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는 마르티알리스가 그 제도에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타협할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그 제도가 그를 완전히 집어삼켜 버리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한다. 내가 만약 당시의 마르티알리스였다면 어땠을까? 존경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좋아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해야만 한다면? 그처럼 바꿀 수 없는 환경에 순응하면서도 매혹적인 풍자와 통찰을 갖춘 시를 쓰지는 못하더라도 고개를 숙이는 일이 후퇴가 아니라 전진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을까? 겉으로야 어찌 됐든 속으로는 비굴하게 굽실거리는 것에 부당함을 느끼고 수치와 굴욕적인 일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할 것 같다.
책에서 라이언 홀리데이는 이 일은 누군가에게 굽실거리는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멋있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일, 다른 사람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도록 캔버스를 찾아주는 일, 즉 길라잡이가 되라고 한다. 자기보다 높은 사람이 막힘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준다면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한 길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회생활을 막 시작할 때 우리가 부딪히는 공감 가는 문제들을 제시한다.
첫째, 당신은 본인이 생각하는 것만큼 훌륭하거나 중요한 인물이 아니다.
둘째, 지금 당신의 태도는 새롭게 속한 사회나 조직에 맞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
세쩨, 당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의 대부분 혹은 책이나 학교에서 배운 것의 대부분은 구닥다리이거나 잘못된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이미 성공한 사람이나 조직에 자기 정체성을 맞춰서 양쪽 모두를 동시에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자기만의 영광을 추구하는 것이 분명 매력적이겠지만 조직 내에서 그 방법은 썩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일보 전진을 위한 이보 후퇴'라는 태도는 또 다른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경력에서 중요한 시기에 무기력한 분노,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눌러줌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비전이나 그들이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지 않으면서도 가능한 모든 것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도록 해준다는 거다.
저자는 '덜 중요한 존재가 되고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Be lesser, Do more. 고 조언한다. 우리 자신이 아니라 만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나 방법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방식이 오랜 시간 축적되면 그 효과는 어마어마하게 커진다는 것이다.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함으로써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되고 조직 내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될 것이란다. 셀 수 없이 많은 새로운 관계들을 인맥으로 쌓을 수도 있단다. 다른 사람을 도움으로써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돕는 것, 바로 이것이 '캔버스 전략'이다
저자가 알려주는 사회생활에서의 캔버스 전략 5가지를 기억하자.
첫째, 상사에게 건네줄 멋진 아이디어들을 떠올린다.
둘째, 장래가 유망한 사람들을 찾아 서로 소개함으로써 동반 상승효과를 노린다.
셋째, 아무도 하려도 하지 않는 일을 찾아서 그 일을 한다.
넷째, 비효율적이고 불필요한 작업을 찾아낸다. 그런 다음 자원이 낭비되는 지점을 찾아서 메우고 절약되는 자원은 다른 영역으로 돌린다
다섯째, 다른 누구보다도 많이 만들어내고 자기의 아이디어를 남에게 기꺼이 공유한다.
위대한 사람들은 거의 언제나 명령을 따를 준비가 되어 있었고, 결국 나중에는 자기의 위대함을 입증했다. -마혼 경 Load Mahon , <에고라는 적> p84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 역시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는 안테암블로의 역할을 받아들이려 했던 것 같다. 힘들고 귀찮은 일도 배울 게 있다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려 했다. 경력이 쌓이다 보니 이상하게 생각이 많아지게 되더라. 마르티알리스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를 위해 돕는다는 생각 대신 희생, 복종이라는 단어가 떠올라서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한 대로 감정적이고 나 중심적인 충동들을 극복한다면 캔버스 전략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듯하다. 이 모든 것을 인간관계를 위한 투자이자 나 자신의 발전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