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용기

보이지 않으니 어떻게 하면 될까?

by 꽁스땅스

작년 6월 어느 주말, 우연히 모방송사 미우새라는 프로그램에서 박수홍과 김경식이 개그맨 이동우를 찾아간 것 잠깐 본 적이 있다. 이동우가 8년 동안 진행한 라디오 마지막 방송이 소개되고 박수홍과 김경식은 이동우 씨 딸(14살)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이러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박수홍이 이동우와 딸 지우 양에게 버킷리스트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동우 씨는 가족끼리 여행 가는데 멋있어 보인다며 자기도 자기가 운전해서 여행 가고 싶다고 했다. 두 번째 버킷리스트는 세계 각국의 사람을 만나서 하루씩 다른 사람과 지내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딸 지우 양에게도 버킷리스트를 물어봤는데 아빠랑 유럽여행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에 갔을 때는 엄마가 아빠랑 나를 다 케어했지만 이제 조금만 크면 내가 다 아빠를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속이 깊은 지우 양의 말을 들으며 울컥 눈물이 났다.


틴틴파이브로 알려진 이동우 씨는 1993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그러다 2004년 망막색소변성증 판정을 받고 시력을 모두 잃게 되었다.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은 이동우 씨, 그리고 아픔을 함께 한 아내와 딸을 보며 잠시 먹먹해졌던 기억이 난다.


한 달 5기 글쓰기 때 진선님이 마지막 라이브 톡 때 말씀하셨던 책 < 운명 따위 이겨주마>은 시각장애인 변호사 오고다 마코토에 대한 이야기다. 진선님은 이 책 시작부터 끝까지 변호사는 디자이너로 시각장애는 발성장애로 단어를 고쳐 쓰며 읽었다고 했다. 책을 읽고 미래의 모습을 그리며 책의 빈 공간에 써둔 짧은 글이 자기 충족적 예언이 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짧은 글로 본인의 미래에 되고 싶은 모습을 그렸던 대로 현재 되어가고 있음을 깨달았단다. 글쓰기의 힘을 강조하며 우리에게 나눠준 이야기가 인상적이라 메모해뒀다 바로 주문했다. 오늘 카페 하랑 봉사하는 날이라 전철에 오가며 설레는 마음으로 읽었다.



저자 오고다 마코토는 눈이 보이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이기에 너무나도 괴로웠다고 했다. 그래서 자포자기해 가장 헌신적으로 곁을 지켜주었던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종종 갈 곳을 잃은 분노를 터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낙천적이고 호기심이 많으며 지기 싫어하는 기질이 남보다 휠씬 강했기에 '하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저자의 표현으로는 태평한 구석) 같은 게 있었단다.


일반인에게도 가장 어려운 국가시험인 사법시험을 목표로 도전했다. 눈물이 날 정도로 괴로운 일이 많았지만 한 번도 '그만두겠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단다. 일본에서 사법시험에 합격한 세 번째 시각장애인 변호사가 되어 2007년 12월 1년간의 사법연수 과정을 마치고 변호가가 되어 지금까지 200여건 이상의 민형사 사건을 맡았다.


언제부터인지 '보이지 않으니 포기하자'가 아니라 '보이지 않으니 어떻게 하면 될까?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습관 되어 있었다. <운명 따위 이겨주마> p6


아직 삼분의 일 정도밖에 읽지 못했지만. 인생의 깊은 골짜기에서 불리함을 가진 변호사로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배워왔다는 오고다 마코토. 읽는 내내 언제나 마이너스에서 출발하는 데도 일의 질에 최선을 다하는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맡은 사건을 위해 의뢰인 한 명 한 명과 찬찬히 마주하며 일에 있어 초일류라는 말을 듣고 싶어 매일 엄청난 노력을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은 분명 불리한 조건이지만 그래서 더 잘 할 수 있는 일도 있다고 믿으며 본인만의 개성을 찾아가는 모습에서 예전에 먹먹했던 이동우씨 가족이 떠올랐다. 자신이 불가능한 일은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것에 수고를 아끼지 않은 두분. 어떤 일에 앞서 할 수 없는 이유만을 생각하는 나에게 잔잔한 울림을 주었다. 또한 진정한 용기가 어떤건지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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