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최애 음식은

7공기 클리어!

by 꽁스땅스

초등학교 때 엄마는 늘 일하러 나가셨다. 공무원인 아빠와 주말에도 과수원에 가시느라 집에 계시지 않았다. 우리 집 식사 메뉴는 생선조림, 된장국, 찌개류 등이었고 반찬이라면 계란 프라이, 김 정도였다. 어느 겨울 그날도 학교 다녀와서 오빠랑 엎드려서 TV를 보며 엄마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엄마가 오셔서 저녁을 준비해 주셨는데 밥상 가운데에 금방 갖은양념에 버무린 무생채가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오빠와 허기를 느끼던 차에 우리는 경쟁이나 하듯 밥공기를 비우기 시작했다. 오빠는 9공기, 난 7공기 클리어! 그날 다른 어떤 반찬보다도 밥에 얹어 먹었던 무생채 맛은 잊을 수가 없다.


그날 이후 나는 무를 애정 하게 되었다. 무생채는 말할 것도 없고 들기름에 볶은 무나물, 무 된장국, 오리고기랑 함께 먹는 무 쌈, 횟집에서 고추냉이 간장에 담가먹는 무순, 생선조림에 푹 익힌 무, 무말랭이장아찌, 무피클, 총각 무김치, 깍두기, 나박 물김치 등등. 무가 들어간 모든 음식이 좋다. 어묵탕 같은 시원한 국물 낼 때도 무는 없어서는 안 될 재료다. 추운 겨울날 아침 무 된장국에 김치만 있어도 속도 편하고 든든한 아침 식사로 그만이다. 특히 겨울 무는 보약이라 요리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내 입속으로 그리고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꼭 한 조각씩 권한다.


작년에 구청에서 제공하는 텃밭을 가꿀 기회가 생겼다. 초가을에 다른 집들은 김장 배추를 농사한다고 배추씨 대부분에 무씨는 조금 뿌렸지만 난 무씨만 뿌렸다. 무를 좋아하니까. 초겨울에 쑥쑥 자란 무들을 수확할 때의 기쁨이란. 이웃에 나눠주고 내가 좋아하는 무생채를 한동안 만들어 먹었다. 엄마의 손맛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주 많이 행복했다. 정말이지 무가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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