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하는 대화법의 이점 세 가지
음악 듣는 걸 좋아한다. 기분이 울적할 때나 집중이 안 될 때 음악을 들으면 듣는 순간만큼은 어두웠던 마음이 위로를 받는 듯하고 이런저런 생각으로 복잡하던 몸과 마음이 안정이 되는 느낌을 든다. 매주 목요일마다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봉사를 하고 있다. 바리스타 교육도 하고 커피 등의 음료를 판매하기도 하는 곳이다. 처음 그곳에서 커피를 배웠고 교육 후에는 봉사가 가능해서 지금까지 1년 넘게 해 오고 있다. 비영리단체라 수익이 나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장학금이나 후원금으로 사용된다. 아침에 출근하면 준비된 블루투스 스피커에 핸드폰을 연결해서 음악을 튼다. 정적이 흐르는 카페에 음악 하나로 분위기가 확 달라짐을 느낀다. 음악에 따라 오픈 준비하는 내 손놀림도 빨라진다.
카페 하랑 봉사를 하면서 다양한 봉사자분들, 교육생들을 만난다. 교육생들이야 두 시간 정도 수업을 하니 수업 전후로 도움을 요청하거나 커피 원두 관련 문의를 하면 답변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카페장님이 하루 봉사를 권하셔서 나는 목요일 하루 봉사를 하지만 대부분은 오전 또는 오후에 나와 반나절 봉사를 한다. 1년 동안 함께 하는 봉사자분들은 두 번 바뀌었다. 처음 함께 했던 봉사자는 나와 또래여서 처음에는 서먹했지만 6개월 정도 함께 하다 보니 많이 가까워졌다. 작년에 같은 수능 수험생이 있는 처지라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누기도 했다. 오후에 함께 하는 봉사자는 싹싹하고 라테아트를 참 잘했다. 본인의 얘기도 솔직하게 하기도 했고 내 얘기도 잘 들어주어 마음이 참 따뜻했다. 또래 봉사자는 명동점으로 가게 되어, 싹싹했던 오후 봉사자는 다시 일을 하게 되어 헤어졌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새로운 봉사자와 함께 했다.
이번에도 오전에는 또래 봉사자와 오후에는 주 3회 봉사하시는 숙대 하랑 근처에 사시는 베테랑 봉사자분이시다. 또래 봉사자와 처음 봉사를 함께 하던 날. 손님이 그리 많지는 않아 봉사하면서 필요한 것들을 설명해 주었다. 회사에서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포스 사용법이며 커피 머신, 다양한 메뉴를 만드는 재료들이 어디에 있는지 등등. 오전 시간을 함께 하다 보니 개인적인 소개도 하고 커피를 배우게 된 얘기며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한 얘기로 나누게 되었다. 첫인상에서 풍겼던 대로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했고 추임새를 넣으며 들으려 했다. 1시에 오전 봉사자가 가고 오후 봉사자분이 오셨는데 이미 베테랑 봉사자분이셔서 내가 오히려 궁금했던 것을 여쭙고 그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카페를 마감하고 집으로 오면서 그날따라 몸도 마음도 피곤했다. 하루가 지나가긴 했는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상대의 말을 듣는다는 게 참 쉽지 않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관심 없는 주제나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들을 때 마음이 불편하고 그 상황이 빨리 종료되었으면 했다. 처음 만난 사이라 화제를 돌리기도 예의가 아닌듯했다.
책 <12가지의 인생 법칙>에서 저자는 위대한 인본주의 심리학자 로저스는 경청의 본질을 이렇게 설명한다고 했다.
우리는 거의 대다수가 경청하지 못한다. 우리에게는 경청하지 않고 섣불리 상대를 평가하려는 습성이 있다. 왜냐하면 경청이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경청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에게 항상 용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12가지 인생법칙> p351
로저스는 경청이 사람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간단한 실험을 해보라고 제안한다.
논의를 잠깐 중단하고 이런 규칙을 정해 보라. 의견을 말하고 싶은 사람은 앞사람이 말한 생각과 감정을 정확하게, 그 말을 한 당사자 마음에 들도록 간략히 정리한 후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12가지 인생법칙 p351>
대화할 때 상대의 말을 요약해서 들려주고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묻는 것. 내 요약을 상대방이 흔쾌히 인정할 때도 있고 수정할 때도 있다. 드물게는 내가 완전히 잘못 이해할 때도 있다. 어떤 경우든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가족들과 대화를 할 때나 회사에서 동료들과 이야기할 때 명확하게 이해가 안 되었을 때 종종 나도 이런 방법을 쓴 적이 있다.
저자는 상대의 말을 요약하는 대화법의 이점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는 내가 상대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로저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요약 기법을 통해 어떤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그 사람의 개인적인 세계에 들어가 그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알게 되면 당신 자신이 변화되는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그의 방식대로 세상을 이해하게 되면서 당신의 사고방식과 성격이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 가능성이 요약의 가장 놀라운 측면 중 하나다"
둘째는 상대가 기억을 강화하고 활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심리 상담 상황을 예로 든다. 한 내담자가 살면서 힘들던 시기를 두서없이 감정에 사무쳐서 장황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내담자의 말을 중간중간에 요약하며 제대로 했는지 확인한다. 내담자의 설명이 점점 짧아진다. 그의 과거는 저자와 주고받은 형태로 내담자의 기억에 압축되어 저장된다. 운이 더해지면 더 좋은 기억이 되기도 한다. 이전보다 덜 부담스럽고 쓸데없는 부분은 지워지고 핵심만 남은 기억이 된다. 내담자는 기억을 정리하며 중요한 교훈을 얻는다. 우리가 과거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정확한 기록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세 번째 이점은 허수아비 논법(상대방의 견해를 실제와 다르게 왜곡하여 받아들여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는 논법)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주장을 요약할 때는 그 말을 한 당사자보다 더 명료하고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공정성을 유지하면서 그 주장을 검토하고 요약한다면 그 주장에서 가치 있는 것을 찾아내 그 과정에서 뭔가를 배울 수 있을 것이고 그 주장이 틀렸다는 판단이 들면 그 주장에 반대되는 당신의 견해를 정교하게 다듬어 더욱 강력한 주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의견은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되고 상대의 의견을 왜곡할 필요도 없어진다. 상대와의 거리도 어느 정도 메워진다.
저자는 위조지폐가 섞인 100달러짜리 지폐들을 탁자 위에 펼쳐놓고 유심히 살펴보면 작은 차이가 보이고 가짜와 진짜를 구분할 수 있듯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사람의 말을 경청할 때 취해야 하는 접근법이라 말했다.
새로운 봉사자들과 함께 한지 두 달이 되어간다. 첫날에 느꼈던 피곤함은 인제 사라지고 없다. 봉사자분들을 알아가고 그분들이 말에 담긴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고 있어서인 것 같다. 나 역시도 내 얘기를 처음 할 때 마치 막다른 골목을 헤매듯 두서없이 나열했을 수도 있는데. 그분들 역시 나처럼 고단한 하루였을 수도 있겠다 싶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봉사분들의 삶의 지혜를 배우기도 하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상대의 말에 진정한 의미를 알아내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이 이런 의미인가 싶다..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지혜라는 뜻의 이청득심(以聽得心)이 떠오른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게 그리 쉬울까? 봉사자분들과의 대화가 지루하지 않으니 나도 경청하려 노력한다는 증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