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대한 우리의 결정

두 가지의 영적 위험

by 꽁스땅스

워킹맘으로 15년 차 무렵. 회사와 집을 오가는 그야말로 주말 바라기였다. 달력에 마감 후 제출할 보고서 일정을 표시하면서 빨갛게 반짝이는 공휴일을 발견하면 무표정이 미소로 변한다. 안정된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긴 하면서도 미래의 나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으로 마음이 복잡하던 때였던 것 같다. 초등 3학년인 첫째와 유치원 다니는 둘째. 아이들을 보면서 늘 마음을 다잡고 하루하루에 충실하자는 생각으로 지냈다.


회사 동료들과 점심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한 동료가 남편과 함께 주말마다 캠핑을 한지 꽤 되었다고 했다. 맞벌이하는 상황이라 주 중에는 바쁘게 생활하다가 금요일 퇴근하고 집으로 가서 아이를 픽업하고 바로 근교 혹은 교외 캠핑장으로 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음식 관련 재료나 도구 준비를 하는 게 번거롭고 침대 체질이라 텐트에서 자는 것도 내키지 않아 할 수 없이 따라갔단다. 시간이 좀 지나다 보니 불편한 점보다는 주말 동안 자연에 머무르며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쉬는 느낌이 든다며 좋아진다고 했다. 딸과 함께 집에 있으면 각자의 공간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를 들여다보는데 캠핑장에서는 식사 준비도 같이 하고 정리한 후 장작불 앞에 앉아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다는 것이다. 순간 나도 캠핑을 시작해 볼까?라는 생각을 했다.


남편도 나도 자연을 좋아하고 아이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는 느낌에 이끌려 당시 세일 없는 브랜드에서 특별 할인가로 판매하는 텐트와 매트, 그리고 타프까지 단숨에 결제 버튼을 눌렀다. 그러고는 까맣게 잊고 또 일상에 젖어서 바쁘게 생활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찍 퇴근한 남편이 전화가 왔다. "집에 자기 이름으로 큰 상자가 두 개나 왔는데" 뜨아 적절한 시기에 얘기를 한다면서 타이밍을 놓쳤다. "어 그거 내가 캠핑 용품 샀어, xx 회사에서 싸게 판대서, 우리 가족 캠핑 다녀보려고, 미리 얘기 안 해서 미안"


그렇게 우리 가족의 캠핑은 시작되었다. 동료의 조언에 따라 남편과 가장 기본이 되는 것들만 마련을 하고 경기도에 있는 캠핑장에서 첫 캠핑을 했다. 금요일 저녁에 퇴근하고 짐을 챙기고 도착해 보니 캄캄한 밤이 되었다. 램프를 켜고 아이들과 함께 텐트와 타프를 쳤다. 이미 잠잘 시간을 지난 시간인데도 우리 모두는 새로운 경험에 신이 나서 즐겁게 주말 동안 보낼 우리의 터전을 세웠다. 이미 자리를 잡은 다른 텐트에서 장작불 타는 냄새, 캠핑장의 나무 냄새와 서늘한 바람이 어우러져 처음으로 머리가 시원해지고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자연을 소화하며 보내는 시간-산림 치유 forest therapy-은 면역기능을 강화한다.
<영양의 비밀 p293>

책 <영양의 비밀>에서 저자는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이 자연 살해 NK 세포를 증가시켜 감염과 암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준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고 했다. 자연 살해 세포는 종양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게 스스로를 파괴하라는 명령을 전달하는 일종의 백혈구라고 한다. 스트레스, 노화, 농약은 NK 세포를 감소시킨단다. 잠시 책에서 본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소개해 보겠다.


도쿄의 일본 의과대학 의학박사이자 <자연치유 Forest Bathing>의 저자인 칭 리 Qing Li는 삼림 요법의 세계적 권위자라고 한다. 몇 해 전 그의 동료들과 나무가 우리의 건강을 개선한다는 주장에 의심을 품었다. 특히 그들이 미심쩍게 생각한 것은 피톤치드-피넨, 리모넨, 그밖에 상록수를 비롯한 여러 나무와 관목에서 배출되는 연무질 aerosol-라는 휘발성 방향족 화합물이 우리의 NK 세포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었다. 과학자들은 일본의 시골 지방에서 이 피톤치드를 50-100종가량 확인했지만 도시에서는 공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찾아볼 수 없음을 밝혀냈다.


피톤치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열두 명의 피실험자를 호텔 객실에 격리했다. 몇몇 객실에는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히노키 삼나무에서 추출한 스템 오일을 내뿜은 가습기를 설치했고 나머지 객실에는 그냥 가습기만 설치했다. 삼나무 향이 나는 방에서 사흘을 묵은 이들은 NK 세포가 20퍼센트 증가했고 피로감이 덜하다고 증언했다. 통제집단에서는 아무던 변화도 나타나지 않았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삼림 요법을 시도하면 이틀째부터 NK 세포의 활동이 56퍼센트 강화되며 도시 생활로 돌아온 뒤에도 한 달 동안 23퍼센트까지 유지된다.


또한 연구자들은 도쿄의 중년 직장인들을 숲으로 데려가 사흘에 걸쳐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하게 했다. 그러고 나서 혈액검사를 해보니 그들의 NK 세포가 퍼센트 증가해 있었다. 한 달 뒤에도 그들의 NK 세포는 15 퍼센트 증가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도시에서 산책을 한 사람들의 NK 세포에는 변화가 없었다. 한주에 사흘을 숲에서 산책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으니 연구진은 하루만 교외의 공원을 산책해도 비슷한 효과가 있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단 하루 만이라도 NK 세포와 항암 단백질 수치가 급증하고 최소한 7일까지 그 상태가 유지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삼림 요법은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작용도 한단다. 도시에 남아있는 통제집단과 비교해 자연적인 환경에서 조용히 앉아있는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덜하고 차분해지며 혈압과 심장박동 수도 떨어졌다. 게다가 그들의 부교감신경 활동이 역시 55퍼센트 강화되어 이완 상태로 들어갔음이 확인되었다. 숲 속을 산책할 때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난단다.



호모 사피엔스는 모든 시간을 자연 속에서 보내는 종으로 진화했다. 현대에 접어들어서도 대다수 사람은 여전히 자신의 리듬이 자연의 리듬과 조화를 이룰 때 편안함을 느낀다. <영양의 비밀 p296>

순간의 감정에 따라 시작한 캠핑이었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자연 안에서 소중한 경험을 한 시간이었다. 기억에 남는 캠핑이라 하면 평소보다 좀 멀리 강원도로 갔을 때다. 늦여름에서 초가을 즈음이었는데 몇 주간 주말에도 근무를 하느라 못 가던 캠핑장을 오랜만에 찾았다. 이미 많은 캠핑족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간신히 텐트를 치고 식사를 간단히 준비해서 먹고는 도저히 앉아있을 힘이 없어서 텐트 안에 들어가 잠들었다. 그 사이 남편은 아이들과 캠핑장을 다니며 나뭇가지, 솔방울을 줍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피로도가 심해서 근처에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나무 냄새를 맡으며 두세 시간 정도를 푹 자고 일어났다. 자연 속에서의 낮잠은 내 몸을 다시 정상적으로 회복시켜주었다. 그야말로 꿀잠을 자고 났을 때의 개운함이었다.


그 뒤로도 첫째가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 우리 가족은 캠핑을 자주 다녔다. 캠핑을 통한 자연의 회복력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각자의 생활을 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주말에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첫째는 이제는 텐트보다 깔끔한 숙소에서 자는 걸 더 선호한다. 그래도 언제고 온 가족이 캠핑을 가서 장작을 피우고 불꽃을 바라보며 어머니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리는 날이 오길 바란다.


두 가지 영적 위험이라는 소제목의 챕터의 말미에 저자는 알도 레오 폴드의 <샌드 카운티 연감>에 남긴 경고를 실었다. 현대인은 대부분 하루에 오랜 시간 컴퓨터 앞에서 보낸다. 그리고 휴식을 취할 때조차 텔레비전을 본다. 청소년들, 어린이, 유아는 말할 것도 없다. 회사에서도 메일을 확인하고 책상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주차할 공간을 찾기도 한다. 우리의 뇌는 중요한 일과 귀찮은 일들을 하느라 쉴 새가 없다. 저자는 단순히 야외에서 운동하는 것만으로는 자연의 혜택을 온전히 수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 현대의 기술이라는 속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거다. 우리는 여전히 자연의 혜택에 의존해 살아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에 예속되어 있다고 한다. 도시생활로 인해 우리의 육체적. 영적 건강을 지탱해 준 대지와의 연결고리가 사라졌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자연과 괴리에 대해 상기시켜주는 글이다. 조금의 불편함과 부지런함이 자연이 주는 혜택을 제대로 이해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농장을 소유하지 않으면 두 가지 영적 위험이 생긴다. 첫째는 아침거리가 식료품 가게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게 될 위험이고 또 하나는 열이 아궁이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게 될 위험이다. 첫 번째 위험을 예방하려면 텃밭을 가꾸어야 하는데 이왕이면 식료품 가게가 없어야 좋다. 두 번째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장작 받침에 미끈한 참나무를 쌓아두어야 하는데 이왕이면 아궁이가 없어야 좋다. 바깥에는 2월의 눈보라에 나무들이 휘청이는 동안 장작불에 정강이를 덥혀봐야 한다. 자신이 뗄 장작을 직접 베고 쪼개고 난롯가로 들고 와 쌓는 사람은 그런 일을 하는 동안 열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기억할 것이고 주말에 도시에서 라디에이터를 끼고 사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것을 깨달을 것이다. <영양의 비밀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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