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마음에 선사하는 것
코로나로 카페 봉사를 가는 날을 제외하고는 외출을 자제하고 거의 집에서 지내고 있다. 가끔 지인이나 독서, 글쓰기 모임에 멤버분들이 산책을 하거나 가까운 곳의 여행 사진을 공유해 주시면 잠시 여행 기분을 내본다. 요 며칠 한 달 멤버 중에 한 분이 미국 여행 중이라며 멋진 풍경의 사진과 동영상을 올려주시고 계시다. 트레킹을 하시며 힘이 드실 텐데도 귀한 사진과 영상을 보내주시고 프로그램 참여도 하시는 모습이 참 존경스럽다. 간접경험이지만 그림 같은 광경에 감탄하고 서로 댓글 교환도 하니 잠시라도 즐겁다.
최근의 여행을 간 게 언제였을까? 회사 동료들과 톡 교환만 하다가 충주 당일 여행을 가게 되었다. 계획 없이 하루 휴가를 내게 된 동료 한 분이 또 다른 동료와 점심을 먹다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마음이 동하여 같은 날 휴가를 내고 나에게 연락을 주었던 것이다. 코로나로 6개월 만에 상봉을 하고는 한 동료의 차로 충주로 향했다. 한 동료가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나던 충주 악어봉 등산을 우연히 뭉친 삼인방이 함께 실행에 옮긴 날이 된 것이다. 충주는 예전에 회사에서 워크숍을 갔을 때 잠시 들른 이후 두 번째 방문이었다. 잘 가꾼 도로에 알록달록 꽃들, 화창한 날씨, 함께 하던 보고 싶은 동료들과의 여행은 두 아이의 엄마인 나를 내려놓고 여유롭게 오로시 나 자신만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루 여행이었지만 오래도록 여운이 남아 가끔씩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진다.
몇 년 전 아이들과 함께 갔던 유럽 가족 여행이 떠오른다. 첫째가 고1, 둘째가 초등 6학년. 회사에서 휴가를 쓰도록 장려하는 분위기이기도 하고 결혼기념일도 있고 해서 두 주 정도 여행을 했다. 남편과 계획을 짜고 현지에서 우리끼리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아이들을 위해 미술관은 사전 한국어 가이드를 신청해서 나름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가급적 많이 걸어 다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아이들이 직접 관찰하고 느끼기를 바랐다. 첫째가 입시 시작 전이었고 둘째도 초등 고학년이라 짧은 기간의 여행이라도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좀 더 풍요로운 학교생활을 했으면 했다. 여행을 다녀오면 언제 다녀왔는지 그 시간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가끔씩 아이들과 식사를 할 때 문득문득 여행지에서의 체험이나 관찰했던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미술관에서 보고 싶었던 마르셀 뒤샹의 작품을 접했을 때의 감동, 루브르에서 모나리자 그림을 보기 위해 사람들 사이를 동생과 비집고 들어가서 본 느낌, 해 질 무렵 유람선을 타고 본 파리의 전경, 한국인 가이드분이 추천해 준 식당에서 먹었던 오리고기의 맛, 파리 교외에 머물렀던 숙소에서 먹었던 무화과 등등. 그때의 체험과 보고 들은 것을 그저 기념물로만 간직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이라는 것. 미지의 땅에서 막연히 여정만을 소화하는 것, 쇼핑을 하는 것, 이국적인 풍경을 바라보는 것에 만족하는 것, 여행지에서 사람들과의 만남을 즐기는 것 등등. 사람마다 여행에 대해 생각하는 단상들은 다를 것 같다. 나 역시도 이국적인 풍경들에 반해 머릿속에 스냅샷처럼 떠올려보기도 하지만 생활 속에서 여행의 경험 덕분에 삶이 더 풍요로워짐을 느낀다.
어떤 일이든 다시 시작되는 내일의 나날에 활용하고 늘 자신을 개척해 가는 자세를 갖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최고로 여행하는 방법이다. <니체의 말 p62>
코로나 덕분에 거실에서 바라보는 단순히 눈에 익은 풍경에도 안정감을 느끼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평소 주위를 돌아보거나 멀리 시선을 두었을 때 별 감흥이 없던 창 너머 보이는 풍경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 우리의 일상도 우리 각자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여행이니 좋다 싫다 와 같은 감정이나 기분이 치우치지 말고 매일의 발견과 탐색으로 가득하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