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이 필요할 때 잔잔한 클래식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

by 꽁스땅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친구랑 영화관에서 봤던 영화 "쇼생크 탈출". 그때 기억에 남는 주인공 앤디의 대사 " 희망은 좋은 거죠. 가장 소중한 것이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그리고 마지막 성공적인 쇼생크에서 탈출 후 비를 맞으며 자유를 만끽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결혼 후 남편과 주말에 집에서 함께 다시 보게 되었다. 그때 잊고 있었던 명장면을 만나게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n7tf_iCGPA


긴박하게 전개되는 감옥에서의 이야기에서 잠시 그 사실을 잊을 정도로 전혀 다른 영화 같은 장면이다. 친해진 간수가 잠시 화장실로 간 사이 LP 판에서 평화로운 이중창이 교도소에 울려 퍼지고 앤디도 의자에 앉아 음악에 흠뻑 취한다. 앤디로 인해 쇼생크에 있었던 사람들은 잠시나마 자유를 경험하게 되었던 시간. 그 후 독방에 일주일을 갇히게 되지만 동료 수감자들의 물음에 앤디는 이렇게 답한다.


음악은 아름다운 것이야. 그것을 빼앗을 수 없어


그 음악은 바로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 편지의 이중창>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였다. 솔직히 오페라는 한편도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해 본 적이 없다. 가사도 오페라에 대한 자세한 내용도 모른 채 극 중에 유명한 곡들만 골라 단편적으로 듣고 즐겼다.


<피가로의 결혼>는 1782년 작곡가 파이지엘로가 발표한 [세비야의 이발사](파이지엘로의 작품보다 훨씬 유명한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1816)는 훗날 리메이크한 작품이란다)가 장기 흥행에 성공하자 모차르트는 그 인기에 힘입어 성공해 볼 계획으로 '이발사' 원작자인 보마르셰의 속편 [피가로의 결혼 Le nozze di Figaro]을 오페라로 만들자고 다 폰테를 설득했다고 한다.


연극으로 파리에서 초연될 무렵 당시 루이 16세는 불같이 화를 내며 이 작품의 상연을 전면 금지했었단다. 가장 큰 이유는 기존의 신분제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이 작품의 정치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보마르셰의 이 문학적 저항은 훗날 결국 프랑스 대혁명으로 현실화되었다고 한다.


[피가로의 결혼]은 TV 연속극과 비슷한 부부 싸움의 오페라라고 할 수 있다. 전편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난리 법석을 떨며 난관을 뚫고 결혼에 성공한 알마비바 백작과 로지나 커플이 그 속편인 [피가로의 결혼]에서 마주치기만 하는 전투적인 부부로 등장한단다. 이들과 대조를 이루는 커플은 결혼은 앞둔 피가로(전편에서는 이발사, 속편에서는 백작의 하인, 백작의 결혼을 성사시킨 공로로 하인이 됨)와 백작부인의 하녀 수잔나이다. 바람둥이 행각으로 아내 로지나를 좌절시킨 백작은 수잔나에게까지 흑심을 품는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피가로는 수잔나 및 백작부인과 연대해 계략을 써서 백작을 무릎 꿇게 만들고 백작부인은 사과를 받아들여 남편을 용서하게 된다.


[피가로의 결혼]은 부부관계, 남녀관계의 줄다리기를 보여주는 통속극으로 끝나지 않고 서로 속고 속이는 '거짓말 릴레이'안에 시민계급의 분노가 숨어있다고 한다. 보마르셰의 원작 연극 5막에서 백작을 겨냥한 피가로의 독백은 왕실과 귀족들에게 충격적이었단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보마르셰의 [피가로의 결혼]은 상연이 금지된 작품이기도 해서 대본작가 다 폰테는 검열을 피하기 위해 이 독백을 빼버리기도 했다고 한다.


백작, 당신은 절대로 수잔을, 얻을 수 없어! 귀족의 신분, 부, 높은 지위, 품위... 그런 것들을 다 지녔다고 우쭐대지. 하지만 그처럼 다양한 특권을 얻기 위해 당신이 스스로 한 일이 대체 뭐가 있지? 세상에 태어나는 수고 말고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잖아!"


찾아보니 [피가로의 결혼]에서 거의 모든 배역이 주옥같은 멜로디의 아리아를 부른다고 한다. 하지만 작품의 상황과 캐릭터의 진실을 보여주는 건 오히려 솔로 아리아보다 중창과 레치타티보(recitativo 대사를 말하듯 노래하는 형식의 창법) 쪽이란다. 영화에서 LP 판을 정리하던 앤디가 우연히 집어 든 [피가로의 결혼]. 백작부인 로지나와 수잔나의 계획하에 흑심을 품고 있었던 '알마비바'백작. 그의 계획을 수포로 돌아가기 위해 편지를 썼던 내용을 담은 <편지의 이중창>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sozeffiretto questa sera spierra
포근한 산들바람이 오늘 밤 불어오네
Sotto I pini del boschetto Ei gia il resto capira
숲의 소나무 아래 나머지는 그가 알 거야
Cansonetta sull aria Che soave zeffiretto
소리 맞춰 노래해 포근한 산들바람아


모차르트의 최고의 걸작 오페라로 꼽히는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코지 판 투테(여자는 다 그래)]세 편의 대본은 모두 다 폰테의 손끝에서 나왔다고 한다. 작업을 하루라도 빨리 완성하기 위해 다 폰테가 대본을 쓰는 동안 그 대본을 따라가며 동시에 작곡을 하다시피 했던 모차르트의 음악은 매끄럽고 유연하기도 하고 힘이 넘친다. 편지의 이중창은 제목"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만큼이나 마음의 위로와 평화를 느끼게 해 준다. 오늘 같은 주말 저녁 바쁜 일상을 잊고 잠시 이 음악에 젖어보는 건 어떨까. 음악을 들으며 영화 속의 장면도 떠올려본다면 새롭게 시작되는 한주를 헤쳐나갈 희망과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덧. 전체 오페라가 어떤지 호기심이 생겨 많이 알려진 유명한 서곡을 찾아보았다. 많이 들어봤던 친숙한 곡이라 시간날 때 전편을 시청해도 좋을 듯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1zKpcj8A2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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