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부팅을 위한 시나리오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는 진행 중이다. 언제쯤이면 새로운 학교생활을 하게 될지 기다리던 아이들은 온라인 개학을 했다. 대학 새내기인 첫째는 한 학기 동안 전공 관련 대면 수업은 고작 대여섯 번 했고 중간, 기말시험은 온라인으로 보거나 과제 제출로 대체하고 방학을 했다.
고등학생 둘째는 늦은 개학으로 학사일정이 미뤄지면서 다음 주 기말시험을 앞두고 있다. 고등학교의 경우 일주일 텀으로 한주는 온라인 한주는 오프라인으로 운영되었다. 둘째의 생활은 불규칙해졌다. 학교생활을 할 때는 몰랐던 아이의 사생활이 그야말로 느리게 돌아갔다. 오프라인 수업으로 학교에 갈 때면 신이 난 표정으로 등교 전날부터 몸도 마음도 준비를 하는지 활력이 넘친다. 반면 온라인 수업이 있는 주가 시작되면 180도로 변신한다. 간신히 등교 시간에 일어나 출석체크만 하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서는 정오가 지나서야 꿈틀거린다. 당연히 취침시간은 늦어지고 악순환의 연속이다. 개학 후 초반에는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는 듯 보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요령이 생긴 건지 엄마인 내 눈에는 건성건성 하는 듯 보인다. 속이 타서 몇 번이고 이리저리 돌려 말해본다. 아 얄미운 코로나 녀석 같으니라고!
한 달 7기가 끝나고 리프레시 기간을 보내면서 온라인 서점을 기웃거렸다. 한 달 7기 때 동료들의 서평을 보면서 메모해 뒀던 책, 한 달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을 통해 알게 된 책, 글쓰기 모임 멤버들이 추천해 준 책들을 들여다보고 몇 권 주문했다. 이미 사두고 책꽂이에 한자리를 차지한 책들도 있지만 읽다가 집중이 안 되거나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좋은 소스가 될 것들이다. 한 달을 무사히 마친 나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고.
코로나로 바뀐 일상이 언제쯤이면 원상 복귀가 될지 궁금했던 차에 김미경 강사님의 신간 <김미경의 리부트>이 눈이 들어왔다. 조금은 작은 글씨로 '코로나로 멈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법'이라는 부제가 지금 읽어야 할 책이라는 느낌이 와서 집어 들었다.
코로나의 여파로 회사의 가장 오래된 탄탄한 수익이었던 강의가 멈추면서 회사 경영이 위태로워졌다고 했다. 시간이 흘러도 강의를 다시 할 수 있을 조짐은 보이지 않고 위기를 넘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전염력이 높은 바이러스가 내준 숙제를 풀기 위해 다른 아침을 살기 시작하셨다고.
경제, 경영, 트렌드, 기술, 인문, 역사, 펜더믹 주제를 다룬 관련 서적들을 매일 읽어나갔고. 일주일에 최소 서너 명의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도 하셨다. 강연할 때 보다 더 바삐 눈 붙이는 잠깐의 시간을 빼고는 단서를 찾고 아이디어를 노트에 옮겨 적고 솔루션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하셨다. 코로나 이후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아내기 위한 강사님의 처절한 몸부림이라며. 자신만의 솔루션 노트가 반 이상 채워지고 매일 새로운 단서를 찾아 자신의 일과 결합하고 분해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이 계속되었단다.
책에서 강사님이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님을 만나 나눈 대화의 내용이 나온다.
"교수님, 우리는 언제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코로나 바이러스는 조금 사그라들 뿐 결코 종식되지 않아요. 사람들은 종식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지만 바이러스가 어떻게 완전히 종식되겠어요?"
"그럼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요?"
"지금처럼 인간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그로 인해 기후변화가 지속된다면 박쥐 외에도 다양한 생물들이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품고 2~3년 간격으로 인류를 덮칠 겁니다. 인간이 백신을 개발하는 속도보다 바이러스가 찾아오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거죠"
"그럼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죠?
"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행동 백신'이라고 불러요. 우리가 현재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백신은 행동 백신밖에 없어요. 아마도 앞으로 우리가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형태로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겁니다"
내 마음속에는 코로나라는 녀석이 언젠가는 종식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평생의 생태학자의 소명으로 살아보신 최 교수님과 저자와의 대화를 읽으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의 상황이 '임시'라는 환상에 빠져서는 안 되는 거구나!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졌다. 강사님의 다음 이야기에 집중했다.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강사님만의 방법으로 찾아낸 단서. 지금의 상황은 위기가 아니라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이라는 확신을 말씀 하셨다. 상점과 공장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일어나는 기업이 있고 황량했던 거리는 다른 모습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거다. 새로운 조짐과 현상들로 온 세상이 분주하고 작지만 분명한 신호들을 취합하니 숨어있던 질서가 보이셨다고 했다.
리부트! 우리는 블랙스완(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 중의 블랙스완을 목격하고 있다. 현재는 재시동을 앞둔 '일시 정지' 단계다. 재시동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과연 무엇이 변했고 어떤 것이 그대로 남아 있는가'라고 계속 질문할 것이다. <김미경의 리부트> p147
구글이 뽑은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미국 다빈치 연구소 소장인 토머스 프레이 Thomas Frey는 '포스트 코로나'를 한 단어로 정의해 달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리부트 reboot라는 개념은 흔히 컴퓨터 재시동을 떠올리게 하지만 원래는 영화업계에서 많이 쓰인 용어라고 한다.
영화 용어로써 리부트란 어떤 시리즈 작품에서 그 연속성을 버리고 작품의 주요 골격이나 등장인물만 차용하여 새로운 시리즈로 다시 시작하는 것을 말한단다. 많은 석학들은 코로나 이후를 모든 것이 멈추고 모든 것이 달라지는 '대전환'이라고 정의한단다. 작은 변화로는 대전환의 시대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거다.
언제 돌아갈 수 있을까?를 물을 때는 지났다. 크게 심호흡하고 '다가올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를 묻고 또 물어야 할 시간이다. 매일 조금씩 변화의 단서를 찾아내야 한다. 먹고, 살고, 배우고, 나누는 일상을 누리기 위해 다른 삶의 방식을 훈련해야 한다. 삶에 대한 성실한 자세와 뜨거운 애착으로 각자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김미경의 리부트> p22
저자 김미경 강사님은 내 인생을 바꾸는 리부트 공식을 제시하셨다. 언택트 un-tact를 넘어 온 택트 on-tact, 디지털 트랜스포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인디펜던트 워커 independent worker, 그리고 세이프티 safety라는 네 가지 리부트 공식을 무사히 잘 통과한 개인이나 사업은 코로나 이후 세상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알고 이해하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만의 리부트 시나리오를 써야 한다고 조언하신다.
새로운 시대에 리부트 하기 위해서는 내 안에 오래된 묵은 관행을 털어내야 한다. 역할을 다한 과거의 능력에게 이별을 고하는 것이다. 직업의 골격만 남기고 그동안의 방식을 바꿔야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역할과 새로운 방식이 들어와 내 직업도 살리고, 내 돈도 살리고, 내 가족도 살리고, 내 미래도 살릴 수 있다. 모든 것을 바꿔야 비로소 유능한 나로 거듭날 수 있다. <김미경의 리부트> p134
미래의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책을 읽는 내내 심장이 벌렁거리고 안일하게 보냈구나 싶었다.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을지,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삶에 적응할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섰다. 이제야 책을 읽고 삶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런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기는데 이런 문장이 나를 위로했다.
우리 대부분은 격변하는 세상의 앞줄에서 뛸 수 있는 비범함 사람들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번에도 역시 앞줄은 아닌듯하다. 그러나 앞줄이 아니라고 길을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나는 꿈을 가진 평범한 사람의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이 '추격'이라고 믿는다. 추격보다 더 용기 있는 출발은 없다. 두렵지만 확신이 없지만 그냥 한발 내딛자. 그리고 속력을 내보자. 그 여정에서 확신도 자신감도 만나자. 이 추격이란 특별한 여정을 통해 또 한 번 우리는 나와 내 꿈을 살려낼 것이라 믿는다.
<김미경의 리부트> p186
김미경 강사님은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지금이 최고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것이 바로 배우고 삶에 적용해 보는 것이란다. 뉴 러너가 되라고 조언하셨다. 책과 각종 정보로 공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미래를 현실로 이해하는 독서습관을 강조하셨다. 또한 지금이 나를 다시 돌아보고 예전보다 더 나 다운 꿈을 찾는 최적의 타이밍 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의 삶에 대한 준비에 대해 경각심을 심어준 책이다. 늦었지만 '그러나' 정신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야 함을 다짐해본다. 리부팅을 위한 시나리오 중의 하나인 매일 읽고 쓰는 한 달 서평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이번 한 달 동안 다양한 책들을 접하며 생각이 단단해져서 마음의 면역력도 키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상수인 내가 변수인 코로나를 맞아 좌절하는 대신 남과 다른 꿈을 꾸고 절망하는 대신 예전과 다른 힘을 꺼내 쓰면 된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는 지금, 스스로에게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 자신임을 끊임없이 일깨워주자. <김미경의 리부트> p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