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도 사료 알갱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면
시작은 앵두였다. 비정기적으로라도 꾸준히 글을 쓸만한 소재는 동물밖에 없었고 그렇다면 그 주인공은 앵두였다.
도도하고 새침하면서도 예쁨에서 흘러나오는 무심한 애교로 사랑을 독차지하는 우리집 최고존엄. 할 수 있다면 앵두와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앵두는 잘 먹는다. 배가 고프면 밥그릇을 툭툭 쳐 달그락 소리를 내는데 습식사료를 달라며 그릇에 말라붙어 있는 고기를 핥을 때 내는 소리가 가장 크다.
아무도 관심을 안주면 방 안에 있는 사람을 찾아서는 꼬리를 부르르 떨며 따라오란 듯 야옹거린다. 당연히 목적지는 밥그릇 앞. 가족들이 왔다 갔다 한다면 사료통 앞에 얌전히 앉아서 쳐다본다. 줄 때까지. 자다가도 사료 알갱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면 우아하게 걸어온다.
앵두를 처음 봤던 날 삐쩍 마른 주제에 보이는 왕성한 식욕에 놀랐다. 언제 다시 볼까 싶어 한통 가득 담아준 사료를 쉬지 않고 계속 먹었다. 다음날 사료는 죄다 사라져있었다. 누구랑 먹은 건지는 모르겠다. 설마 혼자 다 먹었으랴….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앵두 따라쟁이 호두.
계속 이렇게 둘이 있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