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새해 목표 세우셨나요?
신년 하고도 하루가 흘렀다. 해가 갈수록 벌써부터 새해가 무덤덤하게 느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특히 작년 2020년도에는 씁쓸한 작별인사를 고했을 것이다. 친구 중 한 명은 코로나로 인해 모든 계획이 뒤틀렸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작년 많은 계획을 보류하고, 실패로 매듭지었을 것이다. 다가오는 2021년이 설레지 않았던 이유는 어쩌면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와 올해도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다들 새해 목표 세우셨나요?
계획은 그 결과가 실패일 것 같던, 성공일 것 같던 언제나 설레었다. 변화하는 나 자신을 상상하고, 상상대로 변화하는 내 모습을 보는 일은 즐거우니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연말엔 다음 연도 다이어리를 구매하고, 신년 목표나 위시리스트를 정갈하게 적어놓는다. 하지만 나는 올해 그러지 못했다. 작년에 성과를 보지 못한 계획들을 올해엔 어떻게 이어나가야 하는 걱정뿐이었다. 번아웃이 찾아왔다.
한 때 인기 드라마였던 <괜찮아, 사랑이야>. 정신적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현대인들의 삶과 사랑을 그려냈다. 대학교 때 이상심리학 교수님께서 이 드라마의 캐릭터를 분석하는 것을 과제로 내준 적이 있다. 그래서 보게 되었는데, 인상적이었던 대목이 바로 이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었다.
"이 낙타 그림이 뭔지 알아? 사막의 유목민들은 밤에 낙타를 나무에 묶어 둬. 근데 아침에 끈을 풀어.
보다시피 그래도 낙타는 도망가지 않아. 나무에 끈이 묶인 밤을 기억하거든.
우리가 지닌 상처들을 기억하듯이, 과거의 상처나 트라우마가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는 이야기야."
내게 2020년이라는 밤이 지나고 2021년이라는 아침해가 밝았지만, 나는 지난 좌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학습된 무력감이라고도 하는 학습된 무기력.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과 스티븐 마이어(Steve Maier)가 개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발견한 증상이다.
셀리그먼은 개들을 A, B, C 세 상자에 나누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전기충격을 주었다. A는 개가 코로 레버를 움직이면 전기충격을 멈출 수 있는 환경이었고, B는 레버를 끊으로 묶어 개가 어떻게 하든 전기충격을 피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C는 아무런 전기충격을 가하지 않았다. 그리고 24시간 뒤, 셀리그먼은 장애물만 넘으면 전기충격을 피할 수 있는 상자에 모든 개들을 재배치했다.
결과는 A와 C 상자에 있던 개들은 장애물을 넘어 전기충격을 피했으나, B에 있던 개들은 장애물을 넘지 않고 고스란히 전기충격을 받았다. 이처럼 피할 수 없는 힘든 상황을 반복해서 겪게 되면,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와도 극복하려는 시도조차 없이 먼저 포기하는 현상을 학습된 무기력이라 한다. <괜찮아, 사랑이야>의 그림 속 낙타도, 힘들었던 2020년을 지나온 나도 이 실험 속 B 상자의 개처럼 무력감을 학습한 것이다.
어차피 해 봤자 안 될 텐데 뭐.
변화하려면 도전해야 하는데, 위의 낙타와 개처럼 실패했던 기억 때문에 도전해보지도 않으려 한다. 새롭게 무언가 해보려 해 봤자 바뀔 게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학습된 무기력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반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B 상자에 있던 개가 실패라는 경험의 반복으로 인해 무기력을 학습했다면, 반대로 성공이라는 경험으로 적극성을 학습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말만 쉽지.' 할 수도 있다. 성공은 우리에게 언제나 어려운 것으로 간주되어 왔으니까. 하지만 미래에도 변화하지 않고 제자리에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자니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가 너무나도 싫었다.
무기력증을 극복하기 위해 나는 성공을 경험하기 쉽고 친근한 것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기 위해 계획들을 실현 가능하도록 잘게 쪼갰다. 잘게 쪼갠 계획들에 성공 마크를 기록해가며 나는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인지시키려 노력했다.
작은 성공에도 자신을 칭찬해주며 성취감을 자주 느끼게 하도록 플래너를 썼고, 실패에는 관대해지려 노력했다. 실패로 인해 좌절할 시간에 내가 왜 이 계획에 실패했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번엔 실패하지 않으려면 계획을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러자 체크리스트엔 체크하지 못하는 항목보다 체크할 수 있는 항목들이 늘어났고, 작은 성취의 반복에 나는 무기력감에서 다시 벗어날 수 있었다.
과거의 실패했던 경험을 마이너스로 여기지 않고 플러스로 여기는 것. 그 또한 멘탈을 다잡는데 도움이 됐다. 그렇게 하면 실패한다는 것을 알았으니 보기에서 지울 수 있으니까. 실패를 반복하다 보면 결국 성공하는 방법만 남지 않을까? 결국 실패도 성공으로 나아가는 한 과정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여전히 힘에 부칠 때마다 "이렇게 해봤자 또 안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을 가장한 게으름이 찾아왔다. 그럴 때면 이 말을 머릿속에 계속 되뇌었다.
"도전하면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둘 중 하나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변화는 없다.
변화가 없다는 말은 선택지에 실패밖에 없다는 말과도 같다.
그러니 실패를 창피하게 여기지 말고, 도전하지 않는 자세를 창피하게 생각할 것."
욕심부리지 않고, 2021년에는 2020년보다는 조금 더 나은 내가 되어있길 바래본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쌓다 보면 어느새 훌쩍 성장해있을 나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