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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uh Apr 05. 2020

흐린 경계 속의 기업, the blur

디지털 플랫폼과 미래의 기업

경영 기법의 유행은 한 편에서 기업의 범위[the boundaries of the firm]에 대한 정의에 관련됩니다. 산업혁명은 기업 사이즈의 폭발적인 확장을 가져왔습니다. 1990년대 아웃소싱의 유행은 기업 사이즈의 축소에 대한 논의를 촉발했었습니다. 또한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유행은 시장에 대한 규모의 경제와 동시에 영역 확보에 대한 장점을 유포했었지요.


이것은 알고 보면 단순히 비즈니스의 기본적인 성격에 대한 것입니다. 비즈니스의 경제적인 관점은 두 가지 기능으로 축약됩니다. [매출의 증가]와 [비용의 감소]이지요. 매출의 증가를 위해서는 크기의 확대를 생각하기 쉽고, 비용의 감소를 위해서는 크기의 축소가 쉬운 솔루션이 됩니다. 경영자는 비용을 감소하면서 동시에 매출을 증가시키는 마술 같은 전략을 원하겠지요. 마술이 없지는 않습니다.


The Blurred Boundary

21세기는 참으로 유래가 없었던 시대입니다. 응축되었던 많은 것이 터져 나와 기대치도 않았던 결과와 변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혁신과 변화의 열렬한 선동자인 필자는 이러한 변화의 수혜자 중의 하나을 고백합니다. 20세기라면 저는 그저 특이한 괴짜로 기억되었을 것입니다. 오, 지금 이 글을 진지하게 읽고 있는 분처럼 이제 저는 많은 동지들을 만나게 됩니다.) 기업 구조의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의 범위를 결정하던 거래비용 이론의 설명력은 예전처럼 강력하지 않습니다. 많은 예외 변수들이 예기치 못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정체에 대한 확실성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닙니다. 모호성과 불확실성이 어떠한 미덕이 되었습니다.


어떤 기업은 더 이상 닫혀 있는 개체가 아닙니다. 열려 있는 시스템으로서 항상 범위를 조정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어떤 요소가 시스템 내에 있는지 시스템의 바깥에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환경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 생태계(ecosystem)란 명칭은 (옳게 사용한다면) 참으로 유용합니다.


이러한 기능적인 불확실성[functional uncertainty: 필자의 개념입니다]의 중심에 있는 전략적이고 기술적인 개념은 플랫폼[platform]입니다. (여기에서는 특별히 디지털 플랫폼에 한정하여 얘기하고자 합니다.) 기능적인 정의로서 플랫폼은 다양한 사용자를 연결하는 장소이며, 기술적인 정의로서 플랫폼은 디지털 전략의 일부로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집합적인 툴입니다. 디지털 플랫폼은 이미 기업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산출하였습니다. 이것을 이해하고 이용하는 기업은 비즈니스 생태계의 확장성과 포괄성을 누리게 됩니다.


The Blur

경영활동은 대중의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대중의 이해는 다만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것입니다. 제품과 서비스는 명확한 이미지를 필요로 하지만, 경영활동이란 제품과 서비스의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다양하고 복잡한 활동들에 대한 것입니다. 경영활동은 다분히 미학적이며, 의식적이고 무의식적인 지식의 통합적인 판단에 대한 것입니다. (따라서 경영학자들이 설명을 시도하기 전까지는 무척 모호하게 보일 것입니다.)  


기업이 하나의 생명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경영자들은 당연히 다양한 변화가 발생하는 시장에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마련입니다. 이것은 축구와 같은 전략적 스포츠에서 보듯이 위치 선점의 싸움입니다. 한 산업계에서의 포지셔닝을 넘어서 글로벌 시장 전체에서의 위치에 대한 전략적 판단에 대한 것입니다. 이제 [디지털 플랫폼]을 소유한 기업은 다양하게 이동하며 자체의 생명력을 강화할 것입니다. 그렇지 못한 기업은 지속을 위해서 다만 요행이나 시장의 처분을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변덕이 심한 시장과 소비자를 탓하면서 말이지요.  


높은 가치와 이상을 인식하는 경영자라면 지속하는 비즈니스를 고민해야 합니다. 모든 시대에서는 생명으로 가는 시대정신과 파멸로 가는 시대정신이 대결하고 있었음을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돈벌이 수단 이상으로서 [디지털 플랫폼]의 경영학적, 사회학적 가치를 (간단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기업이 가져야할 사회적 기능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셨다면 이것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이해하실 것입니다.)


우리는 우연히도 그리고 행운이게도 생명으로 가는 시대정신이 조금 더 열려 있는 시기에 살고 있습니다. 시기를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또한 돈에 대한 일방향적인 탐욕이 파멸로 가는 시대정신의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된다는 것도 잊지 마십시오.


"생명은 단체적인 공존을 통해서만이 강화됩니다."



Lonesome Street by Blur (2015)


*Title Image fr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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