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이름 없는 핵심

by 서태원 Taewon Suh

The Alan Parsons Project를 아십니까?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전반에 꽤 인기를 끌었던 아트록 그룹입니다. 다수의 객원 멤버와 함께 앨범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성 밴드입니다. 지금은 흔하지만 그때는 선구자였던 밴드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이름에 따라 이 그룹은 Alan Parsons란 사람이 주축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들 앨범의 이너 노트를 보면 Alan Parsons라는 사람은 production, engineering, programming, composition, keyboards, guitar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Eric Woolfson이란 사람은 composition, lyrics, piano, keyboards, vocals, executive production를 담당합니다.


이들을 잘 알게 된 후, 나는 왜 이 밴드가 The Eric Woolfson Project 혹은 The Woolfson and Parsons Project가 아니라 The Alan Parsons Project인지에 대해 많이 의아했습니다. 자고로 제작, 엔지니어링, 연주 등은 스태프의 일이고 밴드의 핵심은 대개 곡을 만들고 부르는 데 있습니다. 이들의 주 히트곡은 대개 Eric Woolfson이 작곡하고 노래까지 불렀던 터라 이것은 꽤 논리적인 질문이었습니다.

The Alan Parsons Project - Eye in the Sky (1982)

이 밴드의 이름은 사실 임시로 지은 이름이 밴드의 공식적인 이름이 된 터라 이들이 이름에 대해 크게 신경 쓰는 스타일이 아니었던 사례일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결성 당시 알란은 The Beatles와 Pink Floyd의 앨범에 참여했던 잘 나가던 엔지니어였으며 프로젝트도 자신의 기획이었습니다. 사실 그 작명은 특이했지만 이상한 것이 아녔던 것입니다. 오히려 리드 싱어나 핀업 멤버가 아닌 제작 스태프가 밴드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이제 이것은 혁신적인 밴드 구조와 작명으로 이해됩니다.


원래 에릭은 알란의 매니저였습니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자였던 에릭은 돈벌이가 수월치 않자 아티스트 매니지먼트를 시작했었고 그러다가 Abbey Road 스튜디오에서 잘 나가던 엔지니어였던 알란을 만나게 됩니다. 알란의 매니저 역을 수행하다가 그의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주로 건반과 가이드 보컬을 담당하지만 앨범 컨셉트에 대한 기획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어쨌든 에릭은 5집인 1980년작 [The Turn of a Friendly Card]부터 전면에 나서 대다수의 곡을 작곡하고 리드 싱어까지 맡게 됩니다. 멜로디를 강조하는 그의 작곡 능력과 부드러운 음색이 대중에게 어필하게 된 것입니다. 이 앨범은 이들의 첫 플래티넘이 되고 성공은 다음 앨범인 [Eye in the Sky]까지 이어집니다. 그야말로 남의 프로젝트를 꿰차고 앉아서 북 치고 장구까지 칩게 됩니다.

Phil Spector에 대한 오마쥬, Don't Answer Me (1984): 역시 에릭 울프슨의 보컬입니다.

한편, 사소한 것에 큰 진실이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존 레넌의 자리를 폴 매카트니가 차지하게 되자 비틀스는 해체로 향하게 된 반면, 알란의 자리에 에릭이 들어오자 이 밴드는 성공하게 됩니다. 밴드의 이름과 밴드 내의 주도권 등이 그저 사소한 것 같지만 인간관계의 역사는 생각보다 복잡하여 사소한 것에서 틀어지거나 달리 결정되기도 합니다.


남의 프로젝트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사람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대단한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기 이름을 건 프로젝트에서 뒤로 나앉는 것이 투미해 보일 수도 있지만 또한 대단한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이 밴드가 결과적으로 잘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누계로 오천만장 이상의 음반을 팔았습니다!)


매우 강한 팀에는 그때 그때의 자잘한 손실과 이득을 크게 따지지 않고 더 큰 그림을 보며 정진하는 멤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멤버를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멤버도 필요합니다. 사례로 보면 후자가 리더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The Alan parsons Project의 이름은 매우 합당하군요.


팀 chemistry에 대한 한 가지 정의를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Time (1980) by The Alan Parsons Project


*Title Image: I Robot (1977) by The Alan Parsons Project, the album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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