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엉망이라 조금 우울하지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이십대막바지의 글
비참하다
회사에서도 사생활에서도
뭐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기분이다
기분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회사에서는 이제 아무도 나를 신뢰하지 못한다.
맡기면 또 실수할까봐 아예 일을 가져가버리고
알려준 내용을 잊어먹었을까봐 몇번이고 노티한다.
분명 11시까지 오기로 되어있지만 10분이고 20분이고, 12시를 넘어 오기도 부지기수다. 그때마다 젊은 꼰대들의 침묵을 맞이하며 눈치를 살피고, 기가 팍 죽어 조용히 늦은 점심을 먹으러 다녀오고 침묵하여 일을 하는 내 꼴이란.
그런 모습에 자존심이 상하는데 또 그런 주변의 노력이 도움이 되는게 더 골때린다.
그러다가 또 일이라도 터지면 '그럼그렇지' 하는 주변의 침묵, '또그러냐며' 높아지는 사수의 언성. 그리도 점잖은 분의 입에서 한숨이라도 나올라치면 폐를 끼친것도 모자라 누군가를 실망시켰다는 생각에 괴로움은 최고조에 달한다.
사실 거짓말이다. 괴로움도 예전만 못하고, 그마저도 금새 잊어먹는다.
혹은 너무 잦아 다 닳아가고 있는것일수도. 이런 비참함, 실망시켰다는 괴로움, 자존심 .이 와중에 적응력하나는 좋아서 이 모든 쇠가시 같은 자극들에 점점 무뎌지고 있다.
나름대로 노력하는데 잘 안된다. 큰 시야를 갖기가 힘들고 사소하게 무언가를 자꾸 놓친다. 시간을 맞추기도 힘들고. 일은 못하는데 성실하지도 못한. 기억력도 안좋은. 그야말로 '최악'의 피고용인이다.
왜 나는 이모양 이꼴이 되었을까?
불과 전회사 다닐때까지만 해도 이정도는 아니었던것같은데.
쓰리잡을 하는게, 회사다니며 사업을 하는게 그렇게나 감당못할일인가? 거의 오토인데도 말이다.
급격한 전두엽 기능저하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것인가?
이쯤되면 adhd를 의심하며 정신과를 찾을법도 한데 그마저도 뭐가 두려운건지 망설이고 있다.
바빠서 그런걸거야. 멀티를 줄이면 괜찮아질거야. 정신과약이 아니라 신경과에서 처방해준 혈액순환제를 먹으며 호전이 가능할거야. 약을 먹어도 결국 기능적으로 개선이 되는것이 아니고 장기적 습관 형성에 방점이 있는 치료이니, 건강한 습관설계로 보완하면 될거야.
휴.
대안이 너무 많다. 시도해보고 그래도 안됐을때 차선을 생각해도 되는 최선이 너무 많다. 그 '최선'을 제대로 안하니 문제는 길어지고 있고 말이다.
약을 먹기시작한다는게 그렇게나 반감을 가질일일까?
그런데 웃긴건, adhd가 아닐수도 있다는것. 혼자 지레 짐작하는 것이고 오히려 다른 기능적 문제가 있는것일수도 있는데. 이를 알기위해선 뭐라도 해봐야할텐데 그마저도.. 에휴
사생활에서는 어떠한가.
같이 놀 친구가 없다
애인도 없다.
애인을 소개시켜주는 친구도 없다. 엄밀히 말하면.. 애인을 구하고 있다는 적극적 어필을 할 태도가 없고 어쩌면 그만한 매력이 없는걸수도.
그리고는 매몰차게 걷어낸 전애인을, 그만큼 나를 챙겨주던 사람은 또 없었는데..하며 그리워한다. 참내원 골때린다
생산성을 그리도 외치면서 목표하는 일을 몇주째,몇달째, 몇년째 해결을 못하고 있다.
아예 목표에서 지워버리든가, 욕심이 그러지는 또 못해서 마음의 짐으로 남아 한없이 내 뇌의 공간을 차지해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
내 뇌의 공간비는 비싸다. 뇌에 입장하고 공간을 차지하는 대가는 크다. 그 공간이 넓지를 못하니 말이다. 여러군데/ 꼼꼼하게 신경을 잘 못쓰고 멀티를 오지게 못한다는 거다.
이를 어서 인정하고 빨리 알아야한다. 내 뇌용량의 크기를 말이다. 하여 어느정도의 멀티가 적정한지도. 일을 벌리는것도 적당히, 전략적으로 해야한다는 소리다.
그래야 내 실행력, 삶의 질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
많은것을 배우고 있는 스물아홉의 막바지다. 이십대를 나를 이해하는 시행착오의 비용으로 썼다고 생각하는데, 아직도 한참인 기분이다. 삼십대 초반도 이어지려나. 이제좀 알았나 했는데.
부디 최적화가 얼른 마무리되어.. 쌓아가는 삶이 되기를 바란다.
한참 우울해 창을 키고 추적추적 글을 적던것인데, 또 이렇게 재기를 다짐하며 글을 마무리하는 긍정미는 ... 그래 인정한다. 최고의 자산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