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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루 Oct 11. 2022

보증금 16% 올리고 전세연장을 한 이유

결정장애를 앓고있는 세상의 모든이들에게

바쁘니까 소멸되어버리는 생각들.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두달반. 그 이후로 하루종일 집에서 넷플릭스만 보는 여유란 없다시피하다.

거기에 전세계약 만료 이슈도 겹쳐서 9월말부터 근3주를 정말 피말리고 정신없게도 살았다. 


결과적으로만 말을 하면, 이번 연휴(10월 첫주와 둘째주에 월요일을 모두 쉬는 대체휴일이 있었다. 즉 2주연속 주4일을 한것!)를 끝으로 대부분의 큼직한 사안들이 마무리 되었다. 


세번째 사이드 프로젝트도 오늘부로 마무리지었고, 전세연장 이슈도 얼추 결론이 났다

마지막까지 갈팡질팡. 사실상 이사를 가는걸로 마음먹었다가 엄마와의 전화한통으로 연장을 진행하게 되었다.


연장을 마음먹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1)확연하게 더 좋은 조건으로 옮겨가는 이사가 아닌 이상 최소화하는게 좋다는생각.이래저래 다 금전/정신/체력적 비용이니

2)(아주 보수적으로 봤을때) 이사갈 곳의 매물의 안정성이 확실해보이지 않다는것. 공시지가<전세가격(이건 보편적이긴 하지만..), 보증보험을 들지말라던지 등.

3)지금집에 이사를 고려한 집과 비교할때 더 이쁜 구석이 있다는점. 풍요로운 공간, 쏟아지는 채광. 이 두개인듯..? 

4)변화에 있어 안정적이라는것.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것. 품이 덜든다는것. 현상유지에서 오는 비용절감

5)약간의 자금 세이브. 천만원 차이긴 하지만 그마저도 금리가 8프로를 육박하는 이 시국에는 무시할수없지 암. 


그곳이 매우 끌렸던 이유도 있다.

0)우선 괘씸한 지금집의 집주인.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새도 없이 나가지 않을거면 보증금을 16%라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사정상 어찌저찌해서 그 권리를 쓰지 않았는데 나 호구였던걸까.  

1)환상적인 주변 인프라. 러닝트랙이 있는 넓은 공원과 도서관. 

2)최고의 교통.약 5개 호선이 도보 5-10분만에 모두 도달한다. 아니 공덕보다 좋잖아..?

3)널찍한 창문이 있는 거실이 있다는것. 내가 꿈꾸던건데...?

4)회사와 걸어서 5분거리... 이게 장점인지는 모르겠지만

5)전부 리모델링. 역시 아주 크리티컬한 부분이었다. 모든게 새거야

6)집주인이 멀리살고, 이웃이 많지 않아 전대가 용이해보이는 점. 곧 해외로 갈생각을 하는 입장에서 가장 크리티컬했다

7)이 위치, 이 상태로 이가격..? 지금 집보다는 비싸도 애초에 기존 집이 싼거고, 지금 시세에 투룸이 이 가격은, 그리고 이 지역에서는 다시는 없을거라는 생각 


아아.. 나열하자니 정말 끝도 없지만 

그곳의 매력들을 어떻게든 후려치기 하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회사 옆이니 주변 인프라는 점심시간이나 퇴근후 언제든 이용가능할거다.. 

평수가 비슷해도 베란다가 생기는 바람에 실활용면적은 거실 방 두개 모두 다 작아졌다.. 거실도 금새 좁아서 힘들어했을거다.. 

회사까지 어느정도 거리가 있어서 매일아침하던 러닝습관을 유지하는데 차질이 생길수도 있을거다.. 

어쩌면 전대라는게 용이하지 않을수도 . 그냥 어쩌면 전대생각은 그만해야할수도.. 

나중에 때가 되서 찾아보면 적당한데가 또 있을수 있을거다. 정안되면 투룸을 포기하면 되니... 시간을 갖고 조바심 버리고 천천히 더 넓은 눈으로 살펴보자 분명 틈새기회가 또 나올거다 .. 

그리고 어쩌면 난 매매로 곧 가게 될수도 있으니.. 전세에서 힘많이 뺴지 말고 최대한 모으고 모아서 한방에 옮기는 생각도 해보자.. 


등등


솔직히 뭘 선택하든 다 장점이 확실해서 문제가 없었을것이다. 즉 뭘 골라도 다 괜찮을 것이라는것.

그 중에 뭐가더 나은지 파고들며 고민하다보니 3주를 그렇게 골머리를 앓았던 것이다.

잠을 잘 못잤던거 같다. 밤새 고민하느라. 그리고 이게 해결이 안되니 뒤에 처리해야할 다른 것들도 계속 밀리는 차질이 생겼고

결국 뭐하나 정해진것 없고 체계가 잡히지 않은채로 3주를 질질 끌려오다시피 했다. 

아 그냥 결론이 빨리 났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도 아몰라 하며 눈감고 하나를 딱 찍을수는 없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남의 말도 들어보고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며, 결국 손으로 막 적어낸 끝에 겨우 생각을 정리해 결정을 내렸드랬다.


*어쩌면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때 치열한 논증보다도 더 크리티컬하게 작용하는건 충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시간이었다. 그집에 완전히 꽂혀버린것도 러닝에 한창 빠진 내가 트랙이 있는 공원이 바로 집옆에 있는 것을 목격한 그날밤이었으니. 그리고 매일 아침 쏟아지는 채광에 눈부셔 일어나며 아 역시 지금집이 좋긴 좋은데.. 하며 전날밤 성을 쌓은 이사생각은 싹잊어버리는 날이 부지기수였으니.


나는, 그리고 사람들은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비이성적으로 선택을 내리며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래도 세상은 굴러간다. 안망한다. 그정도 고민했으면 충분히 따져본거고, 뭘 선택하든 다 중간이상일 터이니 그 이후로는 정말 가치의 문제, 선택의 문제가 되는 듯하다. 

안좋은점은 받아들이고, 좋은점에 집중하면서 살아가는거다. 

세상일이 좋기만 하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으니. 

딱 흙묻은 사탕이다. 사탕을 먹기위해 흙을 감수해야하는. 혹은 흙때문에 사탕을 버려야하는. 

연륜이란 흙을 먹을줄 아는 의연함과 사탕을 버릴줄아는 결단력. 그리고 약간의 신경끄기와 좋은점을 극대화해서 보는 약간의 합리화에 능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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