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어쩐지 잘 풀린다 했다
‘운이 좋은 사람들의 특징‘이라는 이연님의 영상을 좋아한다.
운이 좋은 사람, 즉 일이 잘풀리고 좋은 일만 있는것 같은 사람, 행복한 것만 같은 사람은 계속 그런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왜 그렇게 잘풀리냐, 똑같이 좋은일 나쁜일 생기지만 좋은일에 집중하고, 나쁜일을 좋은 방식으로 승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골자다.
너무나 공감하고, 또 나도 그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영상을 여러번 봤드랬다. 그래, 내가 인생이 쉬운듯한 이유는 나의 긍정미 때문이었어. 생각을 오래 깊이 가두고 있지 않는 뇌가소성과 '그럼 난 여기서 뭘 얻을수있지?' 꼭 상황에서 취할 스텝이 무엇인지 so what을 생각하는 사고회로가 많은것을 쉽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다. 하여 실제로 안좋은일들이 있어도 타격을 많이 받지 않고, 상황을 타개하는데 빠르게 액선을 취해서 문제가 속히 해결되고, 좋은게 무엇인지 빠르게 합리화 하니까 마음이 힘들일도 없었다.
그래서 실제로 나를 힘들게 하는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내가 정신적 합리화를 할 수도 없을 만큼 overwelming한게 아니고, 많은것을 잃어버린 복구 불가한 상황이 아닌 이상 말이다.
싱가폴에 와서도 그러한 기조는 계속 되었다. 처음에 이곳의 물가에 크게 치이며 살짝 머리가 띵해지는 경험을 했지만, 이전의 경험으로 갈고닦은 방법을 이용해 금새 진정시키고 다시 정신을 또렷이 하며 문제를 직시했다.
지금 나의 멘붕은 이 문제 때문에 생긴것이다. 이것을 해결하면 이멘붕도 사라진다. 그러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이걸 어서 해결하자.
그렇게 문제는 금새 해결이 되었다. 너무나 운이 좋게도 굉장히 좋은 조건으로 해결이 되었다.
그당시의 문제가 바로 집문제였다. 싱가폴에 몇년 살생각을 하고 오면서 집을 알아보지 않고 왔다.
단순히 게을렀다고 하기엔 뷰잉이든 뭐든, 한국에서 집을 원격으로 찾는데는 한계가 있기에 그냥 와서 찾자 어떻게든 되겠지,, 의 심정으로 출근까지 약 4일정도의 텀을 두고 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캡슐호텔에 지내는 그 4일의 시간은 참으로 고됐다. 좀더 적나라해지자면 괴로웠다.
공간의 협소함, 코리빙환경 등 제약이 이만저만이 아닌것은 말할것도 없고.
무엇보다 집을 구하는게 어려웠다. 매물이 없던 것은 아닌데 생각보다 더 비쌌고 입주일을 맞추는것도 어려웠다.
그러다가 너무 좋은 조건의 집을 발견해서 할렐루야! 쾌재를 외쳤다.
방에 개인 화장실과 개인 발코니, 개인 세탁기가 있고 거실과 키친을 단 한명과만 쉐어하는 단독주택의 방이었다.
위치도 회사와 매우가깝고, 조금만 가면 바다가 있고 감성 카페들이 즐비했다.
그런곳이 120만원 밖에 안했다. 밖에 안한다는 말이 한국물가가 패치된 상태에서는 이상하게 들리지만 이 곳 싱가폴에서는 그렇다.
비슷한 조건을 구하려면.. 족히 200만원은 줘야한다. 이 얼마나 횡재란 말인가!
입주일이 보름이나 떠서 이것때매 또 멘붕을 했지만.. 역시나 너무나 좋은 조건으로 갭으로 지낼 곳도 바로 구했더랬다. 이모든게 정신을 또렷이 하기로 마음먹고 문제를 직시하고 하루 한나절만에 이루어진일!
문제가 산재해있고, 계속 마음에 담아두며 스트레스를 받던것을 직시해서 이렇게 빠르게 끝낼 수 있다는걸 확인하니 허무하기도 했지만
앞으로 더더 빨리 나를 위해 정신을 빨리 차리기로 보다 선순환스러운 생각을 하는 계기였다 .
그렇게 모든게 해피할줄로만 알았다.
그 조건이 좋은 집에 들어와서 내가 2주만에 나가게될줄은 아무것도 모른채.
--
집에 들어올적에 나는 누구와도 계약을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나와 거실을 쉐어하는 플랫메이트가 올린 공고를 보고 들어온것이고, 그사람에게 월세를 주기로 하는 상황이었다.
집주인이 나를 정식 입주민으로 등록해줄지에 대해서도 확인을 했으니 , 그냥 그런줄로만 알았다.
뭔가를 명확히 하면서 까다롭게 따지고 뭐하고 하기에 조건이 너무 좋았다. 내가 안일했던 탓도 있다.
그러다가 집앞에서 우연히 집주인을 마주치게 된다. 집주인 왈, 나는 집주인과 계약을 맺고 들어온게 아니니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게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리?
얼른 상황을 정리하고, 집주인 번호도 받은 뒤 플랫메잇에게 가서 물었다.
그녀도 당황을 했는지, 아직 집주인에게 말하지 않았을 뿐 문제 없을거라고 했다.
그때부터 그녀에 대한 나의 맹목적인 불신이 시작되었다.
뭔가 시원하게 설명해주는 것도 없고, 보여주는것도 없었다.
이후 에이전트와 한 대화 내용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마저도 한정되어서 집주인이 동의를 했다는건지 분명하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본인들끼리 대화한 내용만 가지고 내가 믿을수가 없지 않은가.
그렇게 기다리다가 약속한 3월15일에 일이 터지고 말았다.
첫 정식 월세를 납부하는 날이었는데, 나는 그날 집주인과의 계약서에 내 이름이 올라간 것을 확인시켜주는 날인줄로 알고 있었따.
즉 나의 이 모든 의문을 잠재워줄 확정된 무언가를 그녀에게서 받아볼 수 있길 기대했다.
집주인에게 나가라는 소리까지 들은 입장에서 너무나 당연한 처사였다.
헌데 그녀는 다짜고짜 '오늘은 월세내는 날인거 리마인드 드린다'는 말을 할 뿐이었다. 계약서는?
침착하게 '오늘 계약서 쓰는날이죠? 계약서 확인 완료하고 입금드릴게요'라고 답했다.
그렇게 내가 계약서를 확인한것은 당일 밤 10시가 다 되어서였다.
나도 월세를 밀리고 싶지 않았기에, 밖에 있었고 늦은시간이지만 서면으로 전달받은 계약서를 빨리 확인을 했다.
헌데 이게 웬걸, 그녀와 나의 전대 계약서였던 것이다. 집주인의 동의 이런게 하나도 적혀있지 않은!
다시 물었다, 집주인 동의는 확인이 안되는데 '집주인이 나를 정식테넌트로 등록해주는게 가능하고 혹여나 안돼서 나가야되는 상황 생길시 그에 대한 패널티 지지 않는다'라는 조항을 추가해달라고.
그녀에게서 돌아온 답은 골이 때렸다. '정식등록이 된다고 몇번 말씀을 드리냐, 계약서는 일반적인 상황을 상정하는 것이다.' 라며
집주인의 동의가 있는지 확인할수있는 아무 서류도 전달주지 않고, 내 조항을 추가해주지도 않았으며, 더불어 하나의 조항까지 추가했다.
'밤12시이후 소음이 생길시 본인이 쫓아낼수있음. 이때 보증금 돌려주지 아니함'
기가 찼다. 그리고 너무 수상쩍었다. 무언가 숨기는게 있는게 아닌이상 이렇게까지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답도 시원하게 안줄수가 없는데.
그리고 마지막 추가한 조항은 , 뭐 그냥 나가란 소리가 아니면 뭐란 소리인지?
그녀가 말하는 정식등록은 그냥 내가 혼자 mom사이트가서 하는거고, 내가 말하는 정식등록은 집주인이 직접 나를 정식으로 등록해주는 스탬듀티를 일컬었다. 첫번째는 이민국,두번째는 부동산 당국과 관련된것.
두번째가 보다 확실한 권리보호가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세입자 입장에서는 좋고 많은분들에 따르면 그걸 받는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그걸받았다는건 집주인 동의가 확실히 있음을 확인한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그녀는 왜 스탬듀티까지 필요하냐며 토를 달았다. 물어봐 줄수는 있는데 왜 하려고 하는건지 물었다.
그렇게 이야기는 계속 돌고 돌았다. 나의 '정식등록'과 그녀의 '정식등록'간의 의미차이가 반복되고, 그녀는 내가 보여달라는것을 안보여주는 과정에서 월세는 입금이 안되고 있으니(그래봤자 딱 하루였다) 그녀는 화가 치밀어올랐나보다. 그리고는 내게 못할말 까지 해버린다.
'비즈니스 예의를 갖추세요'
에?? ㅋㅋ
지금 비즈니스 의무를 다하지 않아서 폐를 끼친게 누군데 그런소릴 나에게?
나는 최선을 다해서 모든 예의를 다해 그녀에게 말하고 있었고, 그녀야말로 짜증섞인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잘못한게 있다면 그건 그녀에게 있었다. 나로 하여금 집주인에게 그런소리를 듣게하지않았는가?
왜 미리 집주인에게 말을하지 않아서, 혹은 나에게 말을하지 않아서 일이 그지경까지 되게했느냐는 거다.
나를 불안하게 만든건 그녀이지 않은가?
그러면서 정작 나를 '모든걸 확실하게 하려고 하는 까다로운 사람'으로 몰아가는게 기가찼다.
거기에 계속해서 내게 ' 불편하면 계약진행안하셔도 돼요. 잘생각해보고 내일까지 말해주세요.'라며 나가라는 소리를 자꾸 부추겼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주변의 모든 사람들도 거긴 아니라며 나오라고 부추겼고 말이다.
그렇게 '비즈니스 예의'
그 문장을 보는 순간, 그녀와 살수는 없겠다고 판단 내렸다. 결코 나도 같이 파르르 화가 나서 내린 감정적인 결정이 아니었다.
이렇게 살다가는 보증금도 못돌려받고 홀라당 쫓겨날 수 도 있겠다는 강한 느낌이 들었달까.
물론 나중에 감정이 다 가라앉고, 현 싱가폴 집값 상황을 목도한 이후로는 내내 아쉬웠고, 그녀에게 다시 말을 번복하긴 헀지만.
That's what happened이다.
이제 좀 정착해서 다시 내루틴을 활성화 하고, 생산적인 사이드 프로젝트를 이어나가려 하는 중에 이렇게 집을 다시 알아봐야한다는 거대한 똥이 투척되어버렸다. 언제 또 알아보고 언제또 짐을 싸고 언제또 이사가서 언제또 청소를 하고 언제또 짐을 푸냐.. 하 생각만해도 질린다.
일이 어쩐지 잘풀린다 했다. 어쩐지 너무 좋은 조건의 집이 쉽게 구해진다 했다. 좋은 일들만 우루루 몰려생긴다 했다.
지금은 그냥 불운이 몰려오는 시기이려나.
이빨도 뜯어지고 어휴.
위에서 말한 운이 좋은 사람의 특징에 따르면, 이러한 불운을 불운 그 자체로 나에게 들어오게 하지 말고, 특유의 긍정적 시각으로 필터링해 so what을 묻는 액션으로 승화하면 될일이려나.
'그래 이런점이 안좋았는데 오히려 잘됐지. 이정도로 안맞는건 계속 문제가 됐을거야. 그를 보완할 다른 곳을 모색해보자. ' 하며 빠르게 좋은 컨디션의 집을 다시 찾는데 착수하면 될일이겠지.
근데 이번건 타격이 꽤 크네.. 집도 잘 안구해지고. 집에서 숨쉴때마다 아쉽고. 몸에 힘도 없고. 에휴.
모든 글을 파이팅넘치게만 마무리할 수는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