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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루 Jan 06. 2020

전국토론대회 수상자가 전하는 말 잘하는 법 01

ep1.말잘하는 사람은 말하기가 뭔지 안다

'말하기를 무서워하는 아이'

주입식 교육하에 착실하게 길러져온 내가 대학에 처음 들어가 한 일은 컴플렉스를 극복하는 일이었다. 그것은 바로 말하기.

나는 말을 잘 하지 못했다. 말하려는게 무엇인지 스스로 정리가 잘 안됐고 이를 즉석에서 쉽고 명확하게 무엇보다 바로 전하는 연습이 부족했다. 중언부언, 불필요한 언어습관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를 극복하고자 토론동아리에 들어갔으나 그곳은 말을 잘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아닌 잘하는 이들이 들어오는 곳이란 걸 알고 좌절했다. 동아리 내에서 침묵을 담당할 정도로 말잘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기죽기나 일쑤였다. 허나 숱한 낙담에도 멈추지 않고 컴플렉스 극복 시도를 이어나갔고 대학교 3학년, 교내 최대 토론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그렇게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같은 해와 이듬해 전국규모 토론대회 및 프레젠테이션대회에서 2위를 비롯한 수차례 수상의 영예를 얻게 된다. 대학을 수료한 지금은 말하기를 대하며 마련한 나만의 내공을 바탕으로 이전의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토론/스피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체 나는 뭘 한 걸까? 뭘 했길래 말을 무서워하던 아이가 전국대회 상을 싹쓸이 하고 다닐 수 있게 된 것일까. 수강생들에게 전하는 나의 이야기를 글로써 전해보고자 한다.


말을 잘하는게 무엇일까 

내게 말을 잘하는게 무어냐고 묻는다면 한마디로 대답하겠다. "메시지를 잘 전하는 것"

메세지 전달은 말하기의 유일무이한 목표이다. 그 메시지가 설명인지 설득인지에 따라 말하기 유형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어떠한 목적이든, 하려는 말을 청자에게 이해시키는 것을 선행하지 않고는 메세지 전달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당연한 이야기를 하나 더 붙이자면, 말을 잘하려면 우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어야한다. 즉 할 말이 있을 때만 말을 해야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간단한 말하기의 대원칙을 가슴에 품는 것만으로도 말하기를 대하는 태도는 크게 변할 수 있다.




말하기 개념의 재정의 

'말을 잘하는' 사람은 어떻게 말하는 사람일까?

목소리가 좋은 사람? 재밌게 말하는 사람? 조리있게 말하는 사람?

말하기 수업을 수차례 진행하며 만났던 수강생들은 모두 말을 잘하고 싶어서 한자리에 모였지만 하나같이 똑같은 모습을 꿈꾸고 있지는 않았다. 대체 말을 잘하는 사람은 어떻게 말하는 사람이냐는 질문에 대한 수강생들의 답을 모았더니 이렇게나 다양했다. 


- 말에 핵심을 잘 담는다
- 대화의 핀트를 잘 알아먹는다
- 짜임새있는 구조를 가지고 조리있게 말한다
- 논리적으로 말한다
- 납득이 잘 되게끔 말한다
- 이해가 쏙쏙 되게끔 말한다
- 분명 어려운 내용인데 쉽게 말한다
- 자신감있게 말한다
- 대본을 보지 않고도 술술 말한다
- 즉석에서 어휘와 조사를 적재적소에 쓰며 말한다
- 아는게 많고 통찰력있다
- 목소리와 발음이 좋다
- 상대를 존중하며 말한다


모두 정답이다. 위에 언급된 사람들은 모두 말을 잘하는 사람에 속하게 된다.

이처럼 사람마다 어떤 기준을 가지고 말하기에 접근하냐에 따라 그 양상은 천차만별이다.

토론을 통해 내가 체득했던 노하우를 정제해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은 그 광대한 말하기라는 범위를 모두 아우르지 못할 터. 그중 어떤 부분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명확히 하는 것은 언제나 수업을 시작할 때 언급하는 필수코스이다. 

그럼 지금부터 다양한 분류기준을 종합해 스스로 재조립해본 말하기의 종류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본인이 부족한 부분은 말하기의 어떤 측면이었는지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되리라 믿는다. 



내용, 발화능력, 발화태도


말하기는 크게 세가지 차원으로 나눌 수 있다.

내용구성력

첫 번째는 말에 담기는 내용의 차원이다. 아무리 자신감이 넘치고 목소리가 좋아도 하고자 하는 말의 알맹이가 없다면, 조리있지 못하다면 말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말의 유일무이한 목표가 '메시지 전달'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메시지에 해당하는 내용을 정제하는 것은 말하기에 있어 정말 중요한 부분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말하기 체력의 8할의 지분을 차지하는,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향상시키고자 노력했던 능력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내용 측면에서 접근한 말하기 역량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말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는가, 핵심적인가, 논리적인가, 구조가 잘 짜여져 있는가, 이해하기 쉬운가


이쯤되면 다들 눈치를 채고도 남았을 것 같다. 위에 언급된 항목들은 비단 말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말뿐만 아니라 글을 쓸 때도, 작품을 만들 때도 그안에 무슨 내용을 담을지는 중요하다. 내용을 구성하는 힘, 즉 생각을 잘 정리하는 힘에 대한 이야기이다. 


계속 강조하듯, 말하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항목이 바로 생각을 정리하는 법이기 때문에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해 본 에피소드들이 구성될 예정이다. 


발화능력

두번째는 발화하는 순간의 능력이다. 

즉 할말은 이미 정해져있고 , 이를 입밖으로 꺼낼 때 필요한 능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저리대지 않는 것, 중언부언하지 않는 것, 순발력있게 말하는 것, 머리가 하얘지지 않는 것, 까먹지 않는 것, 적절한 어휘를 쓰는 것 등

실제로 사람들이 본인의 문제점으로 가장 많이 꼽는 부분이다. 그런분들에게 언제나 드리는 위안의 말씀이 있다.

먼저 이 발화능력은 첫번째 능력인 내용정리력과는 분명히 다른 , 어쩌면 부차적인 능력이라는 점

그리고 누구든 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물리적 방책이 있다는 점이다. 


후자에 대해서만 덧붙이자면, 그 물리적 방책이란 바로 발화량을 늘리는 것이다.

쉽게 말해 말을 많이 하면 위 문제들은 해결된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싶은 분들도 있으실 것 같다. 그러나 주변에 말이 애초에 많은 친구들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그들이 높은 확률로 말잘하는 축에 속한다는 것을 생각해낼 수 있다.

물론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모두 말을 잘하는 사람인 것은 아니다. 게중에는 했던말을 또 하고 또하는 문제가 있는 분이 있을 수도 있고, 발화력은 뛰어나지만 말에 알맹이가 없는 경우, 잘 들리지 않게 뭉게서 말하는 경우 등 반례는 언제나 존재한다. 


발화량을 늘리면 어떻게 위의 문제들이 해소되는지는 차후 에피소드에서 차근차근 밝혀보고자 한다. 

다만 어느정도로 발화량을 늘려야하는지는 스포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생각하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240시간이다. 

한창 말하기 연습에 혈안이 되어있던 시절, 내게 잘맞는 말하기 연습 툴은 단연 말을 많이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냥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닌 나의 메시지가 분명한 상황에서 이를 어렵지 않고 또 너무 길지 않게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과정을 한번 시도하고, 실패후 두번 시도하고, 세번 네번 시도하면서 이루어졌다. 


위와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던 최적의 상황은 바로 토론대회 준비활동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토론대회 참가활동 그 자체가 아닌, 완벽한 논리와 반론 체계를 세우기 위해 끊임없이 팀원들과 설득과 협의의 과정을 거쳤던 그 준비시간 말이다. 한번의 토론대회를 참가할 때 마다 나의 말하기 실력은 단연 한뼘씩 성장해 있었다. 그 토론대회를 준비하는데 쓰는 시간은 하루 8시간씩 약 한달이다. 그렇게 간단하게 계산된 240시간을 나는 언제나 말하기 능력 향상의 절대기준량으로 삼는다. 겉보기에 많아보이지만, 하루 3시간씩 발화량을 확보한다고 치면 세달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이다. 세달만에 인생 전반에 걸쳐 나를 발목잡던 말하기를 해결할 수 있다면, 엄청난 것 아닐까?


발화태도

마지막으로는 태도이다. 두번째 능력인 발화능력과 비슷하게 발화하는 순간에 발휘되는 능력이지만, 목소리/ 발성/태도와 같이 완전히 외적인 측면을 다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시중에 나와있는 수많은 스피치 수업이 바로 이 세번째 능력을 다루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수업에서 가장 비중을 두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비중을 두지 않는 이유는 먼저 나도 잘 모르기 때문이고 

둘째로 다른 능력들에 비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그 어디에서도 스피치 발음 발성 교정을 받아본적이 없지만 말을 잘하는 축에 속하게 되었다. 여전히 말을 할 때면 가끔 발음이 뭉개지고 목소리에 이상한 힘이 들어가지만 내용과 발화력에 있어 깔끔하게 메세지만 전달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그리 문제삼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마지막능력이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청자를 향해 이야기하기에 언제나 청자 입장에서 기준을 설정해야한다. 청자는 언어적 체계와 비언어적 체계를 모두 활용해 화자의 말하기를 평가한다. 바로 비언어적 체계에 있어 커다란 감동과 아우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발화태도의 기능은 탁월하다. 누군가 말을 시작했는데 목소리가 매우 듣기 좋다거나, 발음이 명확해 귀에 착착감기는 느낌이 든다면 단연 그사람의 말을 더 귀기울여 듣게 될 것이다.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오늘 정의한 말하기의 세가지 측면은 모든 에피소드를 아우르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가장 먼저 내용을 정리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말할 메세지를 정하는 것에서 부터 생각을 정리하는 것에 대한 총체의 이야기를 다뤄 볼 것이다. 이렇게 말할 내용을 정하고, 잘 정리했다면 이것을 말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두번째 능력인 발화능력을 활용해 이야기해 볼 것이다. 내용에서 발화로, 보다 본질적인 접근을 차근차근 이행해보고자 한다.


글을 마치기 전, 혹자들은 질문한다. 말을 정리하는 것은 좋은데 그것을 빠른 시간내에 마치고 바로 말로 내뱉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지 않느냐. 즉 내가 제시한 말하기에의 본질적인 접근은 빛좋은 개살구 아니냐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순발력 있게 빨리 생각을 정리해서 바로바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대표적으로 생각하는 말잘하는 요소에 속한다. 하지만 이는 하루아침에 획득되는 능력이 결코 아니다. 그 어려운 토론활동 중에서도 확인질문과 반론은 모두 즉석에서 이루어지기에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여겨진다. 이것을 충분한 노력없이 하루아침에 얕은 술수를 통해 갖고자 하는 것은 도둑놈 심보라는 것을 우선 알아야한다. 또한 이를 잘하기 위해서는 말을 빨리 정리해서 말로 내뱉는 연습, 즉 발화량을 늘려야 하며 

말을 빨리 정리하기 위해서는 시간에 쫓기지 않고 말을 제대로 정리하는 법을 알아야한다.


우선 모든 내용을 익힌 뒤, 이것을 보다 실천적으로 활용하고 써먹을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해서도 열렬히 연구한 바가 있으니 아낌없이 공유할 예정이다. 나는 어쩌면 당신과 똑같은 위치에서 똑같은 고민을 하고, 숱한 시행착오를 통해 답을 알아낸 사람일 수 있다. 말을 잘하고 싶은가? 스킬 위주의 말하기 접근에 신물이 났는가? 그렇다면 속는 셈 치고 몇분 투자해 내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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