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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루 Feb 08. 2020

말잘하는 사람은 쉽게 말한다 : 패러프라이징

전국토론대회 수상자가 전하는 말잘하는 법02

말을 잘하는 사람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 무엇일까. 바로 쉽게 말한다는 것.


복잡하게 얽혀있는 말의 실타래들을 너무나도 깔끔하게,  짧은 하나의 실로 쫙 뽑아내는 듯한 느낌이다.

"와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싶은 말을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보며 중언부언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 너무나 간단하게 정리해버린다면 ko를 당한 느낌이 든다. 자괴감은 덤이고 말이다.

나는  두세문장으로 말하고 있는 와중,  너무 쉽게 한문장으로 요약해버리는가 하면

똑같이 한문장을 이야기하지만, 직관적으로 와닿는 어휘들로 참으로 간단하게 쳐내버린다.


핵심은 요약과 패러프라이징이다. 그리고 요약은 곧 구조를 패러프라이징하는 것이다. 여러 문장에서의 핵심을 하나로 뽑아내는 능력인 요약은, 하나의 문장에서 사실상 핵심이 되는 한가지를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패러프라이징을 잘 할 줄 알면, 말 전체를 요약하는 것 역시 쉬워진다.


쉽게 말하는 것의 중요성                              

쉽게 말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전 편에서 말했듯, 말의 유일무이한 목적을 달성시켜줄 단연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결국 전하려는 말을 통해 상대를 이해시키기 위해선 쉽게 말해줘야한다. 쉽게 말할 수 있는데 괜히 어렵게 말하는 것은 크나큰 실수이다. 못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말이다. 쉽게 말하는 것은 어렵게 말하는 것만큼이나, 어쩌면 그것보다 더 어렵다. 그렇기에 아무나 구현해내지 못하는 '말을 잘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되겠다.


패러프라이징의 유형

패러프라이징(Paraphraising)이란 이해를 더 쉽게 하기 위해 바꾸어 말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에 주어진 문장의 의미를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모양새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패러프라이징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만으로 말하기에 아주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이것을  ‘갖고 놀 수 ‘ 있는 경지가 되면 어려운 말도 즉석에서 쉽게 바꾸어 낼 수 있다.

패러프라이징의 유형은 크게 두가지이다. 쉽게 만드는 유형과 다르게 만드는 유형이다. 쉽게 말하는 법에 대해 다루는 챕터이나 패러프라이징을 만난 만큼 그 두가지를 모두 오늘 다뤄보고자 한다.


1)다르게 말하기
AI에 의해 인간의 영역이 대체되면 인간소외현상이 생긴다.


이 문장을 여러방향에서 바꿔 말해보면 다음과 같다.


인간소외현상이란 AI에 의해 인간의 영역이 대체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의 영역이 지켜지는 한, 인간소외현상은 생기지 않는다.
인간이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는 인간의 영역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위의 세문장은 미세하게 의미가 다를 수 있곘지만 전반적으로는 다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다. 이를 전부 패러프라이징의 영역으로 간주할 수 있다.


학창시절 수학시간으로 돌아가보자. ‘명제’챕터를 배울 당시를 떠올려보자. 'P이면 Q이다' 라는 명제가 참일 때 역시 무조건 참인 또다른 명제가 있었다. 바로 역(Q이면 P이다),이(~P이면 ~Q이다), 대우(~Q이면 ~P이다) 중 대우이다. 그말은 즉슨 역과 이는 결코 논리적으로 같은 말이 될 수 없던 것인데, 엄격한 논리의 차원이 아닌 일상언어의 패러프라이징 영역에서는 허용가능하다.


정리하면, P->Q = Q->P = ~P->~Q = ~Q->~P 이는 모두 패러프라징의 차원에서 같은 말이다.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면 최대한 의미의 왜곡을 만들지 않기위해  미묘한 뉘앙스를 살려주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아까 언급한 문장들을 분석해보겠다.)


P(AI에 의해 인간의 영역이 대체되면) -> Q(인간소외현상이 생긴다)


이를 의미 위주로 핵심만 조금더 간단하게 만들면 다음과 같다. [간단화]


P(인간의 영역 대체) -> Q(인간소외현상)


이를 변형했을 때 다른 문장들은 다음과 같겠다.[변형]


Q(인간소외현상) -> P(인간의 영역이 대체)


~P(인간의 영역이 대체X) -> ~Q(인간소외현상X)


~Q(인간소외현상X) -> ~P(인간의 영역이 대체X)


의미위주로 축약했던 것을 다시 온전한 문장으로 불리기 위해 적절한 이음새를 붙여주면 된다. [문장 불리기]


Q(인간소외현상) -> P(인간의 영역이 대체)

인간소외현상이란 AI에 의해 인간의 영역이 대체되는 것을 말한다.


~P(인간의 영역이 대체X) -> ~Q(인간소외현상X)

인간의 영역이 지켜지는 한, 인간소외현상은 생기지 않는다.


~Q(인간소외현상X) -> ~P(인간의 영역이 대체X)

인간이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는 인간의 영역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의미 단위에서 문장단위로 몸집을 불릴 때 적절하게 말을 만들어내는 것이 어쩌면 핵심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큰  부담을 느끼며 부단히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모두다 즉석에서 말을 지어낼 수 있는 ‘늘리기본능’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이 숱한 발화량으로 충분히 익숙해져있는지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나의 문장을 더 제시해보고자 한다. 답을 손으로 가린 뒤 직접 패러프라이징 문장을  만들어보자.


아침은 위산분비가 활성화 되면 안좋은 때이다.




[참조답안]

P(아침) -> Q(위산분비X)


Q(위산분비X) -> P(아침)

위산분비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아침에 좋다


~P(아침X) -> ~Q(위산분비)

아침이 아닌 때에(점심이나 저녁) 위산분비 촉진되는게 낫다


~Q(위산분비) -> ~P(아침X)

위산분비가 활성화되는 것은 아침이 아닌 때가 좋다.


2)쉽게 가는 패러프라이징

요약용 패러프라징을 조금 더 직관적으로 설명하자면 '쳐내기'이다. 문장에 있어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을 남기고(설령 의미가 퇴색된다 할지라도) 과감하게 쳐내보면 생각보다 훨씬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쉬워진다. 여기서 필수적이라 함은 중심 의미 단위이며 조사나 수식어구, 부사어구와 같이  의미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 부차적인 것을 제외한 성분이 되겠다.즉 P->Q를 p->q로 바꾸는 작업인 셈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AI에 의해 인간의 영역이 대체되면 인간소외현상이 생긴다.

->인간영역 대체되면 인간소외현상 생긴다.


이제는 불필요한 한자어나 어려운 단어를 한국어 또는 쉬운 단어로 바꾸어 말해보겠다. 그리고 중복되는 여러 단어가 나열된다면 뜻을 함축하는 하나 정도의 단어만을 선택하겠다.


인간영역을 잃으면 인간은 소외된다.

->인간만의 것을 잃으면 인간은 소외된다.


우리 공동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지에 대한 고민과 숙고도 있을 수 없다.

->공동체 방향을 고민할 수 없다


SNS를 통해 국민들과 활발한 소통을 하는 정치인은 이시대의 유연하고 바람직한 정치인의 표상으로 자리한다.

->SNS로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인이 바람직하다


온갖 아름다운 것은 부정으로부터 파생된다

->아름다운 것은 모두 부정에서 나온다


보이지 않아도 믿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새 대한민국을 이끄는 정치인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몫이다.

->새 대한민국의 정치인은 신뢰의 분위기를 조성해야한다


정보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클릭 한번으로 얻지 못하는 정보를 찾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클릭한번으로 모든 정보를 다 찾을 수 있다. 정보사회이기 때문에.



#별첨 . 문장구조를 재구성한다. 가볍게

문장안에 여러가지 메시지가 담겨있으면 쪼개 말하는 것이 좋다.


"~에 따르면 ~에 의해 ~가 ~를 ~할 때까지 ~하게 ~한다고 한다. "

이 문장안에는 의미단위만 7개가 들어있다.

이를 한문장에 모두 담겠다는 욕심일랑 접어두는게 좋다. 말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쉽게 말하기 위해선 가볍게 말해야한다. 여러 번 나눠말해도 좋으니 한문장 한문장을 심플하고 직관적으로 구성하려고 노력하자.


~가 ~를 ~하도록 시켰다. ~할 때까지 해야한다.

또한 중복되는 단어가 등장한다면 과감히 생략한다.



구체적인 연습법

쉽게 말하는 능력, 그 중 가장 대표적인 패러프라이징의 기본적인 개념을 알아보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도 여러 개 가져왔지만 스스로 문장구성을 해보지 않으면 ‘아 이런 느낌이구나’ 정도의 인상을 받고 끝나기 쉽상이다. 그러니 답을 손으로 가리고 활동예제를 푼다고 생각하면서 즉석에서 짧게 말을 구성해보는 연습을 해보자.

 

일상에서 연습할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해 짧게 덧붙여보겠다. 복잡하고 미묘한 사항에 대해 상대방에게 설명해야 하는 상황을 이용하라. 머릿속에 잘 정리가 되어있는 것과 달리 그것을 말로 풀어내는 것은 별개의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크게 신경쓰지 말고 우선은 나오는 대로 내뱉어보자. 그리고 똑같은 내용을 다시한번  말해보자. 이번엔 좀더 쉽게 설명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게 중요하다. 그래도 상대방의 표정에 도통 이해가지 않는 눈치가 가득하다면 세번이고 네번이고 반복해서 시도해본다.


패러프라이징의 효용

숱한 예제들을 통해 느꼈겠지만 패러프라이징을 잘하면 생기는 효용은 분명 있다.

먼저 직관적 이해가 용이해진다. 말을 듣는 즉시 숙고시간을 거치지 않고도 바로 이해가 가능하게 된다. 문장 자체가 짧을 뿐 아니라 쉬운 단어를 사용하기에, 흔히 말하는 ‘귀에 쏙쏙 박히는’ 말하기가 가능해진다.


뿐만 아니라 전달력이 높아진다. 말의 유일무이한 목적은 (네번째 말하지만)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흘러가게끔 두는게 아니라 꼭 전달되게끔 하기 위해서는 말하는 사람이 잘 챙기면서 말해줘야한다. 그러한 수단으로 구조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방법이 있는데, 패러프라이징은 문장의 구조를 명확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도움을 준다.


이 모든 것을 반영해 어렵게 말하는 말하기와 쉽게말하는 말하기를 비교하며 이번 에피소드를 마무리 하고자 한다. 앞으로 말은, 쉽게 쉽게 해보자!



어렵게 말하기(예시)

투명성에 대한 담론이 사회 모든 영역에서 활발하다. 정보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클릭 한번으로 얻지 못하는 정보를 찾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오래 전 연락이 끊긴 친구가 어제 무엇을 먹었는지, 평생 얼굴을 직접 마주하기 힘든 지구 반대편의 또래 친구들이 무슨 고등학교를 나왔는지 너무도 쉽게 알 수 있다. 물리적 거리가 사실상 소멸되어버렸고 우린 그 어느 때 보다 가깝고 투명한 사회 속에 살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남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나도 남에게 똑같이 보여질 수 있다. 그렇기에 그들의 시선이 닿는 곳엔 언제나 사회의 논리에 의해 긍정될 수 있는 것들 만이 내놓아진다. 설령 그것이 나의 지극히 사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따라서 투명한 사회는 곧 부정의 것들이 거세되어버리는 긍정의 사회다.


쉽게 말하기(예시)

투명성이 많이 이야기된다. 클릭 한번으로 모든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정보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연락 안닿는 친구가 어제 먹은 음식을 알 수 있다. 모르는 사람의 출신 고등학교도 알 수 있다. 물리적 거리가 사라졌다. 그래서 세상은 지금 껏 가장 투명한 사회가 됐다. 내가 남을 보는 것처럼, 남도 나를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옳은 것만 남들 눈앞에 내놓게 된다. 매우 사적인 것이라도 말이다. 따라서 투명사회에는 옳지 않은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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