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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루 Feb 09. 2020

말잘하는 사람은 남의 말귀를 잘 알아 먹는다

전국토론대회 수상자가 전하는 말잘하는 법03

말 잘하는 사람은 상대의 말귀를 잘 알아 먹는다.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면접을 보는 상황에서 받은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하는 사람은 말을 잘한다는 인상을 준다. 이러한 능력에는 어떤 역량이 숨어있는 것일까. 바로 상대의 말의 핵심을 간파하는 요약능력이다. 조금 더 세밀하게 말하면, 말잘하는 사람은 구조요약을 잘 한다.     


우선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다~ 듣고나서 그것을 딱 한마디의 결론으로 정리하는 요약능력 자체이다. 아무리 말이 길어져도, 그 모든 말을 꿰뚫는 하나의 결론은 있을 터. 물론 결론이 여러 개 병렬적으로 나열되는 말하기도 있다. 그것은 여러 번 쪼개서 말할 이야기를 그저 한큐에 말했을 뿐이다. 나중에도 이야기하겠지만 그것은 결코 좋은 말하기 습관은 아니다. 듣는사람의 뇌용량 및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말 한덩어리를 내뱉는 시간 최대 30초에서 1분 안팍에 딱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만을 담아서 전해야 전달력이 폭발적으로 상승한다.


다시 돌아와서 요약이란, 조금 더 와닿게 설명을 하자면, 말을 늘어뜨려서 쭉 풀어내는 사람의 말을 듣고 날카롭게 “ 자 그래서 당신이 하고자하는 말은 ---라는 거지요?”라고 야무지게 정리해주는 행위를 생각하면 쉽겠다.     

요약해보기

바다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바다하면 저의 고향 제주가 떠오릅니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있는 너무나도 유명한 고장이기 때문이지요. 어렸을 적 어딜 가나 항상 바다를 볼 수 있어서 저는 바다가 이렇게나 흔치않은 지형인줄도 모르고 살았어요

또한 여름만 되면 하루 한번은 꼭 바다에 가서 수영하며 놀았습니다. 집앞이 바로 바다였기 때문에 아버지는 방학에 집에서 뒹구는 저와 오빠를 데리고 바닷가로 데리고 가서 몸에 짠물을 입히곤 하셨어요 그래서 제 몸이 검지 않은 날이 없었지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서울에 오고나서 바다를 볼 때면, 오랜만에 바다를 봐서 기분이 좋다기 보다는 언제나 옆에 있었던 것을 보는 것처럼 새삼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바다를 보면 고향을 떠올리는 저인데,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타지에서 만나는 바다를 볼 때마다 두고온 고향과 부모님 생각에 마음이 저릿해지지 않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크게 차지 않은 모양인가 봅니다. 언젠가 제게도 그런날이 올까요? 바다를 보며 그리운 마음을 달래는 그 날이요.     



이 글에서 결국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일지 찾아보자. 한 마디라는 것은 하나의 메시지다. 문장안에 여러 메시지를 우겨넣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 통틀어서 하나.

답을 생각했다면 밑의 예시답안과 비교해보자.



결론 : 아직 나는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바다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서 어릴적 추억, 바다를 보며 새삼스러워하는 감정 등 여러 이야기가 언급된 꽤 복잡다난한 글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구조는 있었다. 더 구체적으로는 논리가 있었다. 언급된 내용들이 하나같이 제 구실을 하며 결과적으로 딱 하나의 결론을 도출해내고 있다.

물론 한마디만으로 말의 모든 구조를 담을 수는 없다. 각설하고 딱 한마디만 하고 싶은 것이면 그렇게 가도 되지만, 나에게 여유가 있고 능력 또한 된다면 구조를 요약하는 것 까지 시도해보면 좋다. 어떻게 각각의 내용들이 마지막 결론을 뒷받침하고 있는지 그 구조를 파악하는 시도이다.


1)바다는 나에게 고향을 떠올리게 한다

    1-1)고향에 바다가 많았기 때문

        1-1-1)흔치않은 지형인 줄 몰랐다

        1-1-2)여름만 되면 수영하며 놀았다

2)타지에서 바다를 보며 감흥을 느끼지 못함

3)이는 고향인 제주를 그리워하지 않음을 의미   

 

구조를 빠짐없이 정리를 해보면 위와 같다. 3번 문장이 결론에 해당하고, 1번과 2번이 그에 대한 근거(전제)들이 된다. 바다는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데, 바다를 보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고향을 떠올리며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는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외에 1번에 대한 근거 1-1번 문장과 그에 대한 구체적 예시인 1-1-1과 1-1-2번 문장들은 부차적인 것으로서, 1번에 포괄적으로 속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런 식으로 구조를 요약했을 시, 꼭 필요한 요소로 딱 세문장만이 남게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구조를 요약하는 방법이 된다.


다시 정리하자면, 구조를 요약하는 것은 “말 전체의 구성을 파악한 뒤 그 중 꼭 필요한 요소만을 남기고 잘 배치하는 것이다.” 아직 배치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별로 어려운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말 전체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과 잘 쳐내는 것이다.    


감이 올락말락 하실 독자를 위해 다른 글을 가지고도 구조요약을 해보고자 한다.     


요약해보기 2        

결혼하고 나서 여러 상황에 처하게 된다. 취미생활을 포기해야하는 문제, 더 이상 나로 살아가지 못하는 문제 등이 그 예이다. 이것은 결코 행복을 의미하지 않는다.

결혼은 행복하지 위해 하는 것인데 이 행복을 완벽하게 보장할 수 없다면, 결혼을 할 필요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번에는 순서를 바꿔보겠다. 결론 한 마디를 말하기 이전에, 글 전반의 구성을 요약하는 것부터 진행해보자. 혼자 시간을 갖고 글을 구성한뒤 밑의 예시답안과 비교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힌트를 주자면 이 글 역시 3문장으로 요약가능하다.     



[예시답안]

1)결혼은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1-1)취미생활 포기해야하는 문제

    1-2)나로 살아가지 못하는 문제

2)결혼은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3)결혼을 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세문장을 뽑아냈다면 아주 훌륭하다. 그렇다면 이 세가지 문장 중 어떤 것이 결론에 해당할지 정해야한다. 이 글은 결혼하면 행복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결혼은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래서 결혼 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잘 살펴보면 1번과 2번을 합해 가장 진전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것이 3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혼은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것인데 이런이런 이유로 결혼은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결혼할 필요는 없다. 앞의 두문장이 근거가 되어 마지막 문장인 결론을 도출한, 역시나 아주 논리적인 연역적 구성이었다. 참고로 논리적인 말하기에 대해서는 차후 에피소드에서 아주 상세히 배울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일러드리고 싶다.


논리적으로 도출된 결론이 글에서 정말 말하고자 하는 핵심과 다른경우가 때로 있을 수 있다. 물론 논리적으로 따지면 아니겠지만, 화자가 근거를 더 강조하고 싶었을 수 있다. 누구나 다 아는 결론을 언급하지만 남들과 다른 근거를 이야기하며 논지를 풀어나가는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그렇기에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화자가 아닌 이들이 함부로 말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저 우리는 가장 최후에 도출된 결론이 말의 결론일 확률이 조금 높은 상황을 많이 접했을 뿐이다. 정답은 사실 글쓴이 밖에는 모른다.      


구조의 종류

현재 말의 구조를 요약하는 것에 대해 배우고 있다. 말의 구조는 정말 다양할 터인데, 언제나 다른 모습을 하고있는 말을 만나고 이를 요약하는 것은 꽤 부담이 된다. 그렇지만 이 역시 그러지 말라고 일러드리고 싶다. 왜냐하면 말의 구조가 생각보다 간단하기 때문이다


오직 병렬과 종속


나는 말의 구조를 오직 두가지 종류로 파악한다. 종속적인 구조이냐 병렬적인 구조이냐.

결국 한가지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 외적인 것들이 결론에 종속되는 구조를 띄고 있다면 그것은 종속형 말하기이다. 하나의 큰그림을 가지고 말하는 인상을 준다. 한가지 결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은 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논리가 들어간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종속적 말하기는 논리적 말하기가 대부분이다.


그와 대비되는 병렬적 구조는 간단히 말해 결론이 여러 개다. 조금 더 쉽게 말하면 첫 째, 둘 째, 셋 째로 성분이 나열된다. 말 전체에 결론 급으로 강조하고픈 이야기가 두개 이상인지라 그것을 쪼개서 나열하는 식의 말하기이다. 병렬적 말하기에서 핵심은 얼마나 직관적 이해를 돕기 쉽게 잘 쪼갯느냐, 즉 갈무리에 있겠다

.

위에 예시를 들었던 두가지 일화는 모두 종속적 말하기에 해당한다. 강조하고자 한 결론이 딱 하나였고, 나머지는 모두 그것을 뒷받침하는 형태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병렬적 구조도 일부 들어가있었다. 제주도 일화에서는 ‘화자가 왜 바다를 보며 고향을 떠올리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1)지리적 특징과 2)경험을 병렬적으로 나열했다. 결혼 일화에서는 ‘결혼이 행복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1)취미생활을 하지 못하는 문제와 2)나로 살지 못하는 문제를 꼽았다. 이것이 구조 전반에 대대적으로 들어갔다면, 그것은 병렬적 말하기가 되는 것이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말하기는 종속과 병렬 두가지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물론 이것은 그 말하기의 구조가 잘 짜여있는 경우겠다) 하지만 우리가 중점을 둬야하는 것은 전체적은 구조에 종속을 썼는지 병렬을 썼는지이다. 앞 두사례는 거시적으로 둘 다 종속적으로 쓰여진 케이스다. 이것만 파악되어도 글의 구조를 파악하고 요약하는 것이 훨씬 용이해진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종속적 구조가 대대적으로 쓰인 말하기를 접하면서 이번 챕터 마무리해보고자 한다.   


병렬적 말하기 예시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하는 이유를 두가지로 명시할 수 있다. 먼저 보다 풍성한 민의를 정치에 반영하기 위함이다. 다양한 목소리를 많이 반영하면 할수록 그것이 하나의 척도가 되는거 마냥 그 정당성은 강해진다. 그리고 이 정당성은 정치적 효능감에 영향을 미치므로 국민을 통합하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두번쨰 이유는 다수의 의견에 소수의 의견이 가려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소리가 너무 작아서 들리지 못하는 곳에 확성기를 가져다 줄 뿐 아니라, 다수의 무리에 속해있지만 자신의 주장이 통념에 의해 무비판적으로 수용된 것은 아닌지 일꺠워주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잠재적 소수자의 핍박을 방지할 수 있다.   




[예시답안]


1)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야하는 이유

    1-1)민의를 정치에 반영하기 위함

        1-1-1)다양한 목소리 반영 ->정당성 ->정치적 효능감

    1-2)다수의 의견에 소수의 의견이 가려지지 않게 하기 위함

        1-2-1)소리가 작은 곳에 확성기를 가져다줌

        1-2-2)통념의 무비판적 수용을 일깨워줌



본인이 요약한 것과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파악해보시길 바라며.

확실히 앞선 구조요약 활동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부디 더 용이하셨길 바란다. 우선 결정적으로 말자체에 구조를 티내는 용어들이 난무했기 때문에 구조파악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어야한다. 맨앞문장에 “이유를 두가지로 명시한다” , “먼저 ~” “두번째 이유는~”과 같은 적절한 단어와 접속사가 이렇게 구조를 티내는 역할을 한다. 그것이 병렬적 말하기에 사용되었을 때 그 효용은 이루말할 수 없다.


문제는 그것이 없는 상황에서 역시 구조를 파악해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말의 내용을 바탕으로 “아 이말과 뒤에 저말은 같은 층위에서 나오는 말이지만 완전히 다른 이야기 이므로 넘버링으로 구분되어야겠구나”하는 생각을 할 줄 알아야한다. 위 글에서도 마찬가지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하는 이유가 두개나 등장하지만 각각의 이유가 종속적으로 연결될 여지는 없다. 분절되는 느낌을 잘 살려서, 이것이 같은 맥락의 이야기인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능력은 갈무리에 있어서 아주 중요하다.


이러한 능력이 성장하면 더 나아가서는 완전히 중구난방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속에서도 (화자가 아예 구조자체를 의식하지 않고 말을 풀어내는 상황에서도) 본인만의 준거를 가지고 글을 병렬적으로 구성할 수 있게된다. “아 그래서 네가 그렇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a와  b라는 거지?” 라는 식으로 정리를 해준다면, 듣는 사람도 깜짝 놀라며 이내 수긍할 것이다. 본인도 몇가지 이유가 되는지 생각을 못했을 터이기 때문이다.     



이를 잘 드러내는 예시는 다음과 같다.      


병렬적 말하기 예시 02

최근 명품 아이템을 일상복으로 치장하는 플렉스(Flex)문화가 10대를 파고들고 있다. 이는 또래에게 인정받거나 눈에 올려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 거주하는 장모군은 지난해 기말고사 시험 성적을 잘 받아 부모에게 명품가방을 사달라고 졸랐다. 명품을 산 후 하가교에서 친구들과 함꼐 포장을 뜯는 해우이가 유행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학교마다 비슷한 명품아이템을 보유한 친구들끼리 짝지어 다니는 명품팸도 있다.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명품을 구입해야한다. 일각에서는 10대의 명품 소비가 자유분방함과 개성 표현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예시답안]

1)플렉스 문화 이면에 있는 심리적 기제

    1-1)과시하기 위한 목적

    1-2)또래로부터 소외되지 않고자 하는 마음

    1-3)자유분방함과 개성표현의 일환     



구조의 재조립에 대하여

여기까지 잘 따라온 분이라면, 위에서 언급했지만 풀지 안았던 문제가 있음을 기억할 것이다. 바로 구조를 재조립하는 일이다. 상대의 말을 통해 구조를 요약해냈다면 정제된 문장들을 어떤 순서로 재조립해 재구성할지까지도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이 된다. 그것이 곧 나의 말을 구성하는 영역의 닿기떄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남의말을 잘 알아먹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살펴보는 시간이기에 이것을 차후의 주제로 남겨두고자 한다. 남의 말이 아닌 우리의 말을 구성하는 방법을 구조별(종속, 병렬)로 배울 때,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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