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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루 Feb 14. 2020

말싸움만 하면 울먹거리는 사람에게 전하는 반론하는 법

전국토론대회 수상자가 전하는 말잘하는법11

Ep11 .말잘하는 사람은 반론의 포인트를 안다  : 반론하는 방법



말은 쌍방향적인 소통이다. 지금까지 배운 말하기는 어쩌면 일방향적으로 쏟아내는 말하기에 해당하는 것이 대다수였을 것이다. 상대가 한말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아는 것 역시 말을 잘하는 기준이 충분히 될 수 있다. 상대의 말에 대응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이다. 옹호와 반론. 말그대로 상대 말에 동의를 표하는 것과 동의하지 않음을 표하는 것이다. 

옹호는 쉽다. 그저 당신의 말이 맞다고, 특히 어떤 부분이 맞다고 이야기하면 된다. 그렇게 따지면 반론 역시 쉽다. 어떤 부분에서 당신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면 된다. 다만 네 말이 전부 맞다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네 말 중 일부가 틀렸다고 이야기하는 경우의 수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핀트를 공격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인식하고 드러내주는 것은 조리있는 반론을 만드는데 중요한 지점이다. 그것을 밝혔느냐에 따라 반론의 퀄리티에도 차이가 생긴다. 



상대의 논리구조를 먼저 파악하자

‘오늘 비가와서 쌀쌀하네. 국물있는 짬뽕을 먹는게 좋겠어’


논증이 들어있는 상대의 말이다. 이말을 생각나는대로 반론해보면 다음과 같다


쌀쌀한 날 국물 먹으면 위에 부담이 간대

오늘 비안오는데?

오늘 블랙데이야. 짜장면 먹는게 낫겠어


다양한 층위에서 반론들이 제시되었다. 이러한 반론의 뿌리가 어디인지를 논리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먼저 기존 논증의 구조를 밝혀보겠다.


결론 : 국물있는 짬뽕을 먹자

근거 : 비가와서 쌀쌀하다

전제 : 쌀쌀하면 국물있는걸(짬뽕) 먹는게 좋다


그리고 각각의 반론들은 어디를 건드린 반론인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쌀쌀한 날 국물 먹으면 위에 부담이 간대 ->전제를 공격

오늘 비안오는데? ->근거를 공격

오늘 블랙데이야. 짜장면 먹는게 낫겠어 ->다른 근거(전제)를 제시


이렇게 크게 세가지 방향을 갖고 반론이 제시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반론에서 결론을 공격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반론을 한다는 것 자체가 결론을 부정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연유로 결혼을 부정하는지를 언급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근거를 공격하는 방식이 될 수 있고, 전제를 공격하는 방식, 둘다를 공격하는 방식, 아예 다른 근거를 가지고 와서 공격하는 방식 등이 될 수 있다. 특히 반론을 하는데 있어서 전제찾는 연습을 했던 것이 큰 빛을 발하게 된다. 보통 반론은 숨어있는 전제에 대해 공격할 때가 치명타를 날리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연습해보기


어젯밤 잠못자서 오늘 회사 안갈까 생각중이야.


-결론 : 회사 안갈까 생각중이다

-근거 : 어젯밤 잠을 못잤다

-전제 : 잠을 못자면 회사를 안가도 된다


이 글에서 근거를 공격하며, 전제를 공격하며, 다른근거(전제)를 들며 반론을 하면 어떨지 답을 보기전 미리 혼자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반론1)너 어젯밤 많이 졸았잖아. 그정도면 잔거지 (잠을 못자지 않았다! : 근거 공격)

반론2)잠을 못자도 회사는 가야되는 곳이야. 안가면 짤리잖아 (전제 공격)

반론3)오늘 부장님 면담있다며 . 가야지 (다른근거)


여기서 주의할 점은 각각의 반론에서 어느 부분을 건드렸고, 어느 부분을 건드리지 않았는가 이다. 반론1에서는 청자가 만약 잠을 정말 못잔거라면 그땐 회사를 안가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즉 전제는 건들지 않는 다는 것이다. 대화나 논쟁을 할 때 이를 명확히 밝혀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소모적인 논쟁을 줄일 수 있다. 

반론2에서는 청자가 잠을 못잤다는 사실은 인정하는 듯 보이나 그렇다고 해서 회사를 안가는건 말이 안된다고 이야기하며 공격한다. 즉 근거자체는 납득한다는 점을 알아차릴 수 있겠다.

반론3은 청자가 잠을 못잤건, 그렇기 때문에 회사를 안가는게 정당성을 가지건 아무런 의견을 개진하지 않는다. 그와는 별개로 회사를 가야만하는 더욱 크리티컬한 '다른' 근거를 제시하며 논증의 결론에 반론하고 있다. 


연습해보기2


불투명은 우리사회에 필요하다. 불투명은 신뢰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결론 : 불투명은 우리사회에 필요하다

근거 : 불투명은 신뢰를 가능하게 해준다



반론1) 불투명이 어떻게 신뢰를 가능하게 해? 불신만 양산할 뿐이야 (근거 공격)

반론2)불투명은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있어선 안돼. (다른근거)

반론3)우리사회에는 충분히 신뢰할만한데? (전제 공격)



반론1은 근거를 공격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있다. 불투명은 신뢰를 가능케한다는 말자체는 틀렸다고 꼬집고 있다. 그에 반해 반론2는 불투명이 신뢰를 가능케하는 여지에 대해서는 남겨두고 있다. 다만 그외에도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우리사회에 있어선 안된다는 새로운 논지를 밝히고 있다. 즉 더 중요한 다른 이유 때문에 결론을 반박하는 형식이다. 반론3은 언급되지 않은 전제를 공격한 형태이다. 신뢰를 가능케하는 불투명이 우리사회에 필요한 이유는, 우리사회에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근거와 결론을 이어주는 전제가 된다. 우리사회에 신뢰가 부족하지 않다고 이야기를 함으로써 이를 반박하고 있는걸 볼 수 있다. 


일상에서 반론을 잘하는 것의 효용

반론은 일상생활에서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특히 누군가와 접점을 맞춰야하는 상황에서 의견이 다르다면 반론으로만 대화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때 감정이 상하는 상황도 빈번하게 생긴다. 하지만 어디까지 납득이 되고, 어디를 납득할 수 없는지를 명확히 하는 것만으로 많은 양의 감정소모를 줄일 수 있다. 이런식으로 반론을 하다보면 서로 동의할 수 없는 가장 꼭대기에 있는 전제를 확인하게 될 것이고, 지금 우리가 논쟁하고 있는 것은 그저 전제가 서로 달랐기 때문임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여 극한의 토론경험을 많이 쌓음에 따라 필자는 누군가와 논쟁할 때 자주 울먹거리곤 하는 고질적인 습관을 고칠 수 있었다. 논리의 세계에 들어선 순간 전혀 감정히 개입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일상에 가장 큰 효용을 가져올 수 있는 이 반론말하기를 잘 활용할 수 있길 바라며 이상 에피소드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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