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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루 Feb 17. 2020

자전거를 탈 줄 안다면 말을 잘 할 수 있다

전국토론대회 수상자가 전하는 말잘하는 법12

Ep12 

말잘하는 사람은 말에 익숙한 사람이다 (발화편)


내용구성말고, 주저리안대는 방법은?

첫 에피소드에서 말을 잘하는 것에 대해 구분을 한 바 있다. 발화를 하기 전 내용을 생성하는 단계와 발화를 하는 행위 단계로 구분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배운 대부분의 내용은 전자인, 발화를 하기 전 내용을 생성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였다. 논리적으로 말을 구성하는 법, 요약하는 법, 구조를 짜는 법, 반론하는 법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이렇게 내용자체를 알차게 짜는 것 뿐 아니라 이를 잘 내뱉는 것까지 되어야 말하기를 완성시킬 수 있다. 말하기에 있어서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도 바로 이 발화행위 자체에 밀집해있다. 가령 할말은 정해져있는데 중언부언 하게 되는 문제라던지 순발력있게 말을 구성해내지 못하는 문제, 말만 하려고 하면 머리가 하얘져버리는 문제, 다음말이 기억나지 않아 버벅대는 문제 등이 있다.


방법은 있다!

첫 에피소드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러한 발화자체의 문제들은 다행히도 해결책이 있다. 원인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바로 발화량의 부족이다. 

자전거를 처음 탈 때 누구나 중심을 잘 잡지 못한다. 하지만 여러 번 중심잡는 연습을 하며 시도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전거를 능수능란하게 탈 수 있게 된다. 말 역시 똑같다. 발화 자체는 우리의 의식이 아닌 몸이 해결하도록 해야한다. 그것을 가능케하는 말하기 본능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그저 몇번이고 연습해 볼 수 있는 판을 마련해주면 되는 일이다. 

우선 말에 익숙해져야 한다. 친구와의 대화, 혼자만의 대화, 대중과의 대화 등 말을 매개로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해서 절대적인 발화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식으로 말하는 행위 자체에 익숙해지고 난다면 하나씩 여지가 보이게 될 것이다. '방금 했던 말을 조금 더 정제해서 말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다음에는 다른 방식으로 말해봐야겠다.', '아까 잘 말하지 못했던 말은 결국 이얘기를 하려고 했던 건데, 다음부턴 이부분부터 먼저 말해야겠다.' 와 같은 본인만의 통찰이 하나씩 쌓여나가게 된다. 그것이 모여 나만의 말하기 시행착오 박스가 가득 채워지게 되고 이것이 커지면 커질수록 소위 말하는 말하기 내공이 있는 말잘하는 사람이 된다.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

발화량의 부족으로 으레 생겨내는 현상들과 많은 이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지점을 해결할 수 있는 기본체력은 다음과 같다.


문장구성능력 

가장 기본적인 말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간단하게는 주어와 술어를 만들어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사이사이에 필요한 목적어구, 보어구, 부사어구들을 적재적소에 넣는 행위이다. 이런 문법적인 설명을 다 빼고 설명하자면, 그저 하고자 하는 말을 바로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것이 아주 뚜렷하지 않아도 얼마나 잘 말로 풀어낼 수 있느냐에 따라 문장구성능력이 뛰어난지가 결정된다. 이 능력안에 들어가는 것으로 가용할 수 있는 어휘량의 범위를 의미하는 어휘력이 들어간다. 기본적으로 문장구성능력이 좋은 이들은 말을 하는 자체에 대해서 반감이 없다. 말로 풀어내는 것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어휘력

어휘력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어휘력을 늘리기 위해 사전을 암기한다는 사람도 더러는 봤다.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효과적인 어휘력 향상 방법은 듣고, 읽고, 말하고, 쓰는 것이다. 한창 토론대회를 준비할 당시 한 주제에 대해 세네명의 팀원이 꼬박 한달을 모여 머리를 맞대었다. 한 주제에 대해 심도있게 리서치하고 토론하고 입론을 작성하면서 그 주제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단어를 수차례 사용하게 되었다. 새로운 어휘들은 여러 번(그것도 말하고 쓰는 과정에서) 쓰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의 것이 되었다. 외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완전한 나의 언어가 된 것이다. 어휘력을 늘리는 방법으로 이러한 장을 마련하는 것을 추천한다. 같은 어휘를 짧은 기간동안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도록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만 심도있게 다른 이들과 토론하고 읽고 적는 행위를 하라. 책모임을 꾸려 하나의 책을 가지고 토론하고 글을 써보는 작업을 한다던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던지, 대회를 나가본다던지. 형태는 다양할 것이다. 


기억력

기억력이 짧다면 단연 말을 이어나가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대본을 보지않고 말하는 상황에서, 이 말 다음에 어떤 말을 하려고 했는지 기억이 안나는 문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는 차차 기억의 범위를 늘려가는 것을 목표로 하며 해결할 수 있다. 폭발적인 기억력을 단시간에 늘리는 것은 불가할 수 있지만 기억의 연쇄작용을 이용한다면 많은 부분 늘릴 수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 말하기에서 기억력 자체에 문제가 있기 보다는 기억력을 방해하는 경직된 심신의 상태에 문제가 있을 확률이 크다. 즉 긴장한 나머지 다음 할말을 까먹게 된다는 것이다. 혹은 지금 당장 하는 말을 마무리하는데 이만큼의 에너지가 들어가는 까닭에, 감히 다음말할 내용에 신경을 쓰는 것이 불가한 것일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긴장감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말을 잘 풀어내고 있다면 우선 최소한 지금 하는 말에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게 된다. 자전거 타는 법을 익혔다면 넘어지지 않고 평형을 유지하는 일 정도는 식은 죽 먹기가 되어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말자체에 익숙해지고 나서, 지금 하는 말을 하면서 동시에 다음말을 생각해볼 수 있는 에너지를 조금씩 할애해보자. 그러려면 지금 하는 말에 최대한 에너지를 쏟지 않도록 천천히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결국 하고자 하는 말이 있다면 이런식으로 두세문장, 더 나아가 네다섯문장 정도 구성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될 것이다. 나중에는 기억해야할 양이 세세한 모든 것에서 큼직한 몇 개 정도만으로 줄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키워드 몇 개만으로 말을 바로바로 생각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기억해야할 내용이 그리 많지 않게 된다는 것과 같다. 


요약능력

중언부언과 주저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요약하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우선 왜 주저리가 생겨나는지 원인부터 밝혀보자. 첫째로는 내가 하려는 말이 나에게도 확실하게 자리잡혀있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정리가 안된 말을 하려다보니 자꾸 꼬이게 되는 것이다. 둘째로는 말할 기회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게 오직 세문장만 말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결코 말을 주저리 늘어뜨리지는 못할 것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첫째로 할말이 확실할 때 말을 시작하는 것이다. 설령 이 작업이 오래걸리고 부담스럽다면, 그래서 항상 말을 먼저 시작하는게 습관이라면, 그대로 가도 좋다. 다만 최소한 하나의 요약된 결론을 말해야한다는 강박은 잊지 않는 것이 좋다. 글의 말미에라도 나의 요지를 정리해줘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말을 이끌어나가면, 그렇지 않은것보다 훨씬 말이 정제되는 것을 느낄 것이다. 다 듣고나서 요지가 귀에 더 잘 들어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둘째로 내게 주어진 말의 기회가 오직 5문장 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 말하는 것이다. 특히 공적인 말하기를 할 때, 말을 괜히 길게 늘어뜨려선 안될 것 같은 중압감을 느끼곤 한다. 필자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말하기 연습을 했던 경험이 있다. 편한 사이에게 말을 하는 것이라면 말이 한없이 늘어질 수 있다. 하지만 경직된 분위기에서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말하는 상황에서는 그럴 수 없다. 하여 ㄱ러한 공적인 말하기의 기회를 최대한 늘려, 하고자 하는 말을 최대한 짧게 그러나 결핍없이 구성하려고 노력했다. 놀라운 것은 이게 그냥 된다는 것이다. 커다란 노력없이도, 사람에게는 모두 요약본능이 있기에 말을 방금 길게 늘어뜨린 이들에게 “ 그레서 네가 하고자하는 말을 한마디로 하면 무에냐”고 물으면 거짓말 처럼 모든 사람이 한마디로 요약을 해낸다. 설령 한번에 바로 안나온다 할지라도, '조금 더 짧게'를 연달아 요청하면 결국은 한마디의 대답을 하게 되는 진기한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발화량 늘리는 팁

발화량을 확보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법에는 어떤게 있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1.     일상대화 활용하기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과의 대화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묻고 답하는 일련의 과정이 계속 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말하기 연습을 하기에 , 피드백이 중요한 말하기 연습을 하기에 좋다. 주로 요약능력과 전제찾기 능력, 반론능력을 기를 수 있다. 요약능력은, 상대가 한말을 듣고 내가 직접 한마디로 요약한 뒤 물어보는 것이다. “~라고 말씀하신 것 맞나요?”

상대의 말에 논증이 담겨있다면 결론과 근거를 정리해서 요약해서 말해볼 수 도 있다."~이기 때문에 ~라는 것 맞나요?”. 더 나아가 전제까지 찾아보면 좋다. “그말은 즉슨 a라는 말인가요?” 이런식으로 숨어있는 내용을 찾고 물어본다면 그렇다 아니다 하는 답변이 바로 오기 때문에 내가 요약을 잘했는지, 전제를 잘 찾았는지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좋다. 무엇보다 상대가 바로 내 앞에 있기 때문에 결코 게을러 질 수 없는 연습이다. 



2.     수업이나 회의시간 활용하기

수업시간이나 회의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수업시간에 질문을 한다거나 회의시간에 나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그 예이다. 이러한 말하기는 대화를 하는 것과는 달리 일방향적이지만 발표를 하는 것만큼 긴시간을 할애하는 말하기는 아니다. 그렇기에 크게 부담되지 않지만 말하기를 확실히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다. 또한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적당한 긴장감 또한 갖출 수있다. 내가 하려는 말을 미리 명확하게 정하고, 말의 구조를 대강이라도 짠 뒤, 보지 않고 말해보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오늘 수업에서 최소 두번의 질문을 해야지. 회의에서 최소 3번의 발언을 해야지’와 같은 다짐을 가지고 수업에, 회의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 필자가 사용한 방법이다. 토론이 자유로운 분위기의 수업을 골라들으며, 한 수업에서 최소 한번은 손을 들어 나의 생각을 나누는 기회를 갖곤 했다. 처음엔 무지하게 떨린다. 그래서 어떻게 말할 것인지 조사하나까지 손으로 적어두고 달달 읽듯이 말을 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익숙해짐에 따라 나중에는 대략 무슨 말을 할지 머릿속으로 정해지기만 하면 손을 들어 적당한 유연함으로, 하지만 너무 길어지지 않게 말할 수 있는 경지가 되었다.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단연 효과있는 방법 중 하나는 그것을 마주하고, 별게 아님을 깨닫는데 있다. 


3.     일상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연습하기 

위의 두가지는 일상에 커다란 변화를 가하지 않고도 연습해볼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지거나 더 많은 에너지를 할애해 제대로 연습해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방법이 있다.

모임을 구성하는 것이다. 모임의 매개는 정해놓는 것이 좋다. 책모임이 될 수도 있고, 영화모임, 사설을 보고 토론하는 모임, 성경모임 모든 것이 다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말을 많이 할 수 있는 소재여야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모임에서 2번에서 알려준 것과 똑같이 실행을 한다. 이번 모임에서 나는 최소한 몇번의, 제대로된 발언을 하겠다. 요약과 갈무리, 구조까지 잘 잡힌 말하기를 혼자 준비하는 시간을 몇분동안 갖고, 그것을 보지 않고 말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처음에 말하기를 준비하는 시간은 오래걸릴 수 있다. 필자 역시 처음에는 약 10분에서 15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하지만 자꾸 하다보면 시간이 줄어든다. 10분에서 5분, 3분, 1분 .지금은 10초내로 결론, 구조 정도만 머릿속에 정해지면 바로 말을 내뱉을 수 있는 경지가 되었다. 


사설모임을 한다고 가정하고 어떤 방식을 사용하면 좋을지 가이드를 드리면 다음과 같다.

사설은 상황과 누군가의 논리가 잘 정리된 구조있는 글이기 때문에 상황을 요약하는 연습 뿐 아니라 논리를 파악하는 연습, 구조를 짜는 연습 모두를 아우를 수 있어 좋다.


사건(사실) – 원인 – 해석 – 당위 – 근거 – 방법 


이 여섯가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설을 분석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타다 금지법안이 발의 된 사건을 토대로 사설이 작성되었다고 해보자. 먼저 사건 자체에 대한 사실적 관계를 요약해본다. 사건의 배경 또한 원인적 측면에서 짚어본다. 나아가 그 사건에 대해 필자가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말한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지, 부정적으로 평가하는지 말이다. 만약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지, 더 나아가 그럼 뭘 주장하고 있는지 살핀다. 타다 금지법안 발의를 부정적으로 보기에 검찰개입을 줄여야한다고 주장한다면, 그에 대한 근거가 무엇인지도 살핀다. 마지막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검찰개입을 줄일 것을 제시하고 있는 살핀다. 즉 구체적인 대안 역시 제시가 되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이를 종합해 하나의 스피치를 만들면, 사실상 사설을 재구성한 본인의 스피치가 된다. 이 틀을 사용해 사설들을 분석해 나가다 보면 저 6개의 성분이 모두 쓰이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는 어떤 성분들이 쓰이는지 살피고, 어떤 내용이 더 들어갔으면 좋았을지를 고민해본다. 이는 본인의 말의 구조를 짤 때 도움이 많이 된다. 더나아가 이렇게 분석한 사설의 내용을 바탕으로 본인의 생각은 어떠한지 논증해보는 것까지 덧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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