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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루 Jul 12. 2021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수 는 없다

이십대 후반의 내가, 이십대 중반의 내게 건네는 인간관계론

#한달어스7일차



-오늘 수업 수강하시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보내드린 자료로 꼭 복습하시길 바라며, 문의있으면 언제든 주세요. 응원하겠습니다 :)




수업을 마치고 수강생들에게 항상 보내는 마지막 멘트이다. 이 메시지를 보내야 비로소 수업은 완전히 끝났다고 할 수 있다. 수업의 연장선으로서 꼭 해야하는 일로 이 루틴을 행해왔다. 상대로부터 답변이 돌아오는지 마는지, 온다면 어떤말인지 등 그들의 피드백에에 크게 게의치 않았다.



헌데 유독 수업의 분위기가 생각만큼 제대로 흘러가지 않았다고 느낀 날은 신경이 쓰인다. 

어쩌면 그들의 리액션이 수업 내내 나에 대한 인상이 어땠는지, 수업 전반의 느낌이 어땠는지를 가늠해보는 척도가 되기도 하기때문이다. 

내가 보내기도 전에 먼저 감사하다며 메세지를 받거나, 대게 웃음이 가득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말이 담겼다면  수업은 그야말로 대성공이었구나 짐작해볼 수 있다. 물론 답이 시시껄렁하거나 안온다면 , 수업 또한 그러했구나 알 수 있고 말이다.



한가지 기이한건 똑같은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도 불구하고 매 수업마다 수강생들의 온도가 참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성향의 분들이 오는지, 몇분이 왔는지, 조합이 어땠는지 등 수업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참으로 많다. 문제는 도저히 어떤 요인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낼 수 가 없다는 거다.

바로 지난 주에 성공적이었던 방식을 똑같이 이번 주 수업에 적용했지만 반응이 싸늘 한 경우는 참 많다.

3년 가까이 수백회에 달하는 수업을 진행해오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집단으로서의 수강생 만족도를 최상으로 이끌 수 있는지 알 도리가 없다.




어제 수업은 유독 수강생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수업 마치고 항상 자유질문시간을 갖는데 이렇다할 질문도 나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수업 후 보낸 마지막 문자에 아무도 답을 주지 않았다.

아무도 반응을 안 해준 것은 처음이거나, 아님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래됐을 텐데, 주말 내내 빡빡한 스케줄에 괜히 예민했는지 수업이 끝났는데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동안 그리도 쿨하게 잘 해왔으면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강의를 시작한 초반에는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강박에 꽤 힘들었다

나의 수업을 좋아해주는 이들이 분명 있긴한데,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쉽고 괴로웠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개선하고 싶어서 이런저런 시도를 했지만 그땐 또 다른 수강생의 만족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체력과 재화를 갈아가며 노력해보아도 도돌이표에 갇힌 느낌이었다.



하여 결론을 내린건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자는 것이었다.

사람마다 핀트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모두가 수업에 똑같이 만족할 수는 없으니 내 페이스대로 가라'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가 누군가의 스쳐가는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마음에 오래 머물다 갔다.

이를 인정하니 수강생들의 리액션과 피드백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 질 수 있었다.

어쩌면 그로인해 지금까지 수업을 이어올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안좋은 리액션은 여전히 계속되고 낙담은 반복될 것이다.

강한 모습을 잘 쌓아왔지만 너무나 갑자기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멘탈을 목격할 때의 기분은 언제나 참담할 거다.

별 수 없다. 다시 하나씩 쌓아나가는 수 밖에.

그렇게 하한을 조금씩 높여가는 수밖에.




어제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가 읽씹당한지 만 하루만에 플랫폼으로 부터 알람이 울렸다.

수업의 리뷰가 달렸다는 소식이었다.

어제 수강생 인원 절반이상으로부터의 , 극찬이 담긴 리뷰들이었다.



모두가 나를 좋아하지 않아보여도 낙담할 것 없다.

사실은 좋아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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