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루 Jul 13. 2021

월200받는 백수냐, 월500받는 직장인이냐

feat.간헐적 노동에 적합한 사람은요?

월 200받는 백수냐, 월 500받는 직장인이냐.

기한은 둘다 모름.


오랜만에 전화가 온 D가 내게 던진 질문이다.

최근 전문직시험에 합격해 한창 수습을 달리고 있는 D는 해를 볼 새가 없다. 

새벽같이 출근해 자정이 다되어가는 시간에 퇴근하기 일쑤다. 보통 내게 전화가 오는 시간도, 택시를 타고 집에가는 오밤중이다.

헌데 그녀가 받는 돈은 한달 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정규직이 되어도 한해를 채우기 전까지는 동결이라고.


나는 오개월차에 접어든 백수이다. 물론 단기적이긴 하지만 이것저것 지원금과 파이프라인으로 달에 들어오는 돈이 그녀보다 많다. 잠깐이지만 너무나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우리. 재밌는 가정을 해보았다. 


월 200받는 백수냐, 월 500받는 직장인이냐. 
기한은 둘다 모름.



나의 대답은 백수, 그녀의 대답은 직장인이다.

나야 살아온 인생을 반추할 때 그럴법도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그리 당연해보이지 않았다.

우선 월 500이 적은 돈이 아니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 평일과 맞바꿀만한 절대적 가치가 있는 액수인지 의문이다. 월 천이면 모를까,라는 말에 나와 그녀 모두 동감했다.



D는 다른 곳에 방점이 있었다. 바로 직장인이라는 점.

그녀는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당장 200을 채 못받지만 밤새 야근을 달리게 하는건, 

성장에 대한 욕구와 맡은 바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본인이 우선하는 삶의 가치에 대한 진정성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오래된 화두라 얼추 결론이 났지만

다시한번 내 생각을 반추해보았다.

평일을 내어줄만큼 재밌다고 느낄만한 일을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그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홉시부터 여섯시까지 시간을 버티고 흘려보내는게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아쉬워할 수 있는, 이왕이면 그를 눈치챌 수 도 없게 몰입하는 일을 만나면  좀 다를까.


글쎄. 그래도 평생은 못할 것 같지 말이다.

나처럼 간헐적 노동에 적합한 사람에겐 

너무나 어려운 질문이다.


하루 빨리 노동환경의 다양성이 개선되길 바래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수 는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