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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루 Jul 14. 2021

30분만에 써재낀 글이 Daum메인에 걸린다면?

터질것이 아닌데 터졌다

9.터질것이 아닌데 터졌다


(호들갑주의)


매일 글을, 정제된 글을 쓰기로 한지 9일차가 된 오늘 뜻밖의 선물이 찾아왔다.

아침 수업을 들으며 무심코 열어본 브런치어플에 알람이 이만큼이나 쌓여있었다.



?!!


어제 쓰고 잔 에쎄이에 불이 난 것이다.

친구와 통화를 끝내고, 시간에 쫗겨 생각 정리도 다 마치지 못한 채 30분만에 써재낀 글이었다.



1시간은 커녕 두세시간, 많게는 이틀에 걸쳐 쓴 정제되고 알맹이있는 다른 글들에 비하면 한참 형편없다고 생각한 글이었다.

그런 글들의 조회수가 두자리수 언저리인 것을 보며, 나를 표현하는 예술을 하고 싶다면 ' 팔리는가'는어느정도 내려놔야하는 구나 생각하던 참이었다.





도무지 어떤 포인트였는지 알 수 없지만, 알고리즘에 걸려서 혹은 누군가의 눈에 들어와서 Daum 메인 페이지와 카카오톡 배너에 걸린 모양이다.

역시 돈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바삐 움직이는 눈동자를 잠시 잡아두기에 충분히 매력적이구나 확인할 수 있었다.

오래된 화두이긴 하지만, 월200 받는 백수가 좋을지 500받는 직장인이 좋을지 잠시나마 상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많은이들에게 달콤했을 수도 있고 말이다.



무엇이 되었든, 그야말로 얻어걸린 100% 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도 내 글이 Duam 메인페이지에 소개가 되어 조회수와 좋아요, 구독 수 폭탄을 맞은 적이 있긴한데

이번에 다시 확인해보니 지금 규모와는 비교도 안되는 조회수 1/10 못미치는 귀여운 수준.



수십번 다시 읽어보아도 이렇다할 알맹이가 없는 신변잡기적인 글이라 되려 민망한 마음이.

그야말로 '이 누추한 곳에 어인일인지'하는 황송함이 몰려왔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아이유의 심정을 잠깐이지만 느껴볼 수 있었다.

그가 한창 높은 주가를 달리던 시기(물론 매년 최고 주가를 갱신중이라 생각한다)에,

그를 지배하던 감정이 두려움이었다고. 가진게 그만큼이 아닌데 이 거품이 언제 꺼질지 모른다는 생각때문에 말이다.



 한번 이런 행운을 맞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직감적으로 알기에 누려보기로 이내 태세를 전환했다.

우선 매일 글을 쓰는 장을 마련해준 한달어스 동기분들께 소식을 공유하고, 제한적이지만 sns에도 살짝이 자랑을 해보았다. 물론 아무도 내 원문을 읽어볼 수는 없지만 말이다.






점심시간 경 이 사태(?)를 목격하고 하루종일, 한시간에 한번씩 새로고침을 하며 조회수를 확인했다.

처음에는 그저 신기한 마음에 자주 들락날락 거렸다면

분 단위로 수백회 씩 늘어나는 조회수가 너무나도 기이한 광경이라 이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해졌다.

가장 마지막으로 확인한 수치는 사만칠천여회.

유저풀이 넓고 접근성이 좋은 유튜브 영상도 만회가 넘으면 꽤 잘나온 조회수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하물며 정적이고 자극적이지 않은 이 글쟁이들의 공간에서라면..

긴말 할 것 없이 인생 통틀어 손꼽히는 신나는 경험임이 확실하다.





오늘은 또다른 소식이 있는 날이다.

정확히 말하면 오랜 준비를 해오던게 아웃풋을 보이는 날이다.


사실 오늘은 지난 4개월간 준비해온 나의 vod클래스가 오픈하는 날이었다.

출국준비와 이사준비를 하는 와중에도 온 정신을 바쳐 만든 첫번째 정식 영상 콘텐츠이다.

아직 후처리 작업이 조금 남긴 했지만 나름 긴 호흡으로 준비해온게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니 시원함 보다도 설렘과 아련함이 크다.

지난 시간의 인고를 보상받기로 한 아웃풋의 날에, 매일 글을 써오고 있는 또 다른 인고의 아웃풋이 찾아와줘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친구 한명도 오늘 유튜브 채널에 첫 영상을 올리며 세상에 처음 무언가를 선보인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아무래도 길한 날이긴 했나보다.




나는 조바심이 많은 사람이다.

열심히 무언가를 하지만 진전이 없다고 생각이 들면 이내 추진력을 잃고 만다.

무언가 하고는 있는데 아무 변화를 느끼지 않으면

제대로 하고 있는게 맞는지, 난 결국 할 수 없는 사람인게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한다.



이것도 나름 성향이라면 성향인지라 이를 존중한답시고

짧지 않은 인생을 살며 내린 처방은 짧은 성취감을 자주 주자는 것.

하여 시험기간에는 벼락치기를 했고, 단기간 스파르타 학원을 다녔고, 프로젝트성 대회에 나갔고, 단기간 챌린지에 참여했다.

결과적으로 효과가 있는 처방이었.





그러다 '조금씩, 꾸준히, 오래'하는 방식에 꿈을 갖게 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동기는 많았지만 더이상 많은 양을 단기간에 몰아치듯 소화해내는 에너지가 점점 딸리는 문제가 다소 영향을 미쳤다.

꾸준히 오래가는 습관은 원래 어려운데, 특히 내게는 살아온 방식을 바꾸는 일이니  쉽지 않다.

그 중에서도 변화를 바로 알 수 없는 것이 사실 가장 어렵다.




중학교 때 한창 영어공부에 열을 올리던 시절, 선생님이 공부열의를 북돋는다며 해주시던 말이 아직 기억난다.  

언어능력은 계단식으로 상승하기때문에 정체구간일 때는 아무 변화가 없는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스프링처럼 튀어오를 힘을 모으고 있는거라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갑자기 '!'하고 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매일 빠짐없이 공부를 하는데도 실력이 오르지 않는다해서 조바심 낼 것 없다고 했다.



오늘 같은 선물은 어쩌면 계속 꾸준히 해보라는 응원이아니었을까 한다.

매번 아웃풋이 도드라질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 이렇게 가끔  수있다는  알려주는 맛보기 같은  말이다.


튀어오를 스프링의 힘을 모은다고 생각하,  요행은 아니고 조금의 요행을 바라다보면

이렇게 계속 걸어가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막연하고 근거없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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