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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루 Sep 11. 2021

세계각국 반친구들과 밥약잡기 프로젝트

사람을 만나는건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

대만에서 중국어 어학당을 다니고 있다.

9월부터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내게는 목표가 하나 생겼다.

바로 반친구들이랑 친구먹기.


우선 밥에 진심인 한국인으로서 식사부터 공략을 해야겠다 싶었다.

수업이 8시에 시작해 10시에 끝나는데,  밥을 먹기 참으로 애매한 이시간에 다짜고짜 반친구 한명에게 한명에게 다가가 밥 같이 먹겠냐고 묻는다.

물론 부담스럽지않게, 스몰톡을 하다가 매우 가벼운 느낌으로 '아근데 바로 집에가? 밥먹고갈래?' 하고 물어보는게 포인트다.

아무리 자연스러웠다해도 이리저리 다니며 밥타령을 하는 나를 보며 선생님은 얘가 왜 저리 밥에 기를 쓰나 할지도 모를일이다.


그렇게 개강한지 한주만에 9명중 4명의 반친구와 각각 밥을 먹게됐다.

한명은 한국인이다. 가장 접근이 용이했기에 개강 첫날부터 밥을 먹었더랬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세계 이곳저곳을 누비는 자유롭고 용감한  대학생 친구 같았다.

태어나서 아프리카에 교환학생을 다녀온 사람은 처음봤다. 이친구는 언아더.. 넥스트 레벨이구나 직감했다.

교환학생 시절 아프리카 친구들과 현지 전통춤을 췄다는 썰과 사진을 전해듣는데, 마치 어릴적 체험삶의 현장 지구촌버전 tv프로그램을 보는 느낌이었다.

한국인과 같은반에 있는건 처음인데 이번학기에 좋은 영향을 서로 주고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두번째는 인도네시아인이다. 대만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고 이곳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게 꿈인 귀여운 소녀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드라마, 케이팝에 관심이 있다. 다른 인도네이사인에 비하면 많은 편은 아닌거 같지만 말이다.

중국어로 더듬더듬 대고있는 모습만 보다가 한국인끼리 한국말로 빠르게 대화를 나누니 '와 어쩜그리 빨리말해'하며 놀라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마치 내가 대만인 중국어 하는 모습을 보는 느낌이겠지.

요즘 새로 알게된 분들을 마스크 끼고만 보다가 마치 복면가왕 실사판 처럼, 처음 마스크 벗을때 겪게되는 어색함과 반전미(?)가 아직 적응 되지 않는데, 이친구는 그 반전이 가장 좋은 쪽으로 컸던 친구다.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 훨씬 귀엽고 깜찍했다.


세번째는 일본인이다. 외향부터 너무나 일본인인 남성친구는 일본에서 출판업계에 종사하다가 퇴사하고 중국어를 배우러 대만에 왔다고.

우리반에서 중국어를 가장 잘한다고 생각되는 친구다.

모든 질문에 '에-!' 하는 일본 특유의 소리를 한차례 낸뒤 대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쩜이리 예의가 넘치고 리액션이 좋은지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이 친구(뿐만 아니라 다른 일본인도 마찬가지로)의 본연의 성격을 알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감이 잘 안온다. 이번 학기로는 어려울 것이 확실해 보인다.


네번째도 일본인이다. 이번엔 여성친구다.

당장 오늘 만났던 친구인데, 수업이 끝나고 급하게 물어보느라 다짜고짜 '오늘 밥 같이 먹을 의향있어?'라고 물었는데 너무 기뻐하며 '의향있어!'하고 외쳐준 톡톡튀는 친구다.

한주간 기회가 없어서 말을 많이 못해서 반친구들이랑 어울리고싶어하는지 감이 안왔는데 기뻐하는 것을 보니 매우 끼고 싶었지만 소극적이어서 어려웠던 모양이다.

같이 밥을 먹기로 하고 식당으로 가면서도 함께 밥먹게되어 참으로 기쁘고 물어봐줘서 고맙다는 말을 두번 더 들은 것 같다.


이친구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우선 일본에서 약사로 4년정도 일을 했다고 한다. 약사일이 매일 똑같아서 지루하고 한의사가 되고 싶어서 대만에 오게되었다고.

왓?? 이 한마디에 질문이 몇개나 쏟아졌다.

우선 왜 한의사가 되러 대만에 왔는지?

한의사가 왜 되고 싶은지?

대만에서도 약사로 일할수있는지?


너무 인상적이어서 밥먹는데 체할듯 물어봤음에도 하나하나 차근차근 대답해줘서 고마웠다.

대만이 한의학으로 중국보다도 요즘 유명하다고. 몰랐던 사실이다.

그리고 학비가 싸서 대만에서 학교를 다니려고 한단다. 그러려면 대만수능을 치뤄야할텐데 그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아니 대체 어떻게하면 다큰 성인이 어느세월에 중국어를 배워서 수능을 치룰 생각을 할까?

물어보니 10년후 정도로 생각한다고.

그리 긴 시간을 생각하는 이유는 중국어 때문도 있겠지만 돈이 지금 없어서 모아야한다고 한다.

에? 그럼 왜 일본에서 안모아오고 여기서 모으려는 건지?

일본이 훨씬 봉급이 높고 약사면 고소득 일텐데. 그리고 대만에서 약사자격증은 효력이 없다고 하는데.

그래서 일단 지금은 워홀 비자로 한번 경험 해보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 돈을 벌고 온다고 한다.


중간중간 여전히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얼추 틀은 잡혔다.

참으로 재밌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워낙 많은 일을 겪다보니 절대 확인할 수 없지만 꽤 놀라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말이 진짜일지 가끔 생각해보는 습관을 갖게되었다.

그 친구의 이야기 역시도 잠깐이지만 '진짜겠지?' 하며 들었다.

대만에서 쓰지 못하는 전문직 라이센스를 지니고 무작정 대만에 와서 자국어 가르치는 일을 찾고 있는 사례를 본적도 들은적도 없고 상상해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허나 이내 그녀로부터 또다른 이야기를 듣고 완전히 신뢰하게되었다.


요즘 포도막염이 재발해서 스테로이드 안약을 정기적으로 넣고 있는데, 수업시간에 약 넣는 모습을 그녀가 봤다고 한다.

그때 내가 안약을 흔들고 넣는 모습을 보며, 스테로이드계 안약이라는 걸 알았고

관련 질환으로 나올법한 증상들(충혈, 눈물)이 내 눈에 보이는지 짧은 찰나에 확인했다고 한다.


정말이지 무릎을 탁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 아닌가!

이제부터 의약과 관련한 도움을 그녀에게 청할수 있지않을까 생각하니 참으로 든든했다.  

부디 그녀가 이번주말에 보는 일본어 튜터 면접에 합격해서 대만에서 오래 볼수 있었으면.





사람을 사귀는건 책을 읽고 여행을 하는 것 만큼이나 많은 자극을 준다.

완전 다른 세계를 만나서 긴밀한 질답을 통해 간접경험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때문이다.

이만큼 간편하고 용이하게, 그리고 저렴하게 세상을 경험하는 방법이 또 있을까 싶다.


한주동안 네명의 반친구를 사귀며 네번의 여행을 경험했다.

중국어를 연습하러 만난 친구들이었지만, 사람을 만나는 것의 또다른 큰 장점을 상기하기 되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자극과 영감에 기민한 사람으로서 계속 그 환대의 태도를 지닐 수 있었으면 한다.

또한 계속 기민한 촉수와 부지런한 리액션을 유지했으면.



아직 만나지 않은 5명의 반친구가 더 있다. 아직 경험할 완전 다른세계가 5개 더 있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설렌다.

티베트인, 미얀마인, 스페인인, 이탈리아인, 프랑스인 딱기다리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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