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중학교 때 영어 학원에 다녔다. 학원에서 어려운 교재를 공부하다 보면 모르는 단어가 있기 마련이다. 모두 핸드폰을 통해 단어를 검색하려고 했지만, 학원 선생님은 항상 종이사전을 사용하길 아주 강력하게 권했다. 나는 사실 잘 이해하지 못했다. 종이 사전을 통해 영어 단어를 찾아봐야 노력해서 찾은 것 덕분에 더 기억에 남는다고 하셨음에도 말이다. 핸드폰으로 빠르게 단어를 찾아서 그 시간에 더 외우는 것이 어떻겠냐는 나의 생각이었다.
대학생이 되었다. 다른 학교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 교재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대부분 교수님이 강의 자료를 준비하시고, 온라인에 올려주시면 볼 수 있는 형태이다. 나는 항상 종이 노트와 교수님이 올려주신 자료 출력물, 2가지 색상의 볼펜을 가지고 항상 수업을 듣는다.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 직사각형의 물체들을 경사로처럼 세워두고 수업을 듣고 있어 뭔가 내가 특별한 듯한 기분이다.
내가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이유는 특별한 건 아니다. 유별난 사람이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전자기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신기하게도, 점점 공부하면서 손으로 무언갈 쓰는 행위가 학습이 잘 된다고 느꼈다. 비효율적이고 힘든 이 방법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니.. 아이러니하다. 대학생이 되면 기필코 노트북으로 편하게 타이핑하며 공부하리라 다짐한 내가 손으로 필기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필기가 뇌의 무언가를 자극해서 학습이 잘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는 그것보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런 이야기가 있다. 힘든 과정에서 나온 결과가 아주 값지다는 것이다. 상상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는, 내가 전지전능한 세상은 처음은 몰라도 나중에 가면 재미가 없어질 것 같다는 나의 생각이다. 삶을 돌아보면, 힘들게 얻은 것들이 기억에 남는 듯하다. 그렇지 않은가? 아무튼, 내가 필기하며 공부하는 것이 더욱 값질 것이라 믿으며 다가오는 수업을 기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