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 국문과 교수의 수업을 듣고 있었다.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까지 전체적으로 가볍게 살펴보는 기초 전공수업이었다. 한참 현대시를 설명하던 시간이었다. 진은영 시인의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이라는 작품을 설명하시다가, 시에 감탄했다. (시를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다른 시를 설명하면서도 항상 시인은 대단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인이 활용한 절묘한 시어들을 해설하며 교수님은 시 해설이 끝날 때마다 자신이 시인이 되기는 글렀다는 농담을 자주 던지곤 하셨다.
최근에는 시집을 몇 개 읽고 있다. 시를 많이 읽어보지는 않아서 참 어렵다. 깊은 감명을 받으리라 기대하며 산 시집은 고차원적이었다. 나는 차원이 낮은지라 아쉽게도 시를 읽기는 쉽지 않았다. 시의 멱살을 잡아 놔주지 않고 계속 읽어봐도 나의 차원이 고차원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단어를 모르는 것도 있었지만, 내가 이해력이 부족했다.
다행히 친구가 빌려준 한 시집은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어 재밌게 읽고 있다. 시를 하나하나 읽어보면서, 나도 시인이 되기는 글렀다는 생각이 든다. 딱 상황에 알맞은 단어를 찾기란 너무 어려운데, 많은 시인은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모습에 놀랍다. 함축의 최고봉들이 펼치는 단어의 향연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시인이란 정말 멋진 것 같다.
시를 쓴다는 건 정말 대단하다. 전에는 그런 생각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극한 마음을 담아 예찬한다. 글자 수가 다른 장르에 비해 턱없이 적지만, 담겨야 할 것들은 무지무지 많기 때문이다. 주제 의식, 적절한 상황과 단어, 어투 등등... 고려해야 할 수많은 요소를 글로 길게 풀어쓰는 것도 어려운데, 그걸 함축하는 것은 비범한 일이다. 시인이 되긴 글렀지만, 시인의 경지에 오를 정도로 내가 발전할 수 있기를 원한다. 언젠가는 시를 내 마음에 들게 쓸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친구가 빌려준 시집이다. 너무 좋은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