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鳶)

에세이

by 이태민

『압록강은 흐른다』라는 자전소설을 보고 있었다. 소설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일제강점기 시절 주인공이 유년 시절부터 독일에 도착하기까지의 여행기를 담고 있다. 특히, 유년 시절의 내용이 책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인공의 어릴 적 생활을 알 수 있는 부분을 읽다 보니 반가운 놀이가 나와서 한참을 까먹고 있었던 추억이 떠올랐다.


주인공이 다른 인물과 함께 연을 만들어 날리려는 장면1)이 있다. 너무 오랜만에 들은 단어라 연이 무엇인지 한참을 생각했다. 내가 오직 생각나는 연은 관계의 연(緣)이었다. 조금 고민하다 보니 내가 아는 그 연(鳶)이겠구나 싶었다. 날아다니는 그 연 말이다. 초등학교 시절 친가에 가면 항상 아빠가 연을 만들어 주었다. (아빠는 손재주가 매우 뛰어나다. 아빠보다 손재주가 좋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아빠가 간택한 뼈대로 쓸 나무와 종이로 연을 만들었다. 그런 뒤, 난 엄마에게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면, 아빠가 엄마에게 가서 밥풀 몇 개 가져오라고 시키곤 했다. 그렇게 가져온 밥풀로 연을 완성했다. 옆에서 항상 지켜봤지만 어떻게 만드는 것일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완성한 연에 실을 연결했다. 그런 뒤, 아빠가 연과 실을 잡고 재빠르게 뛰다 보면 연이 금세 하늘로 올라갔다. 난 그 광경이 너무 신기해서 연을 참 좋아했다. 그러다가 아빠 없이 나 혼자 연을 잡고 뛰다 보면, 연은 땅을 쓸고 다니는 걸레의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요령도 없고, 달리기도 느려서 그랬던 것 같다. 다시 연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아빠를 불러 맡긴다면, 연은 또 아빠를 만나서 그런지 잘만 날랐다. 연이 참 미웠다.


요즘 무언가를 읽거나 평범하게 지나치는 물체들을 쳐다보면 과거의 일이 자주 생각난다. 그것도 한참을 기억하지 못했던 일들 말이다. 그러다 보면 “내가 이런 경험도 했었지~”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아직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 기억을 찾아내는 순간은 나름 짜릿하다. 앞으로 내가 발견할 나의 과거는 무엇일지 기대된다.


1) 이미륵, 『압록강은 흐른다』, 박균 옮김, 초판 5쇄; 경기 : 살림, 2016, 31~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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