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즐거웠던 집 가는 길

에세이

by 이태민

대학교에 다니면서 항상 버스를 타고 집에 가다가 걸어갔던 어느 날이 있었다. 오랜만에 문득 초·중학교에서 하교하던 길이 생각나 그 길로 걸었다. 언제나 집 가는 일은 신나는 일이지만, 가장 즐겁게 집 가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회상해 봤다.


추석 연휴나 방학식을 마치고 집에 가는 날은 무척 행복하다. 혹은 예정에 없던 단축수업으로 하교하는 날도 미소 지으며 갔었다. 하지만 영어학원이 끝나고 친구, 후배들과 같이 집 가던 순간을 이기기는 힘들 것 같다.


학원이 끝나면 같이 다니던 친구들과 후배들이 가장 먼저 내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내 집이 가장 멀지만, 할 일이 없다는 이유로 누구도 먼저 집에 가지 않았다. 걸어가는 동안 나누는 실없는 이야기들이 그렇게 즐거웠다. 그때 나누었던 대화가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기억을 못 하는 것이 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힘들게 공부한 후 집에 갔기에 내가 그 순간을 과대평가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난 그렇게 누군가와 웃고 떠들며 하루를 마무리하던 그 시절이 마음에 들었다. 그 소소한 행복으로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학원을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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