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왜 그리 가느다란 목소리로 빽빽한 글자들이 가득한 글을 나에게 보여줬을까. 녹아버린 양초가 사방으로 퍼진 채 다시 굳어 생긴 모양처럼 금방이라도 흘러넘쳐 무너질 것 같아 보였던 걸까? 내가 남긴 자취를 따르려는 모습이 문득 떠올라 슬퍼지곤 해. 앞선 고양이가 눈길에 남긴 발자국을 그대로 따라 걸으려 하는 고양이가 될 필요는 없는데 말이지. 그럼에도 그 발자국을 따라온 너에게 말할게. 그리 떨림을 가지고 말할 필요도 없었어. 이미 충분히 좋은 글을 쓰고 있거든. 아주 멋진 글이야. 밤하늘을 노래하는 어떤 시만큼 아름답지. 내가 해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야. 이미 넘어선 지 오래지. 마지막으로 내가 조언했던 말이 무척 후회되기도 해. 나의 정답을 모두의 정답으로 제시했던 나의 과오지. 나의 자취를 따라오는 너에게, 앞으로도 따라와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된 조언을 했었던 것 같아.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고, 이미 아주 멋지게 새하얀 눈이 쌓인 길 위에 새로운 발자국을 만들고 있다고 전해. 네가 새길 한 글자 한 글자의 집합을 기대할게. 난 그저 저기 우뚝 서 있는 버드나무처럼 곁을 지키고 있을 거야. 필요하다면, 옆에 놓인 나무 의자에서 낮잠을 자도 좋아.
- 너의 큰 버드나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