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그냥 쓰는 게 아니더라

에세이

by 이태민

야심 찬 포부를 가지고 소설을 쓰고자 결심했던 어느 날이 있었다. 한 유명 소설을 보고 나도 감탄할 만한 소설을 언젠가 써보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막상 소설을 쓰려고 시작했는데, 키보드 위에 손을 얹은 채 가만히 있었다. 구상을 완벽하게 하지 않은 채 시작한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 어떤 내용을 넣어야 할지 감도 잡기 어려웠다.


학교에서 드라마 작가 특강이 있었다. 특강을 진행하는 작가가 내가 미디어에서 들어본 드라마와 프로그램을 썼길래 기대하는 마음으로 강의를 경청했다. 집중해서 들어보며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파고드는 방법, 내가 가장 잘 아는 분야를 전하는 방법이 경쟁력이 있다는 점이다.


내가 소설 쓰기를 멈추게 된 이유를 찾았다.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이 부족했다. 허구의 영역이라도 내가 알고 있는 부분이 있어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전혀 알지 못하는 부분을 그럴듯하게 쓰는 일은 천재 작가가 아니면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경험이라는 건 정말 중요하다고 느낀다.


단순하게 많은 경험을 축적하는 일은 양의 방향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소 꼬리뼈를 넣어 아주 오랜 시간 푹 끓여 진한 사골육수를 만들어 내듯 깊은 사유를 통해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가진다고 믿는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면 언젠가 멋진 소설을 완성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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