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버릴 수 없는 것들

에세이

by 이태민

내 방을 정리하다 보면 깊숙하게 박혀있는 기억 파편을 발견할 수 있는 물건들이 하나둘 목격된다. 고생하면서 적었던 오래된 학습 활동지, 친구랑 그림 그리며 놀던 노트, 기부 기념으로 받은 배지, 아빠가 오래전 마트에서 사줬던 장난감 등 물건 하나하나가 생생했던 역사를 담고 있다. 물건 하나로 과거의 특정 사건과 모습이 떠오르는 경험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신기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과거에 내 사물들을 자주 버리지 않는 습관이 있었다. 언젠가 다시 돌아볼 것만 같고, 추억이 될 것 같아서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과감하게 마음을 먹고, 방을 치우려고 물건을 홧김에 버리는 날도 있었다. 방에 짐이 너무 많기도 하고, 그런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회의감이 들 때였다.


그렇게 많은 걸 버리고 나니,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그 물건들의 사진이라도 남겨둬야 했다. 기억을 품고 있는 물체들을 좀 버린다고 해서 나의 추억이 소멸되진 않겠지만, 내 소중한 기억 파편들을 꺼내기 매우 어렵게 된다. 그렇다고 물건들을 전부 품고 살면, 현실적으로 공간이 부족해 불편하다. 딜레마에 빠지는 상황에서, 사진이 최선의 답일지도 모른다. 기억을 소환할 수 있는 물건들을 먼저 내다 버린 사람으로서, 가지고 있던 사물들을 버리기 전 사진이라도 찍어두고 버리길 권한다. 먼 미래에 아쉬워하던 유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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