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제삼자의 입장으로 나를 살피는 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나는 나름 준비성이 철저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예지할 수 있는 능력을 아쉽게도 갖추지 못하고 있어 내 앞에 펼쳐질 미래를 조금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예측 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는 일들을 대비하기 위해 발버둥 치며 살아가고 있다.
내가 들고 다니는 가방을 살펴보면 여러 물건이 가득 채워져 있다. 외상, 두통, 복통과 같은 다양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약을 담아둔 비상약 봉투, 가위, 보조배터리, 휴지, 물티슈, USB, 마스크 등 보부상처럼 잡다한 물건들을 잔뜩 들고 다닌다. 너무 많은 물체를 들고 다녀 가방이 조금씩 조금씩 무거워지곤 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해야 나의 마음이 조금 놓이곤 한다. 돌아보면 이렇게 잘 준비해서 다녔더니 내가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물건이 가방에 있는 경우가 대다수라 슬기롭게 어려운 상황을 이겨냈었다. 때로는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내가 챙기고 다니는 물건들 건네줄 수 있었다. 그런 상황이면 나의 준비성에 만족하며 뿌듯해하곤 했다.
앞으로의 나날들을 알 수 없음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대비하며 살아가는 편이다. 평범한 인간이 이런 노력을 해도 변하는 건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걱정이 많아지기도 한다. 내가 살아가는 이 방식이 정답은 아니지만, 나의 삶에 있어서는 정답이라고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관해 준비했음에도 소용이 없을 때, 나를 원망하고 자책하진 않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