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삶을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

by kyo

2년 반 전에 종영한 미스터션샤인을 보았다. 1890녀대, 혼란스러웠던 조산 말기를 살아간, 그리고 일제강점기까지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 이제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아무개'라는 사람들의 이야기. 꽤 늦은 감상이었으나, 늦게라도 잘 봤다고 생각이 들었다.


미니시리즈 드라마 치고는 꽤 느린 호흡으로, 긴 시간을 통해 인물들의 내러티브를 풀어간다. 24부작에 후반부로 가면 편당 1시간 15분이 넘어가기도 하는 데다, 1890년부터 1910년 이후까지 다루다 보니 등장인물들의 인생사를 관통하며 가슴 아픈 당시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점이 좋았다.


내가 늦게라도 '미스터 션샤인'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이유

이 드라마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었던 이유는 하나였다. 주인공인 김태리, 이병헌, 변요한, 김민정, 유연석 외 함안댁, 행랑아범 등 조연들이 그려내는 저 시대 속 삶은 행복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 것. 드라마의 주제 자체가 의병들의 이야기인 만큼, 주인공 5인 외에도 수많은 이름 모를 아무개들의 고난과 헌신의 이야기가 다루어진다.


저 시대를 살아가신 모든 분들이 그렇겠지만, 원해서 맞닥뜨린 어려운 상황이 아니었다. 구한말~일제강점기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원치 않는 것들이 강제되어 자유는 빼았겨갔다.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조선이 아닌 곳에서 온 사람들의 마음대로 나라가 무너져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



그랬음에도 그들은 행복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드라마 속 수많은 아무개들은 꿋꿋이 자신들의 삶을 살아간다.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기도 했고, 자신들이 바라고 목적하는 삶을 향한 헌신이기도 했다.(물론, 그 헌신의 방향이 개인의 영달에만 국한된 극 중 이완익 같은 인물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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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말이지 힘들고 어려웠던 그 상황이었지만, 그들은 굉장히 주체적인 삶을 살아간 셈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행복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죽음을 앞두고 함안댁은 자신을 안고 오열하는 고애신(김태리 역)에게 한마디를 건넨다. "애기씨는 제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죽을 이유"라고. (그렇다고 당시의 신분제도라던가 하는 것들을 옹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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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인물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그 상황 자체를 바꾸기 위해 각자가 생각하는 대의를 향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아무개들은, 자신들에게 보여된 환경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그 안에서 각자가 생각하는 삶의 목적을, 모습을 온전히 살아내기 이해 최선의 삶을 살아낸다.



그래서 행복할 수 있는 최소 조건 중 하나는 주체적인 삶의 태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삶을 자신이 목적하는 대로 충분히 살아내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누구나 이름을 알법한 엄청난 업적을 세우지 않아도, 작고 소소한 행복만을 추구하더라도, 주체적인 삶의 태도를 견지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주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것. 남들에게, 주변 상황에 내맡기며 떠밀리듯 살아가지 말고,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 보는 것. 물론 인생에서 모든 게 내가 원하는 뜻대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없겠으나, 적어도 "뜻하는 것"이 있고 "뜻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한 노력"은 최선을 다해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 아닐까.



덧. 그리고 내가 꼽은 최고의 명연출 한 장면

후반부로 가면서 가슴 정말 절절해진다. 드라마이기에 '주인공들이 모두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드라마 속 사람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래, 저 시대엔 저런 일이 참 비일비재했을 거야, 하면서 가슴 한켠이 미어져오기도 하면서, 참 가슴 아픈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23화에서 함안댁과 행랑아범의 죽음이 묘사되는 장면. 그들은 총을 맞으며 서로를 쳐다보며 마지막 한번이라도 손을 잡아볼까 하며 팔을 뻗지만, 결국 닿지 못한 채, 화면은 느릿하게 그들이 쓰러져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끝이 난다. 서로에게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말들이 내레이션으로 읊어지며, 그렇게 그들을 찬찬히 비추며 끝난다.



그리고 24화의 시작. 23화 마지막에서 보여주던, 함안댁과 행랑아범의 죽음의 순간 보여지던 내러티브는 전혀 보이지 않고, 그저, 쏟아지는 총알과 함께 피비빅, 정말 말 그대로, 피비빅 하고 쓰러져 버린다.


총을 쏜 일본군에게도, 그 거리에 있던 다른 사람에게도, 그저 찰나의 순간이었겠지 그렇게. 누군가의 죽음은 그렇게도 덧없을 것이다. 24화의 시작에서의 그 연출은 참 가슴 아프고도, 23화의 마지막 장면에 이어 정말이지 드라마틱한 장면이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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