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계급사회로 가는 대한민국
얼마 전 신문에서 본 기사가 오래도록 머리에 남았다. 취업 준비 중인 20대 청년이 수십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매입했다는 소식이었다. 그의 통장으로 흐른 돈은 스스로의 노동이 아니라 부모의 자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성실한 노동과 노력만으로는 이제 부자가 될 수 없는 것인가.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상속·증여세 규모는 최근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GDP 대비 부담률은 약 0.7%로 프랑스·벨기에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고도성장기에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믿을 만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산 가격이 급등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유산이 사회 이동의 사다리를 걷어차 버렸다. 자산을 상속받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의 간극은 노동이나 능력으로는 메울 수 없는 벽이 되어간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헨리(HENRY: High Earner, Not Rich Yet)'라는 표현이 회자된다. 억대 연봉을 받는 고소득자임에도 자산 형성에는 실패해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자조적 신조어이다. 프랑스에서는 이와 유사한 개념을 '니콜라가 낸다(Nicolas qui paie)'라고 부른다. 높은 소득으로 높은 세금을 내면서도 '부모 찬스'가 없어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하는 이들의 푸념이 SNS에 넘친다. 노력의 가치가 무너지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이다.
OECD는 부모 배경이 교육 및 소득 기회의 가장 큰 결정 요인이라 지적하며 누진적 조세제도 강화를 권고했다. 국가는 세대 간 부의 이전이 노력하는 이들의 기회까지 막는 장벽이 되지 않도록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 상속세 실효성 강화와 교육·주거 분야의 기회 균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은퇴 후 글을 쓰며 청춘 시절을 돌아본다. 그때는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말이 삶을 지탱하는 신념이었다.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은 재산이 아니라 공정한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어야 한다.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우리는 정말로 '열심히 살라'고 말할 수 있는 정당한 사회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