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덫은 이미 놓여 있었다

by 건강한 오후

책 정보:

- 제목: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 저자: 마이크 버드

- 출판일: 2026년 1월 21일

- 장르: 경제


어느 날 아침, 신문을 펼쳤다. 한쪽에는 서울 강남 아파트 신고가 경신 기사, 바로 옆 페이지에는 대구 신축 아파트 수천 가구 미분양 소식이 나란히 실려 있었다. 같은 나라, 같은 날의 뉴스였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곳과 아무도 사지 않는 곳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 풍경 앞에서, 나는 신문을 덮지 못하고 한참 멍하게 앉아 있었다. 마이크 버드의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는 그 멍한 자리에 정확하게 꽂힌 책이다. 저자는 내게 답을 주기 전에 먼저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들은 불편했고, 그래서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첫 번째 질문 — "당신은 집을 소유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집에 소유당하고 있습니까?"


저자는 조용히 묻는다. 토지는 언제부터 이렇게 강력해졌는가. 그의 답은 역사 깊은 곳에서 시작된다. 토지는 원래 식량을 키우는 땅이었다. 생산 수단이었다. 그런데 현대 금융 시스템이 토지를 '담보'로 인식하는 순간, 토지의 본질이 바뀌었다. 새로 만들 수 없고, 움직이지 않고, 닳지 않으며, 사라지지 않는 토지는 은행 입장에서 꿈의 담보물이다. 그때부터 토지는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라 신용을 낳고 자본을 불리는 금융 엔진이 되었다. 강남과 대구가 같은 날 신문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토지는 이미 균등한 공간이 아니었다. 금융 권력이 선택한 땅과 버려진 땅으로 나뉘어 있었다.


나의 답은 25여 년 전 기억에서 온다. 처음 내 명의의 집 열쇠를 받던 날, 나는 안식처를 얻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집이 내 삶의 방향을 이미 끌고 가고 있었다. 대출 이자를 먼저 계산하게 되었고, 부동산 뉴스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으며, 이사할 때마다 시세를 먼저 물었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그때 이미 덫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두 번째 질문 — "불평등은 노력의 문제입니까, 아니면 구조의 문제입니까?"


저자가 제시하는 숫자는 충격적이다. 전 세계 실물 자산 중 토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퍼센트, 상장된 모든 기업의 가치를 합한 것보다 두 배가 크다. 땅을 가진 자는 더 많은 담보로 더 많은 땅을 살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자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 격차를 따라잡을 수 없다. 노력으로 메울 수 없는 신분제, 저자의 표현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오래 책을 덮어야 했다. 예순을 살아오면서 나는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다. 혼자였다. 부산에서 수십 년을 살다 은퇴 후 진주로 내려왔다. 직장을 따라, 형편을 따라 살았다. 돌아보면 내 인생의 가장 큰 재정적 분기점은 노력이 아니라 타이밍이었다. 어느 해에 어느 도시에 있었느냐. 강남에 뿌리를 내린 사람과 지방을 떠돌다 정착한 사람의 차이는 성실함의 차이가 아니었다.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운이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제대로 인정하게 됐다. 그 인정이 조금 쓰렸지만, 동시에 가슴이 놓이기도 했다. 잘못 산 인생이 아니라, 그런 시대를 통과한 삶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질문 — "집값이 오르면 우리는 정말 부유해지는 것입니까?"


이 질문이 이 책에서 가장 날카롭다. 집값 상승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나도 그랬다. 그런데 저자는 말한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폭락은 둘 다 재앙이라고. 폭등할 때는 기존 자산가들이 대출로 더 많은 땅을 사들이고, 창의적인 스타트업보다 전통 지주 기업들이 유리해져 경제의 역동성이 사라진다. 폭락할 때는 금융 시스템이 토지와 깊이 결합되어 있는 탓에 연쇄적인 금융 위기로 번진다. 지난 200년간의 굵직한 금융 위기들 상당수가 토지 가격의 급등락과 얽혀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통찰이다. 오르면 지옥, 내리면 지옥. 덫이라는 표현이 이보다 정확할 수 없다.


그러나 내가 가장 오래 머문 문장은 그다음이었다. 공동체로서의 도시가 해체되고 자본의 전시장으로 변질된다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가면 내가 기억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골목도, 단골 가게도, 이웃이 살던 집도 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사는 새 건물이 들어섰다. 집값이 오를 때 나는 그것을 발전이라 불렀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사랑했던 것들이 사라지는 과정이었다. 나는 그 소멸에 조용히 동조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 책은 화내지 않는다. 선동하지 않는다. 그저 차갑고 명확하게,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구조를 보여준다. 집을 살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 책이다. 그러나 왜 강남과 대구가 같은 날 신문에서 전혀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지, 왜 고향이 낯선 도시로 바뀌는지, 그 구조의 뿌리가 궁금한 사람에게는 드물게 정직한 책이다. 이 책이 묻는 질문들에 나는 아직 완전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이것 하나는 분명해졌다. 덫을 알아야 덫에서 벗어나는 법을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부동산 뉴스를 보는 시간보다, 이런 책 한 권을 읽는 시간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