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에 의한 기사 배열, 네이버의 심장을 겨눈다.
올해 들어, 한국 광고시장 역사상 최초로 “디지털 광고” 시장 규모가 “방송 광고” 규모를 앞질렀다.
http://biz.newdaily.co.kr/news/article.html?no=10143513
이는 국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다. 다만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http://betanews.heraldcorp.com:8080/article/709292.html
지난해 방송 광고 시장 규모는 4조 345억, 디지털 광고는 3조 6,851억 원이었다. 올해 상반기 방송 광고는 전년 동기 대비 ▲1.6%인 반면, 디지털 광고가 +11.8% 성장하여 규모가 역전된 것이다.
http://magazine.cheil.com/20635
단연 돋보이는 원탑은 네이버다. 검색광고(SA), 배너광고(DA) 할 것 없이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동영상 광고 시장에서는 YouTube와 Facebook에 밀리지만, 동영상 광고는 생각보다 시장 자체의 규모가 크지 않다.
[참고] 2017년 상반기 국내 동영상 광고 매출 순위 (반년 기준 시장 규모 2,000억 수준)
YouTube 741.7억(M/S 37%) > Facebook 622.6억(31%) > NAVER 238.5억(12%) > daum 168.8억 > GomTV 73.7억 > imbc 45억 > SBS 35.8억
http://www.bloter.net/archives/286755
https://www.facebook.com/MezzoMedia/posts/1402325199843532
이렇게 “네이버 왕국”이 되어가는 대한민국 인터넷판에 엄청난 충격파가 발생했다. “네이버의 고위 인사가 힘 있는 스포츠 협회로부터 기사 재배치 청탁을 받고, 실제로 기사를 잘 안 보이는 곳에 숨겨서 재배치했다”는 의혹을 담은 기사가 나온 것이다.
http://sports.news.naver.com/kfootball/news/read.nhn?oid=529&aid=0000016851
국내 포털사이트 뉴스·미디어 검색 점유율 70%를 자랑하는 ‘네이버’는 뉴스 편집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투명하고, 공정한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라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과 시민사회가 “외부 청탁을 받고 기사 편집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당장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발끈했다. 그러나 ‘엠스플 뉴스’ 취재 결과, 네이버 고위층이 직접 기사 재배치 청탁을 받고, 이를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프로축구 ‘K리그’를 주관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연맹 비판 기사를 뉴스 수용자가 잘 볼 수 없는 곳에 재배치해달라’고 청탁하자 네이버가 이를 적극 수용했다는 의혹이다.
기사가 공개된 후 4시간 만에 한성숙 대표가 관련 내용을 시인하며 사과문을 올렸다. 처음 있는 일이다. 물론 네이버 공식 홈페이지(navercorp.com)에 보도자료 등으로 올린 것은 아니고 “네이버스포츠 공식 포스트”에 올린 것이 전부다. 뉴스 전체에 관한 신뢰 문제가 아니라 스포츠에 국한한 것으로 포지셔닝 하기 위함일 것이다.
http://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0123016&memberNo=1156373
http://www.bloter.net/archives/292621
실상, 네이버가 이렇게 막강해진 것은 2011년 이후다.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2011년 국내 모바일 광고 시장 규모는 600억 규모에 불과했고, 성장성에 관한 여러 의문이 있었다. (초기에 m.naver.com 혹은 네이버 앱이 아니라 naver.com으로 접속해서 Pinch zoom으로 확대해서 보던 시절도 있었다.)
국내 광고 시장 규모(10~11조 원)의 0.6%에 불과하던 모바일 광고는 2016년 1조 7,453억원으로 5년 사이에 30배 성장했다. 광고 시장 내 비중도 17%로 역시 30배가량 커졌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시장을 만들어 준 것은 이동통신 3사의 LTE 경쟁이었다. 국내 LTE 가입자는 2011년(119만)에서 2012년(1,581만)을 거쳐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이와 더불어 모바일 광고, 앱, YouTube, Facebook 등 최근 광고 시장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가지는 매체 혹은 서비스가 급성장했다. E-Commerce의 성장도 마찬가지 곡선을 그린다. (역설적으로 네이버를 키워준 것은 SKT, KT, LG U+이다.)
네이버가 가진 광고 매체로서의 독보적인 영향력은 Viewership에 기반한다. MAU(Monthly Active User)나 가입자수는 네이버와 카카오(다음)의 격차를 설명하지 못한다. 결국 중요한 지표는 Usage 관련 지표인데, PV(Page View)나 검색(쿼리) 점유율이고, 이것이 네이버가 검색 시장 70%, 곧 디지털 광고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이유다.
이 모든 것은 아침에 일어나서 눈뜨면서부터 네이버에 접속해서, 일터에 가서 PC로 네이버 세상 안에 살고, 또 돌아오는 대중교통에서도, 집에 와서도, KBO 야구나 해외축구를 볼 때도, 놓친 지상파 드라마의 Short-clip을 볼 때도, 네이버를 “신뢰하며”, “접속하고”, “이용하기” 때문이다.
조작이 있을 것이라는 여러 정황적 증거와 의심이 있었음에도 일반적인 사용자들은 네이버의 일관된 대응을 믿고 네이버를 변함없이 이용해왔다. 동영상 광고 시장에서 네이버가 맞춤형 광고를 “안” 하는 것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심이 있을 때도, 그러려니 해왔다. (즉 SA와 DA 광고가 너무 크기 때문에 굳이 단가가 싸고 규모가 작은 15초짜리 Pre-roll 광고에 Target Ad.를 하지 않는다는 것. SA나 DA 대비 동영상 광고에 맞춤형 광고를 삽입할 경우 ‘네이버가 내 것을 다 지켜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에, 네이버 스스로 알아서 자제하는 것. 개인 맞춤형 광고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
물론, A.I. 나 Big data, 검색 관련 각종 기술에서 네이버가 카카오(다음)이나 기타 국내 경쟁사 대비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그것이 70%의 점유율을 차지할 만큼의 기술 격차가 되지 않는다고 볼 때 이번 사건은 네이버가 창사 이래 맞이한 최대 위기일 수 있다. 일상 매체로서, 광고 매체로서 신뢰도는 이용성에 직격탄이기 때문이다.
“돈벌이에 혈안이 되었다.”는 누명을 쓰며, 6개월~1년 만에 사그라들어 Cyworld로 대체된 Freechal을 보라! 이 판에서는 “얄미우면 끝”이다. 나 혼자가 아니라 내 친구 모두가 다 옮겨야 하는 Social Media, 즉 Facebook이나 Instragram과는 달리, Portal 서비스에 대한 Stickiness는 의외로 약하다. 나 혼자만 옮겨서 다른 서비스를 쓰면 되기 때문.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의 정보량 혹은 정보의 질 격차가 몇 배 차이 나는 것은 아니고, 옮기는 데 들어가는 비용 소위 Switching Cost가 높지 않다!
더군다나 “뉴스”는 그 자체로는 돈이 되지 않지만, “날마다” 혹은 “시간 날 때마다” 네이버에 접속하는 가장 큰 이유다. 매일, 매시간 접속해도 질리지 않는 이유는 말 그대로 NEWS, 새로운 것을 (신뢰 기반 하에) 매일 제공해 주기 때문이었다. 네이버에 접속하면 “믿을만한 소식”을 “익숙한 UI” 기반 하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네이버가 국내 제 1의 광고 매체가 된 가장 근본적 이유였다.
네이버는 “뉴스”라는 심장을 보호해 낼 수 있을까? 네이버로서는 최대 위기, 카카오(다음)이나 NATE로서는, 혹은 “Dailiy News” 매체를 꿈꾸는 다른 New Media에게는 최대 기회일 수 있다.
우리는 LTE 스마트폰 덕분에 역사상 “뉴스”에 가장 민감한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