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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턍규 Mar 01. 2022

리뷰 : 김민형,『삶이라는 우주를 건너는 너에게』

아이들과의 대화와 삶, 가족의 의미

근래에 읽은  중에 가장  “충격 받았다.  그대로 충격이었다. 아이들과 지내는 하루 동안 내가 가장 많이 쓰는 문장은 이런 것이다. “뛰지 마라,  먹었으니 치카치카 하자, 주차장에서는 조심하자, 늦었으니 자야지...”

  수학자 김민형 교수는 이런 대화를 아이들과 나눈다.

  “T. S. 엘리엇, 바로  고양이 시들을 썼던 시인의 시에 나오는 구절이야. 그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거의 평생을 영국에서 살았어. 그의  대부분은 주인공 고양이인 그로울타이거나 럼텀터거처럼 발랄하지는 않고, 오히려 상당히 깊이 있는 철학을 많이 담고 있지.

  하지만 아주 수려한 문장으로 쓰여 있어 깊이 생각하지 않고도 즐길  있단다. 엘리엇의 시는 아무리 심각한 문장이라도 음악적으로 얼마나 아름다울  있는지를 다른 어떤 시보다도  보여주는  같아. 「재의 수요일」이라는 그의 장중한 시를   소개할게. 분명 네가 아주 즐겁게 암송할  같구나.”

  나 역시 윤동주와 서정주의 시를 많이 읽었다. 암송하기도 했다. 또 그들을 따라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내 아이들에게 그들이 쓴 시를 읽어준 적은 없다. 아이들이 즐겁게 시를 암송하는 분위기는 어떻게 만들어 낸 것일까. 책의 또 다른 이야기를 보면,

  “우리 아이들이 어릴  많이 익힌 시들은 대체로 음악성이 뛰어나서 일단 듣기에 좋은 것들이 많았다. 소재는 자연인 경우가 많았고, 무언가 모호한 감정을 표현하는 시를 선호한  같기도 하다. 나는 무엇보다 마음을 울리는 내용은 계속 인생의  부분으로 남아 있어도 좋다는 생각이었다. 그중에서는 슬픈 내용도 많았고 다소 어른스러운 주제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T. S. 엘리엇의 『주머니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지혜로운 고양이 이야기』처럼 익살스러운 것들도 많았다.

  시와 관련된 게임도  많이 했는데, 지금도 가족끼리 모일 때면 하는 놀이가 하나 있다.  사람이 시를 하나 두고  줄씩 낭송하다가 구절을 하나씩 빼놓고 읽으면 다른 사람이 빠진 부분을 알아맞히는 게임이다.

  가령 김소월의 「진달래꽃」 같으면,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_____.’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게임을 하다 보면   시도 완전히 익히는 수준까지 비교적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같다.”

  온 가족이 모여서 TV를 보거나 음식에 반주를 기울이거나 윷놀이나 화투를 치는 것이 아니라, 시를 가지고 게임을 하는 풍경은 도저히 상상해 본 적이 없다. 가족들과 함께 그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는 대체 어떻게 만들어 낸 것일까.

 

 이 책은 수학자 김민형 교수가 2005년에 2개월가량 가족을 떠나 유럽의 도시로 연구 여행을 떠났을 때 15세의 아들 오신에게 보낸 스무 통의 편지를 엮은 것이다. 2014년 『아빠의 수학여행』으로 출간된 것을 개정하여 이번에 새롭게 냈다. 편지를 통해 낭만주의 시인들과 뉴턴, 슈베르트, 또 아빠의 동료들과 나눈 추억을 함께 이야기하던 15세 아들은 성인이 되어 수학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학문과 문화와 예술이 어떻게 어린아이들에게 교육적인 내용으로 담겨서 전달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좋은 책이다. 물론 다 읽고 나면 필연적으로 나 자신의 모습과 비교하게 되면서 작지 않은 충격과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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