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민규의 부재를 슬퍼하며…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공동 선정한 《우리 시대의 소설 50편》 목록이다. 현재 활동(생존) 중인 작가의 소설을 대상으로 선정한 것이고,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매주 일요일 KBS 9시 뉴스를 통해 뉴스와 비평, 인터뷰 등이 실렸다.
이 중 절반 가량을 읽었다.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나머지 절반을 얼른 사서 읽어야겠다. 벌써 가슴이 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천명관 『고래』, 김언수 『설계자들』, 정유정 『7년의 밤』, 한강 『채식주의자』와 같은 작품이 빠졌다는 것이다. 특히, 내 마음의 슈퍼스타 박민규가 목록에는 들어 있지만 그에 대한 기사나 인터뷰는 일절 없다. 총 50명 중 40명만 기사화되고, 김훈과 신경숙을 비롯한 41~50번은 묶음 기사로 처리됐다. 박민규는 이제 잊혀진(?) 작가가 되어 버린 것이다. 대표작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표절 사건이 두고두고 안타깝다. [Link]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지금의 나를 만든 서재) 100회 특집 기념 Top 30에서, 현직 작가로서는 유이하게 뽑힌 명성은 이제 빛이 바랬다. (22위 박민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29위 김훈 『칼의 노래』)
2010년 《한겨레21》이 젊은 문학 평론가 68명에게 뽑은 2000년대 한국 문학 최고의 작가 역시 27표를 얻은 박민규였다. (2위 김연수 24표, 3위 김훈 20표, 4위 김애란 12표) ‘장르 혼종’이라는 2000년대적 현상의 중심에 박민규가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반면 2010년대의 10년은 철저히 잊혀진 작가가 되었다. 알라딘이 독자 87만명을 두고 투표한 것이나, 교보문고가 자체 선정한 2010년대 한국 최고의 작가 Top 10에 박민규의 이름은 없다. 1968년생 박민규는 가장 왕성하게 활동할 40대를 잃어 버린 것이다.
박민규의 단편은 하나하나 빛나도록 아름답고 즐겁지만, 장편은 소설적 재미의 극한을 보여주는데, 2009년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이후 10년이 넘게 새로운 작품을 발간하지 못하고 있다. 2018년 4월 코미코(舊 저스툰)를 통해 2021년 3월까지 연재한 장편 『코끼리』는 완결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단행본으로 출간이 안 되고 있다. 지난 10여 년의 세월 동안, 그에게 그의 소설에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천재의 조로(早老)를 슬퍼한다.
(소설가에게 실례가 되겠지만) 그나마 박민규의 ‘순한 맛’인 김애란 작가를 즐겨 읽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