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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턍규 Apr 21. 2022

불편함이 부끄러움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을 응원합니다.

아침 출근길,


  평소에도 유명한 교통지옥인 통일로가 한없이 막힌다. 정말 코로나가 끝나가는 건가, 사람들이 넘쳐난다. 버스 정류장마다 10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있다. 몇몇은 카메라를 들고 붐비는 정거장을 찍는다. 신호등 신호가 몇 번째 바뀌었는데, 한 바퀴도 못 나간다.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엔데믹인가 봐. 거리에 사람들이 넘쳐나네.”


  아내에게 답이 왔다. “3호선 장애인 단체 시위 때문에 그런 거 같아.”



  삶을 살아가면서 가장 크게 범하는 오류가, 내 주변의 사람이 평균이라는 착각이다. 대부분 4년제 대학을 나왔을 거 같고(vs. 2000학번 기준 37%), 장애인은 100명에 한 명 정도일 것 같고(vs. 2020년 기준 20명 중 1명이 등록 장애인), 10명 중에 8~9명은 정규직일 것 같고(vs. 2020년 기준 비정규직 비율 43%), 신용카드나 계좌는 모두 가지고 있을 거 같고(vs. 국민 4명 중 1명, 총 1,280만명이 금융 이력 부족자, Thin-filer), 30대 남성은 대부분 결혼했을 것 같다는(vs. 2020년 기준 30대 남성 미혼율 50.8%) 착각 등이다.



  던바의 법칙, 그러니까 일반적인 사람이 깊게 사회적 관계를 맺는 사람이 150명 수준이라고 할 때 (심지어 이 법칙은 리니지 게임 등에서도 성립한다고 한다), 주변에 잘 알고 지내며 연락하는 사람 중 7.5명은 확률적으로 등록 장애인이다. 생각보다, 정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장애의 아픔과 고통, 사회적 소외를 겪고 있다.



  상근예비역으로 군 생활을 했다. 하루는 신병이 전입을 온다고 나름의 (긍정적 의미의) 환영식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 녀석이 09시가 넘었는데도 예비군 중대로 출근을 안 했다. 말 그대로 탈영이다. 09시 01분까지 기다리다가, 상급 부대에 전화했다. “통신보안, 덕천면대 일병 최창규입니다. 오늘 전입 오기로 한 정OO 이병이 출근을 안 했습니다. 이에 보고 드립니다. 보고 후 집으로 찾아간 뒤에 경과 말씀드리겠습니다.”


  “응, 최 일병. 나 인사장교인데, 정OO 이병이 그럴 일이 있다. 정 이병에게 아침 일찍 전화로 보고받았다. 어머님이 돌아가셨단다.”



  그날을 잊지 못한다. 정 이병이 상을 치르고 돌아와서 면담을 하는데, 조심스럽게 어머님께서 왜 이리 일찍 돌아가셨는지를 물었던 바로 그날.


  눈물만 뚝뚝 흘리는 사내 녀석에게 쿠사리를 주고, 다른 루트로 알아보니, 모친의 사인이... 그러니까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이유가... “영양실조에 의한 폐렴”이었다.



  정 이병의 집은 3형제였는데, 정 이병의 형은 제주도에서 오징어 잡이 배를 타면서 어머님 임종을 못 지켰고, 아버지는 일용직이신데 알코올 중독이셔서 집에 안 들어오시는 때가 흔하고, 동생은 지체 장애가 있었다. 이론적으로 정 이병 어머님께서 돌아가신 날은 아무도 모른다. 훈련소를 퇴소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이미 돌아가셔 있었기 때문이다. 막냇동생은 어머니가 깊은 잠이 드셨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40년 넘게 살며 부대껴 왔는데, 아직 세상을 너무 모르고 산다고 반성한다. 더 겸손한 마음으로 우리의 이웃을 살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불편함이 부끄러움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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