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의 경제학
레전드 걸그룹이 될 뻔했던 #FiftyFifty 에 관하여 이리저리 전후 사정을 살펴 보았다. 통상 “기획사 = 나쁜 사람들 vs. 아이돌 그룹 = 선의의 피해자” Framework이 일반적인데, 현재 돌아가는 것은 정반대다.
오죽했으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것이 주인이 아니라 거위 자신이라며 “할복돌”이라는 극렬한 표현까지 떠돈다. 많은 이권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또 경제학 Contract Theory에서 다루는 Moral Hazard의 대표 케이스 스터디 주제라 할 만큼 중요한 이슈라서 비전문가인 내가 선뜻 이야기하기 어려운 주제다.
다만, 현재까지 주요 뉴스만 가지고 심플하게 보자면 “외주 용역 업체 대표가 본사 직원들과 밀약하여 CEO 등에 칼을 꽂은 사건”으로 거칠게 요약할 수 있다. 논란의 핵심 인물은 바로 그 외주 용역 업체의 대표, 정확히는 작사/작곡 등을 담당한 안성일 PD이다. 안 PD의 치기(稚氣)가 판을 엎어 버린 것이고, 거기에 멤버들도 적극 동참했다.
안성일 PD와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누군가의 분석처럼 아이돌 그룹은 “서사(storyline 혹은 narrative)“가 중요한데, 인간적 “배신”과 법률적 “계약 파기”의 아이콘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더불어 생각해야 하는 것은 산업적인 손실인데, 기획사(소속사)가 데뷔 때까지 수십억(이번 사례에서는 80억이 주장되고 있다)을 투자해도 이번과 같은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Risk가 존재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중소 기획사에서 성공하는 아이돌이 나오기 쉽지 않아졌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6/0011520484?sid=103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5/0001071201?sid=102
https://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617018
(1년이 넘었으니, 공소시효(?)는 지났다고 보고) 이제서야 밝히지만, 지난해 이직 과정에서 심장이 뛰었던 회사가 하나 있었다. 대표님과 1시간 반 동안 1:1 면접 끝에 후속 과제를 받았다. 걸그룹은 #소녀시대 에서 멈춰있던 내가 1, 2, 3, 4세대 걸그룹을 공부하고, (예전에 공부했던) 전략 교과서의 최신판을 사서 밑줄 그어가며 핵심을 상기하고, 주요 내용과 방향을 간추려 보고서를 가다듬고 가다듬어, 40페이지로 된 과제를 제출했다. (결론적으로, 내 능력 부족에 더해 김가람 학폭 이슈로 채용은 중단됐다.)
왜 나는 나의 심장뛰는 소리를 들었는가? 그건 바로 “전세계 1위 산업에 종사할 수 있겠다.”라는 부푼 기대감이었다. 우리나라가 (잠시라도) 전 세계 1등을 경험해 본 것이 몇 개나 될까? Hardware에서 메모리 반도체와 2차 전지, 조선업, 그리고 Software에서 K-pop과 K-culture 정도 아닐까? 그렇게 Global Top Tier 산업과 World Class 기업에서 일하고 싶었기에, 3박 4일 정도 날을 새 가며 과제물을 만들었고 그 과정을 거치는 내내 즐겁고 보람을 느꼈다. 무엇보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어처구니없는(≒ 산업의 공식을 깨 버린) 피프티피프티 사건에도 불구하고, K-pop과 K-culture는 성장한다. 성장했다. 성장할 것이다. 성장해야 한다. 개인이나 소규모의 일탈로 시스템이 흔들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창의력과 노력이 어우려져 우리만의 서사를 만들어 내길 바란다. 더 노력하고 더 스마트한 방법론으로 산업 구조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 그것이 문화와 언어의 변방인 우리나라가(국뽕이라고 해도 좋다!), 하나씩 하나씩 간절히, 두려움 없이 싸워 오고 쌓아 온 K-pop의 살아 있는 역사이기 때문이다.
cf.) I’M FEARLESS = LE SSERAF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