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음악과 거리를 두는, 혹은 다가가는 방식
청각장애인에게 음악은 온전히 닿지 않는 세계다.
보조기기를 착용해 듣는다 하여도 불완전한 청력으로 기계를 통해 듣는 음악이 단순히 소음처럼 시끄럽게 느껴진다. 음악이 주는 아름다운 선율과 깊은 감동보다는 멜로디의 고저, 리듬의 빠르기, 가사의 의미 정도로 표면적으로 즐기는 정도이다.
그래서 나는 기계음보다는 공간의 울림을 선호한다. 음악회나 교회 예배당 같은 공간에서 악기와 사람의 숨소리가 직접 울리는 곳. 기계에서 나오는 소리를 다시 보조기기라는 기계로 듣는 이중적인 음의 필터링보다, 현장의 공기를 타고 전달되는 소리로 비교적 좀 더 온전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마음에 남는 노래를 발견하면 유튜브와 같은 청취영상을 통해 반복적으로 듣기도 한다. 반복 청취한다 해도 끝내 들리지 않는 빈칸은 여전히 존재한다. 나의 상황이나 마음상태에 따라 꽂히는 노래가 가끔 있어도 결국 나에게 음악은 일상의 배경음악이 되지 못한다. 음악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사람처럼 음악에서 오는 깊은 울림이나 감동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한계나 장애를 넘어 음악을 표현하고 창작하는 음악가들도 있다. 그룹 빅오션, 한수진 바이올리니스트, 남정수 작곡가, 손정우 클라리네티스트, 그리고 베토벤처럼 이들은 음악을 향한 집념으로 ‘듣는 것’ 이상의 영역에 도달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모든 청각장애인이 그들처럼 치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나의 속도와 방식대로 세상을 느끼고 싶을 뿐이다.
최근에 어느 한 대학교에서 청각장애인 대상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진동 디바이스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 연구에 참여하기 전에는 단순히 박자나 비트에 맞춰 진동이 울리는 정도로 예상을 했었다. 하지만 직접 체험한 기술은 그 이상이었다. 설명을 들어보니 저음과 고음의 파동을 정교하게 추출해 다양한 진동의 세기와 강도로 파동의 흐름을 표현했다고 했다. 모든 음역대에서 소리를 풍성하고 고르게 들을 수 없는 나로서는 진동으로 느끼는 소리의 다양한 음역대가 신선하고 새롭게 느껴졌다. 귀로 듣는 음악과 피부로 느끼는 리듬이 중첩되며 감정의 고조도 있었다. 마치 감각의 새로운 확장과도 같았다.
앞으로 의학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AI, IT 등 또한 기계적인 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의 기계가 신체를 대신하여 더 다양한 경험과 풍성한 감각을 선물해 줄 것이라 믿는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음악을 사유할 수 있는 세상. 청각장애인들이 각자의 감각으로 음악을 즐기고, 이 세상을 더 적극적으로 누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