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멱살을 붙잡는 법

by 수움 Sooum

가끔 선택에 갈림길에 설 때면 멈춰 서서 가정을 해보곤 한다. 만약 나에게 청각장애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과 같은 선택을 했을까. 질문의 끝엔 늘 깨달음이 남는다. 좋든 싫든 청각장애가 나에게 주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내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이 장애가 내 가치관과 신념의 색깔마저 바꾸어버리는 일이다. 더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더 아름답게 삶을 일궈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은 자주 걱정과 근심, 그리고 두려움이라는 좁은 감옥에 갇히곤 한다.

세상은 소통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필수적이다. 소통의 주파수가 어긋날 때마다 나의 가치가 깎여 나가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늘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긴장한 채 살아야 했다.

장애가 내 꿈의 경계를 정하는 것이 싫다. 장애 때문에 나의 성격과 기질이 어떤 틀 안에 굳어버리는 것은 더더욱 싫다. 하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자꾸만 패배주의라는 늪으로 발이 빠진다. 상처를 치료하고 꿰매어 봐도 가시지 않는 통증, 스스로가 온통 피투성이가 된 것처럼 느껴지는 날들이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아픈 걸까. 다수가 아닌 소수라서? 남들보다 무언가 부족한 거 같아서? 혹은 나의 존엄성이 훼손당하는 것 같아서? 아무리 심연을 들여다봐도 명쾌한 답은 보이지 않았다.

성경 속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다. 장애는 죄의 대물림이나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고. 오히려 그 약함을 통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있다고.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마다 하나님을 원망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 부끄럽고 한심해질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원망조차 살고 싶다는 간절한 몸부림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비록 피투성이일지라도, 나는 다시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기로 한다. 억지로라도 감사의 말을 내뱉으며, 어딘가에 숨어있을 진심의 끝자락에 닿아보려 한다. 오늘도 나는 나의 멱살을 스스로 붙잡고 또 붙잡는다. 그 손아귀의 힘이 바로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임을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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