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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덕후 Jan 09. 2019

성공의 잣대는 무엇인가; 돈 vs 경험

에세이 #2


요즘은 거리를 다니다 보면 내가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비해 노숙자들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이 그들을 지탱할 만큼 많이 올라간 것인지,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그들을 내모는 어떤 국가적 힘이 작용하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어느 날 문득 뜬금없는 의문이 들었다. 대부분의 우리가 쉽게 단정 짓는 것처럼, 저 노숙자들의 삶은 실패한 것인가? 그렇다면 그 대척 점에 있는 삶이 성공일 텐데,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이란 게 대체 무얼까?


만약 어떤 한 개인이 어떤 이유에서든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한 삶을 살다, 거리로 나아가 노숙자로 산다면 어떨까? 물론 시대와 사회적 배경이 다르긴 하겠지만, 디오게네스가 실제로 그랬다. "개처럼 살아라!" 이것이 바로 그가 굳게 믿었던 성공적인 삶의 모토였다.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 삶, 욕망에서 해방된 도덕적 자유를 찾고자 했던 것이다. 디오니게스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다면 아마 이 유명한 일화 때문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 이야기는 대충 이렇다.


세계를 정복하려 했던 나폴레옹이 디오게네스를 찾아와 가르침을 받기 위해 묻는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내가 무엇이든 들어주겠다.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말한다.


 위대한 왕이시여, 지금 당신은 나의 따뜻한 햇볕을 가리고 있으니 옆으로 한 발짝만 비켜서 주십시오.


권력과 명예에 관심 없는 디오게네스에게 중요한 건 오로지 따뜻한 햇볕뿐이었던 것이다. 이제 나는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디오니게스는 노숙자였다. 

우리는 노숙자의 삶을 실패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디오니게스의 삶 또한 현대를 사는 우리의 관점에선 실패한 삶이라고 보는 게 정당할까? 여기까지 생각이 다다르니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가 되어버렸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보는 노숙자의 모습과 디오니게스의 모습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아마도 그건 "가치관에 기반한 선택"의 유무일 것이다. 지금 나의 삶의 양태가 나의 가치관에 따른 선택의 결과인가 혹은 나의 가치관과는 무관하게 이렇게 살 수 밖에는 없어서 인가 딱 그 정도 차이가 아닐까.


노숙자로서 살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서는 지배적이고 우리는 그것을 너무 당연히 여긴다. 그러나 세상 어디에도 나와 완전히 똑같이 생긴 사람이 없듯이, 세상 어디에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 사회 구성원 절대다수가 노숙하는 삶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믿는다고 해도, 누군가는 그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사회가 만들어놓은 ‘바람직함’의 기준을 우리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A, B 두 사람이 결과적으로는 똑같은 모습의 삶(예를 들면 노숙을 하며 사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A는 자신의 삶이 성공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B는 자신의 삶이 실패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어떤 모순도 없다. 자신의 가치관에 비추어 보았을 때 내 삶이 성공에 부합하느냐 마느냐 딱 그 정도 문제밖에 안 되는 것이다.


성공은 어떠한가?

우리가 성공한 삶이라고 말할 때 그 기준은 무엇일까?


 

내가 보기에 우리가 가장 흔하게 생각하는 성공한 삶의 기준은 경제적 기준이다. 많은 부를 쌓는 것. 그 외에 권력을 쌓는 것, 명예를 쌓는 것 따위가 중요한 성공의 지표로 여겨지고 있는 듯하다. 나도 사실 그런 줄 알았다. 당연하게도 부, 명예, 권력을 많이 쌓은 삶이 성공이라고 쉽게 믿고 살았다.   


아쉽게도 나는 아주 성공에 가까이 가지는 못했지만 성공의 치맛자락이 보일 듯 말듯한 정도로는 다가갔던 것 같다. 대기업에 취업했으니 적당한 정도의 부는 앞으로 계속 쌓여갈 터이고, 사회적으로도 대기업을 다니면 최소한의 명예 정도(적어도 불명예는 아니니까)는 부여되는 분위기도 있는 듯했다. 권력 또한 범위가 다소 좁을 수 있겠으나 연차를 거듭할수록 조직 안에서 자연스럽게 쌓여갈 것이다. 


그런데 웬걸. 이 정도 됐으면 내 삶이 어느 정도는 만족스러워야 하지 않을까? 삶이 타는 목마름이라면, 갈증이 어느 정도는 해소가 되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을 위한 조건들을 차곡차곡 쌓아갈수록 해갈되기는커녕 목마름이 더 심해지는 것은 대체 어떤 이유일까. 혼란스러웠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고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이런 성공의 기준들은 내가 쓴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사회가 써놓은 기준들을 내가 너무 오랫동안 보고, 들어오다 보니 그게 마치 내 기준인 줄로 착각했던 것이다. 나만의 기준을 세워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내 인생을 통해서 무엇을 쌓아야 할까? 


경험을 쌓자. 인생은 딱 한 번뿐이니까, 최대한 많은 것들을 보고 또 직접 경험해보고 살자. 내 두발로 최대한 많은 다양한 나라들의 흙을 밟아보자 (맘 같아선 엘버트 포델처럼 세계 일주를 하고 싶지만 1. 돈이 없고 2. 체력도 부족하며 3. 용기도 부족하기 때문에 세계 일주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모든 대륙이라도). 또 특정 분야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다양한 음악을 듣고 살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최대한 미루지 말고 최대한 실행하면서 살자. 주머니에 넣은 손에 잡히는 게 없다고 슬퍼하는 대신에 다양한 경험이 많은 인생 경험 부자가 되자. 


어떤 의미에서 나는 소설의 주인공 같은 삶을 살고 싶은가 보다. 여러모로 참 많은 이슈를 만드는 박범신 작가가 어느 TV쇼에 나와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안 나지만 대충 이런 말이었다. 


인생이 너무 순탄하고 남들과 다 같은 삶을 산다면 주인공이 되기 어렵다.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삶의 풍파도 좀 있고 고생도 좀 많이 하고 그래야 쓸게 좀 있지 않겠는가!


 유치하지만 가정을 한 번 해보기로 하자.


평생 성실하게 증권사에서 투자자로 일하며 많은 재산을 모은 A가 있다고 하자. 반면 평생 돈 한 푼 모으지 못했지만 평생 모험하듯이 삶을 살며 많은 경험을 쌓은 모은 B가 있다. (물론 나는 B가 되고 싶다. 왜냐면 인생은 딱 한 번뿐이니까. 한 번밖에 못 사는 게 나는 정말 너무 억울해서, 내 눈으로 더 많은 것들을 보고 싶고 내 발로 더 많은 것들을 밟고 싶고 내 귀로 더 많은 소리들을 듣고 싶고 내 코로 더 많은 냄새들을 맡고 싶다.) 이제 A, B 모두 안타깝게도 세월을 거스르지는 못해 80세 노인이 된다고 치자. 어느 청년이 그 두 사람에게 묻는다. 


당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는 말한다.


 나는 최고의 주식투자 전문가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주식의 세계로 입문하여 바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주식을 도박에 가깝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수많은 연구와 분석을 통해야 한다. 차트는 이렇게 읽는 것이고 장기 투자란 저런 것이며 헷지의 기술이란 이런 것이다. 나는 이런 기술을 통해 이 만큼의 부를 얻었다. 나는 모 그룹의 총수와도 친분이 있으며 정부 각계각층의 인사들도 모두 다 내 소중한 인맥들이다. 나는 사회적으로 매우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B는 말한다. 


나는 주식투자 전문가가 되고 싶었지만 실패했다. 나는 글이 쓰고 싶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을 쓰기 위한 영감을 얻기 위해 배낭 하나를 매고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태국에선 커피를 사랑하는 C를 만나 커피에 대해 배웠고 파리에선 음악을 사랑하는 D를 만나 재즈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호주에선 예술을 사랑하는 E를 만나 인상파의 그림들의 황홀함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나는 그 밖에도 많은 것들을 평생 사랑하며 살았다. 재산은 한 푼도 모으지 못했지만 3권의 책들을 남겼고 그 누구보다 더 놀라운 경험들을 많이 하며 살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우리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A의 삶이 더 훌륭하고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왔다. 자본주의는 본래 그런 삶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나는 B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싶다. 

매일매일 새롭고 놀라운 경험들로 내 인생의 곳간을 차곡차곡 메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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