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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덕후 Jan 09. 2019

스페셜티 커피; 대중의 사치품

에세이#3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스페셜티 커피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카페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단어 자체는 매우 모호하게 다가온다. 처음 들어보면 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감을 잡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뭐가 스페셜하다는 거지? 스페셜하게 재배했다는 말인가? 맛이 스페셜하다는 말일까?


 아주 간단해 보이면서도 명확히 정의 내리기가 꽤나 까다로운 이 단어를, 이 책은 전문 커피 서적이 아니므로 아주 간단하게 내 마음대로 정의 내리자면, ‘SCA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기준 품질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받은 커피를 가지고, 장인의 노하우에 의존하기보다는, 과학적인 측정 도구와 방법론을 가지고 내리는 신선한 커피’이다.


 단어 자체가 뭐가 중요하겠냐 만은, 그래도 꽤나 잘 명명한 일종의 관념어라는 느낌은 든다. 비록 5천 원 남짓한 금액으로 특별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커피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느 경제학자는 커피를 ‘대중의 사치품’이라고 말했다. 커피 음용의 역사가 천년을 넘은 만큼 커피는 여느 와인이나 위스키만큼이나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다만 세계 최고 등급의 와인이라고 하면 아마 나는 평생 한 모금 마셔보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겠지만, 커피로는 이미 여러 번 마셔봤다. 커피는 가장 저렴한 커피와 가장 비싼 커피와의 가격 격차가 매우 좁은 편이다. 그러니까 나 같은 평범한 직장인도 마음만 먹으면 신용 불량자가 되지 않으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고품질의 커피를 매일 마실 수 있다(커피 루왁 같은 것은 논외로 하자. 이 커피는 맛이 좋아서 비싼 게 아니라 단지 수요와 공급 곡선에 따라서, 잘 홍보된 희소성 덕에 가격이 비싸게 매겨진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매우 아쉽게도 부자는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미슐랭 스타를 받은 파인 다이닝 Fine Dining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얻는 미식의 즐거움 못지않은, 큰 즐거움을 5천 원 남짓의 커피를 마시며 매일 즐기고 있다.


 나는 몇 달 전에 도쿄의 마루야마 커피 Maruyama Coffee에서 작년 바리스타 세계대회에서 2등을 한 미키 스즈키 Miki Suzuki라는 바리스타가 내린 아이스 최고의 라떼를 마셨다. 그리고 그 몇 달 전에는 홍콩의 커핑 룸 Cupping Room에서 작년 대회에서 4위를 했던 카포 치우 Capo Chiu 가 내린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또 가장 최근에는 대만의 더 로비 오브 더 심플 카파 The Lobby Of the Simple Kappa에서 2018년 대만의 국가대표 바리스타로 출전했던 멍 신 라이 Meng Shin Lai 가 만든 시그니처 라떼를 맛보았다.


마루야마 커피 Maruyama Coffee 의 카페 라떼


이렇게 세계 최고의 바리스타들이 내린 커피를 3잔 마시는데 총 만 오천 원 정도가 들었다.


대중의 명품, 커피!

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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